영화<우리들>포스터 주인공 선과 지아가 함께 봉숭아물을 들이고 있다.

▲ 영화<우리들>포스터 주인공 선과 지아가 함께 봉숭아물을 들이고 있다. ⓒ (주)엣나인필름


가족 모두 모이는 설 연휴 아이들과 함께 어떤 영화를 볼까? 우리 아이들의 삶에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그들을 지탱하는 원동력일까? 이런 물음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조금이나마 아이들의 시선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우리들>이다.

초등학교 4학년 선이(최수인)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조차 없다. 이런 선이 앞에 여름방학식 무렵 지아(설혜인)가 나타난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개학할 때까지 다른 친구들은 보지 못한 지아는 선이와 전학온 뒤 사귄 첫 번째 친구가 되고 둘은 방학을 이용해 서로의 우정을 키워가지만 서로에게 조금씩 물들어 갈수록 알게 되어 버린 사실들 속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두 아이가 충돌하며 개학을 맞게 된다.

개학 후 지아는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고 집도 부자인 친구 보라(이서연)와 친해지고 보라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선이를 멀리한다. 하지만 지아와 보라역시 서로의 차이를 인정 못하고 충돌하면서 영화는 성숙치 못한 그들의 관계를 더욱 나락으로 몰아간다. 영화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선이와 보라의 중심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선이의 몸부림을 긴장감 넘치고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이 영화 속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과 많은 구석이 닮아 있다.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자 내가 선이였는지 지아였는지 또는 보라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들을 방관했던 주변 아이들이 였는지? 그 어떤 사람도 이이야기의 제삼자가 될수 없다. 이것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우리들>속 장면 선이와 지아가 서로 갈등하는 장면

▲ 영화<우리들>속 장면 선이와 지아가 서로 갈등하는 장면 ⓒ (주)엣나인필름


영화 속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를 못한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다그치듯 "말을해야 도와주지"라고 물어본다. 아이들이 이런 소소하고도 복잡하며 감정이 뒤섞인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 지 정리할 수 있을까?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문제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잠시라도 아이들이 되어 그들을 이해하고 포옹해야 한다. 아이들은 통제의 대상도 지식을 주입해야 될 타자도 아니다. 그들은 어른들과 같은 인격체일 뿐이다.

영화 속 아무것도 없었던 지아의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그위에 매니큐어로 덮어지고 그것이 지저분하게 벗겨지고 결국에 지아의 손톱끝에 조금남은 봉숭아물이 그들의 인간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배경음악도 없고,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촬영했다.  영화 음악대신 그들의 숨소리와 눈빛이 음악을 만들어 주었고 극중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말투로 나왔다. 그렇게 영화<우리들>은 감독과 배우 스탭이 한몸이 되어 만든 예술 작품이다.

영화 <우리들>로 장편 영황[ 데뷔한 윤가은 감독은 <손님> <콩나물>로 단편 영화계의 칸영화제라 할 수 있는 클레르 몽페랑 국제 단편 영화제에서 이미 인정 받은 적 있는 실력파 여성 감독이다. 이번작품이 국내외로 호평을 받은 만큼 다음 작품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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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4만편의 영화를 보겠다는 인생목표로 살고있는 영화친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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