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는 관찰예능이 범람한다.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예능은 주로 관찰예능이다. 결과만 봐도 명확하다.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는 2017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에 시즌 1이 종영된 <효리네 민박>은 케이블에선 쉽지 않은 최고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렇듯 한창 인기인 관찰예능의 미래가 아닐까 싶은 영화가 있다. 바로 <트루먼쇼>다.

'관찰 예능'의 미래, 어쩌면 영화 <트루먼 쇼> 아닐까

 영화 <트루먼 쇼> 중 한 장면. 주인공 트루먼를 연기한 짐 캐리.

영화 <트루먼 쇼> 중 한 장면. 주인공 트루먼를 연기한 짐 캐리. ⓒ 파라마운트 픽쳐스


미국의 섬, 씨 헤이븐에는 트루먼(짐 캐리)이라는 순수하고 인사성 밝은 청년이 있다. 이 도시에는 트루먼만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의 모든 일상이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 24시간 생중계로 전 세계에 방송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밀은 그의 부모님, 친구, 직장, 집, 이웃 심지어 아내까지 모두 세트장 및 배우라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의 인생은 자신을 뺀 나머지가 모두 거짓인 셈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살던 트루먼에게 하늘에서 웬 조명이 떨어지고 자신이 있는 공간에만 비가 내리는 등 석연치 않은 사건들이 하나, 둘씩 생긴다. 이에 그는 자신의 삶에 관해 점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은 애완동물, 이 쇼의 PD인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그 주인과 같다. 크리스토프가 만든 세계인 씨 헤이븐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트루먼은 그의 손길에 길들여졌다. 그는 트루먼이 태어나자마자 분양에 가까운 입양을 했다. 이후로 그가 섬을 못 벗어나도록 탐험가를 꿈꾸던 트루먼의 꿈을 무산시킨다. 여기에 아버지(비록 배우이지만)를 폭풍우로 잃게 만들어 물 공포증까지 걸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을 교배시키는 것처럼 아내 역을 맡을 배우와 어떻게든 결혼시킨다. 그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트루먼 쇼'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됨에도 극 중에서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그의 모든 일상을 낱낱이 훔쳐본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없었다거나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다면 진즉에 폐지됐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결과는 대성공이다. 결국 트루먼 쇼가 만들어진 힘은 시청자에 있다. 크리스토프를 비롯한 방송국은 시청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방송을 제작한다.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재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관찰예능을 보자. 방송국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관찰예능을 찍어내는 중이다.

영화 <트루먼 쇼>가 보여준 부작용, 실제론 일어나지 않을까

 영화 <트루먼 쇼> 중 한 장면. 트루먼을 연기한 짐 캐리.

영화 <트루먼 쇼> 중 한 장면. 트루먼을 연기한 짐 캐리. ⓒ 파라마운트 픽쳐스


그렇다면 <트루먼 쇼>가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을까. 힘들다고 본다. 실제로 이 같이 인권을 유린하는 방송이 전파를 탄다면 온 세계가 난리 날 확률이 높다. 다만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을 정도까지 발전될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에 방영했던 <자급자족 여행기 - 사서고생>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제작진이 출연진에게 '특급 호텔 일정이 잡혀있다'고 제안하는 등 기대에 부풀게 만들어 외국으로 데리고 가는 형식이다. 정작 출연자가 겪는 현실은 돈이 없어 값싼 와플 하나를 다섯이서 나눠 먹는 상황이다. 그곳에서 god의 박준형은 인종차별까지 당했다. 제목 그대로 '사서 고생하러' 간 것이다.

이와 같은 방송 내용 중 어디까지 사전고지가 됐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시청률을 위해 출연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외딴 공간으로 그들을 보낸다. 오늘날 예능이 <트루먼 쇼>를 향해 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트루먼 쇼> 속에서 드러난 몇몇 인물들의 교만함과 폭력성이 촬영 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날까 두렵다. 현실에서 그런 일은 없다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영화 <트루먼 쇼>는 관찰예능의 끝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종교, 매스미디어 등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만큼 철학적이다. 깊이가 있고 울림이 강하다. 이는 이야기 자체의 힘도 있지만, 트루먼으로 분한 짐 캐리의 역량 덕이 크다.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트루먼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여 영화 속 시청자 뿐 아니라 관객마저 빠져들게 만들었다. 누군가에 의해 꿈도 사랑도 좌절된 한 인간의 처절함과 여기서 벗어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에서도 그의 연기로 감정이입이 한결 쉬워졌다. <트루먼 쇼>는 짐 캐리 쇼로 불려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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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꿈꾸는 일반인 / go9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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