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의 핵은 리오넬 메시다. 골이면 골, 드리블이면 드리블,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뛰어난 재능을 갖춘 메시는 늘 상대 수비진들의 '경계 1호'다. 때론 벌떼처럼 달라붙는 압박 수비에 적지 않은 애를 먹기도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췄더라도 현대 축구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축구 황제' 펠레가 3번의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가린샤, 자일징요 등 걸출한 동료 공격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불세출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호르헤 발다노, 헥터 엔리케 등 뛰어난 동료 선수들이 공격을 뒷받침 해줬기에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이는 조국 아르헨티나에서 홀로 분투하고 있는 메시가 더욱 잘 알고 있을 터다. 탱고군단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는 달리 FC바르셀로나에선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메시는 요즘 자신을 빙의한 한 동료 공격수 덕분에 마음이 편하다. 바로 루이스 수아레즈다.

박쥐에 둘러 쌓인 메시, '메시 빙의자' 수아레즈가 물리치다

 두 시즌 연속 도움왕을 노리는 수아레즈

루이스 수아레즈는 올 시즌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통산 세 번째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4~2015 시즌 MSN 라인(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을 앞세워 유럽 사상 최초로 통산 두 번째 트레블을 거머쥔 바르샤는 올 시즌에도 기분 좋은 레이스(리그 22경기 무패행진)를 이어가며 세 번째 트레블 우승에 대한 전망을 밝히고 있는데, 그 기세가 3년 전 만큼이나 당차다. 

바르셀로나는 9일(한국 시각) 열린 발렌시아 CF와의 스페인 국왕컵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메시도, 데뷔 골을 터트린 필리페 쿠티뉴도 아니었다.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를 가득 메운 5만여 명의 발렌시아 팬들을 짜증나게 할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친 수아레즈였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경기 초반 쉽지 않은 경기를 풀어나갔다. 발렌시아가 자신들의 엠블럼에 새겨진 박쥐만큼이나 빠르고 놀라운 역습 공격으로 자신들을 옥죄었기 때문. 특히 최근 '포병부대' 아스널을 떠나 박쥐군단의 일원이 된 프랑크 코클랭은 측면 미드필더로 나서 위협적인 슈팅과 돌파 능력으로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왼발 프리킥 공격 빼고는 좀처럼 위협적인 공격 플레이를 연출하지 못했다. 

전반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속, 날카로운 플레이로 파블로 아이마르, 루벤 바라하가 뛰었던 2000년대 초반의 '리즈 시절'을 떠올리게 했던 발렌시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와르르 무너졌는데, 바로 수아레즈의 '메시 빙의' 때문이었다.

후반 3분, 왼쪽 측면 부근에서 볼을 잡은 수아레즈는 안쪽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을 시도하더니 갑자기 오른발로 방향을 틀어 자신을 따라붙던 상대 수비수를 농락했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쿠티뉴에게 '신속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브라질리언' 쿠티뉴는 수아레즈의 깔끔한 패스를 오른발 슛으로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수아레즈는 후반 36분 또 한 번 동료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선수를 밀착 압박해 볼을 따냈고, 발재간으로 수비수를 따돌려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반 라키티치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준 것.

이날 메시는 발렌시아 수비진에 둘러 싸여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메시 빙의자' 수아레즈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메시는 자신 대신 좋은 활약을 펼친 수아레즈에게 다가가 '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발렌시아를 격파하고 국왕컵 결승에 오른 바르셀로나는 오는 4월 21일 세비야와 우승컵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빡빡한 일정이 바르샤의 앞을 기다리고 있지만, 메시와 그의 든든한 동반자 수아레즈가 있기에 그들의 앞길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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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축구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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