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속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의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멕시코 출신 거장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배우 샐리 호킨스, 옥타비아 스팬서 등이 만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아래 <사랑의 모양>)다.

공개 직후 지난 74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제90회 아카데미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13개) 등 홍보 문구만 봐도 이 작품에 대한 영화계 관심이 뜨겁다는 걸 알 수 있다. 북미에선 이미 지난해 12월 개봉했고,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갖추고 있다는 게 해외 평단의 주요 반응이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지난 1일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된 <사랑의 모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영상미와 음악이다. 1960년 미소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매우 사실적인 소품들과 영화적 설정이 주를 이루지만 색감만큼은 비현실적이다. 아마존에서 신처럼 대우받는다는 괴생명체(더그 존스)와 말을 못하는 장애인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사이에서 싹튼 사랑을 다룸으로써 영화는 사실과 판타지 사이에 묘한 영화적 공간을 만들어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우선 시대적 배경을 보자. 우주 탐험과 로켓 개발에 몰두하며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던 당시 미국과 소련 사회는 숱한 비이성과 차별, 폭력이 만연하던 때이기도 했다.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청소부로 일하던 엘라이자와 그의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팬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청소부라는 이유로, 때로는 이름에 얽힌 뜻을 이유로 관리자에게 끊임없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한다. 특히 말을 못하는 엘라이자는 동료 청소부들 사이에서도 종종 차별 발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속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속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일상 속 유머를 잃지 않는다. 혼자든 함께든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젤다는 자신을 둘러싼 폭력적 상황을 나름의 재치로 돌파하며, 엘라이자 역시 이웃집 노인이자 가난한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와 영화와 음악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일상에 균열을 내는 건 실험 목적으로 연구센터에 들인 하나의 아니 한 사람의 '괴생명체'다. 온몸이 비늘로 덮였지만 인지능력과 지능이 있는 이 존재를 두고 미국과 소련은 각종 암투를 벌인다. 말을 하지 못하지만 신비한 능력이 있는 걸로 알려진 괴생명체를 누가 먼저 소유하느냐, 해부하느냐로 양국 스파이와 과학자들이 비인도적인 행태를 일삼을 때 유일하게 그와 소통한 엘라이자는 몰래 괴생명체를 탈출시킬 계획을 세운다.

영화의 묘사 방식은 다소 잔혹하다. 오로지 세계 패권 차지에 눈이 먼 권력자들은 상황에 따라 상대방을 죽이고 음모하길 주저하지 않고, 괴생명체에 대한 고문도 서슴지 않는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심리를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리하게 이용한다. 이 생명체를 두고 다양한 태도를 보이는 각 캐릭터의 대비는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편에 설 것인지 고민하게 하고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다움의 정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속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속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속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속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나의 핵심 질문은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다. 이미 감독이 인터뷰 등을 통해 "그릇의 모양에 따라 변하는 물처럼, 사랑 또한 그러하다"고 했듯 영화는 무자비와 폭력이 난무한 시대상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숭고함을 다룬다. 시간이 지나거나 특정 대상에 따라 변하고 저버리는 사랑이 아닌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다. 그간 숱한 로맨스 영화가 사랑을 주제로 다양한 사건을 다뤘는데 <사랑의 모양>은 보다 본질적인 면을 건드린다.

또 하나의 질문이 가능하다. 바로 '진정한 소통이란 게 무엇인가'다. 주인공은 들을 수 있지만 말할 수 없는 존재다. 쌍방 간 의사소통을 위해 수어라는 수단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마저도 상대방이 수어를 알지 못하면 불가능해 진다. 그 때문에 엘라이자는 상사의 지시를 듣고 대화하는 순간에 젤다의 통역을 필요로 한다. 그러던 차에 등장한 괴생명체. 엘라이자는 그의 눈빛을 보고 단번에 알아챈다. "내 자신의 결핍이 마치 아예 없는 것처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며 젤다에게 털어놓는 장면은 하나의 존재가 다른 존재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기적의 묘사다.

이런 몇 가지로 영화를 보는 내내 작은 전율이 느껴진다. 영화광이라면 엘라이자가 상상 속에서 노래하는 장면에 반할 것이다. 유일하게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상상 장면에서 영화는 단 한 번 흑백으로 바뀐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던 때를 다룬 스탠리 도넌 감독의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다. 영화 속 영화 구조로 엘라이자의 강한 바람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사랑의 모양>은 영화적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이밖에도 당대 시대를 상징하는 여러 음악과 영화들, 소품들이 깨알 같다. 스스로 영화 마니아임을 인증하듯 감독은 영화 곳곳에 영화 팬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를 깔아놓았다. <라라랜드> 등에 높은 평가를 했던 지금의 아카데미가 가히 좋아할 만한 지점이다.

<사랑의 모양> 서사의 중심인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약자 혹은 홀로 남겨진 외로운 존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연대와 소통이 냉전시대라는 사회적 배경과 만나 충분히 극적으로 다가온다. 

한 줄 평 : 잔혹함 속에서 피어난 꽃은 더 아름답다
평점 : ★★★★☆(4.5/5)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관련 정보

연출 : 길예르모 델 토로
수입 및 배급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러닝타임 : 123분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미국개봉 : 2017년 12월 1일
국내개봉 : 2018년 2월 22일



셰이프 오브 워터 길예르모 델 토로 샐리 호킨스 옥타비아 스팬서 더그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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