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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새 금토 드라마 <미스티>는 9시 뉴스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의 덧없는 욕망에서 비롯된 치정과 살인을 소재로 한다. 이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시놉시스에 따르면, 앞으로 세 명의 인물이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될 예정이다. 그 중 한 명인 고혜란은 성공한 커리어우먼에서 단숨에 사회적 지탄을  받는 처지로 추락하게 된다.

지난 2일, 3일 방송에서는 앵커 자리에서 밀려날 처지가 된 고혜란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동시에 사방이 온통 적인 방송국 생활, 무미건조한 부부 관계,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되어 돌아온 옛 남자친구를 향한 애증 등 고혜란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이 시청자들에게 제공됐다.

여성 원톱 드라마, 그러나 숨어 있는 코드는 반여성적?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근래 보기 드문, 여성 주인공이 '원톱'인 이야기라는 점이다. 즉, <미스티>는 '고혜란의 욕망'이라는 코드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건과 갈등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드라마다. 배우 김남주가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6년 만의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한 데는 아마도 이런 특징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 역시 대부분 이런 여성 친화적인 특성에서 기인한다. 특히 고혜란이 직장에서 남성인 상사와 동료 그리고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격하게 공감했다는 여성들의 반응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곰곰 따져 보면 이 드라마에 여성 친화적인 면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널리스트로서 고혜란과 한지원(진기주 분), 두 여성의 직장생활을 묘사하는 방식이 특히 그렇다.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이 뉴스를 생산하는 일에 집중하거나 치열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향해 가시 돋힌 말을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펼치는 광경을 보여줄 뿐이다. 두 사람이 '올해의 언론인상'을 다툴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라는 기본 설정이 무색해질 정도다.

그뿐인가? 이 드라마는 앵커라는 막중한 자리를 '얼굴 마담' 정도로 여기는 보도국장(이경영 분)의 태도에 대해 그 어떤 비판적인 입장도 들이대지 않는다. 고혜란과 한지원을 비롯한 등장인물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사실 이 정도면 이 드라마가 여성 저널리스트를 부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 고혜란이 인정받는 언론인이고 그가 진행하는 '뉴스나인'이 신뢰도 1위 뉴스 프로그램이라는 드라마의 기본 얼개와 세계관까지 뒤흔들 만한 실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저널리즘 문제의식 다루진 못하더라도, 퇴행해서야

 JTBC 드라마 <미스티>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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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스티>는 저널리즘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제작진 표현처럼 '격정 미스터리 멜로극'을 표방한다. 하지만 저널리즘을 중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는 만큼, 미국 드라마 <뉴스룸>이나 2017년 9월 방영된 tvN 드라마 <아르곤> 수준의 문제의식과 묘사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저널리스트들의 현실을 왜곡하거나 한국 저널리즘 발전을 저해할 만한 구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수준으로 퇴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는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와 결부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많은 것을 가졌다고 스스로 믿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고혜란의 욕망과 폭주를 지켜보는 재미를 준다. 또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 그것을 지키겠다고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덧없는 행로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수록 삶이 공허해지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반영한다. 이 점에서 시청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도 있을 듯하다.

미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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