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일까, '이제 와서'일까?

지난 29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H.O.T.' 편 방송을 준비 중이라며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재결합 소식을 전했다. <무한도전> 입장에선 2014년 11월 '토토가' 특집, 2015년 10월 '토토가2' 특집에 이어 삼고초려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무한도전> 제작진의 집요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팬들은 17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H.O.T. 완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 모두가 행복한 그림이 만들어진 걸까?

 H.O.T.가 드디어 재결합 소식을 발표했다.

H.O.T.가 드디어 재결합 소식을 발표했다. ⓒ SM 엔터테인먼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저 죄송하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려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저희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저희는 그저 예전에 그랬듯이 최선을 다 할게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안해요. 이날을 기다려주신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8. 2. 15. 우리 다시 만나요."

토니안은 29일 자신의 SNS에 재결합 심경을 밝혔다. 그는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뒤이어 강타, 이재원도 차례차례 소감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 그들의 사과가 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됐을까?

안타깝게도 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냉랭한 쪽에 가깝다. 무려 H.O.T.의 재결합, 그것도 <무한도전>이 추진하는 일에 이토록 밋밋한 반응이라니, 상당히 의아하다. 그런데 내막을 알고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긴 세월동안 H.O.T. 멤버들은 팬들의 기대와 믿음을 깡그리 무너뜨려 왔다. H.O.T. 팬들은 그동안 수없이 재결합을 부르짖었다. 그럴 때마다 H.O.T.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팬들의 외침을 외면했다. 물론 소속사 문제도 끼어 있었고 추구하는 음악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를 '함께 했던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다 보니 쉽게 풀 수 없는 여러 상황들'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비즈니스적인 문제들은 극복하지 못할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의지(의욕)'의 문제로 보였다. 항간에는 멤버 일부의 탓이라는 말이 나돌았고, 자연스레 멤버 간 불화도 논란거리가 됐다. 오해와 의혹, 루머는 증폭됐다. 상처는 팬들의 몫이었다.

 젝스키스는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젝스키스는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 YG엔터테인먼트


일각에서는 젝스키스의 행보를 '추억팔이'라고 비아냥댔고, '단발성 이벤트'라고 격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젝스키스는 다양한 활동(공연이나 다큐멘터리 <젝스키스 에이틴> 등)으로 팬들을 만났고, 꾸준하게 소통에 나섰다. 팬들도 막강한 화력으로 지원 사격하며 젝스키스의 기를 듬뿍 살려줬다. 이른바 윈윈(Win-Win)이었다. 아이돌의 원조 H.O.T.의 팬으로서는 그 모든 것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H.O.T.의 경우에는 컴백 시기를 계속해서 놓치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특히 그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들은 치명적이었다. 또 <무한도전> '토토가'의 패턴도 식상하고, 복고 열풍도 지나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러모로 H.O.T.에게 상황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팬들과의 교감일 것이다.

여기서 문희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문희준은 2016년 연말 20주년 콘서트와 2017년 2월 결혼 과정에서 팬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팬들은 '문희준이 20주년 콘서트로 결혼 자금을 만들었다', '팬들을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취급했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문희준 팬들은 "1. 팬을 대하는 태도 2. 명백한 거짓말과 팬과 대중을 기만 3. 무성의한 콘서트 퀄리티 4. 멤버 비하와 재결합 관련 경솔한 언행 5. 불법적 굿즈 판매와 탈세 의혹"을 들어 문희준의 모든 활동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문희준은 '왜곡하지 말아달라'며 사과했지만, 팬과의 간격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문희준, 내 음악은 반복되는 힘든상황을 향한 안타까움! H.O.T 출신 가수 문희준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문희준 20주년 기념 콘서트> 쇼케이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문희준의 20주년 기념앨범의 타이틀곡 '우리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는 팬들이 20주년을 기념하며 선물해준 광고의 글귀를 그대로 차용해 팬들의 입장으로 가사를 쓴 작품이다.

H.O.T. 출신 가수 문희준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문희준 20주년 기념 콘서트> 쇼케이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이 문제는 H.O.T.의 재결합 및 향후 활동에 큰 장애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 이것이야 말로 H.O.T.가 선행해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당장 재결합 소식을 알리는 것보다 팬들과의 소통에 나서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오직 다섯 멤버들과 팬들 만을 생각하며 무대에 서자!"라고 했다지만, 왠지 그 말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분명 H.O.T. 완전체의 컴백은 2018년 예능과 가요계의 최고의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엄청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H.O.T 젝스키스 무한도전 토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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