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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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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이렇게 댓돌 위에 올라서야 내 허리춤에 오던 조그만 녀석이 대학에 들어가고 학교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지. 한 달에 15만 원 받는 월급을 3개월이나 모으더니 아버지에게 값비싼 구두를 선물했지.

"힘들게 번 돈 책이나 사서 읽지." 했더니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처음으로 번 돈이라 근사한 선물 사드리고 싶었다며 25만 원짜리 구두를 예쁜 구둣주걱과 함께 선물을 했어. 학업을 마치고 취직을 하더니 첫 월급을 타왔다며 봉투를 하나 내밀었지.

'아빠 사랑해.'

대견스럽다. 그리고 산다는 게 때로는 우습다. 주고받을 게 없으니 편하다. 딸 둘을 가진 애비로서 남들처럼 고액과외를 시켜가며 여러 가지로 부모 노릇은 제대로 못했지만 두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쳐가며 후회할 일은 아니다. 세상 어떤 부모가 있으면서 자식 뒷바라지에 소홀하겠는가? 없는 살림에 저희들에게 만원 쓰면 우리 부부에게도 똑같이 만원 쓴 점은 되우 미안한 일이나 아버지도 나름대로의 인생이 있지 않겠느냐.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내 인생 네(딸들) 인생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생각이 이러하니 그만큼 너희들에 대한 집착도 덜하다. 따라서 이다음에 늙고 힘없이 자리보전할 적에 자식들에게 돌려준 만큼 받겠다는 생각도 없다. 하기야 해준 것도 없으니 받겠다는 생각 자체도 우습지만, 아무튼......

부모 자식 간이라고는 하지만 '사랑' 말고는 주고받을 게 없으니 마음은 편하다. 이영수 시인의 저녁이라는 시가 있다. 그의 시어대로 해가 지는구나. 바람이 덜렁거리며 해가 아주 떨어지기 전에 아버지 하면 냉큼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너희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 고맙다.

"아빠 사랑해."
"나두."

-

저녁

이영수

붉은 태양이 막 넘어가고 있다.
붉은 엉덩이를 흔드는 산이
내가 훔쳐보는 과수원 울타리를 넘었다.
바람이 덜렁거리고 사과나무도
붉은 엉덩이를 보여준다.

천년의 시작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84쪽



태그:#모이, # 딸, #편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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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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