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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건 MBC 보도제작국장
 전동건 MBC 보도제작국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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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망가지 전 사랑 받는 프로그램이 손으로 셀 수 없이 많았다. 특히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이나 토론 프로그램의 새로운 역사를 썼던 <100분 토론>은 방송된 다음 날이면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김재철 체제 이후 MBC는 급속히 망가졌고 급기야 2014년 시사교육국과 보도제작국을 통폐합했다. 부서원은 갈가리 찢겼고 프로그램은 연성화 되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MBC에 봄이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김장겸 사장의 해임으로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는 보수정권의 MBC 장악 역사가 끝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취임한 최승호 사장은 시사제작국을 시사교양본부와 보도제작국으로 분리 시켰다.

새롭게 시작하는 보도제작국의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0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전동건 보도제작국장을 만나 보도제작국장 한 달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전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먼저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오마이뉴스> 독자님들은 제가 생각하기에 촛불을 들어 세상을 바꾸는 데에 열심히 기여하셨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2012년 이후 5년 동안 뉴스 현장에서 떠나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돌아온 건 <오마이뉴스> 독자님들 덕분이고 지금은 인생의 덤이라고 생각해요, 덤이라고 생각하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 바라고 꿈꾸시는 일 모두 잘 이루시길 기도합니다."

- 보도제작국장으로 임명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MBC가 5년 만에 정상화 되기 시작한 건데요, 5년 동안 기자, PD들이 밖으로 쫓겨나 프로그램 못 만들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새롭게 프로그램 만드는 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힘들어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잖아요. 제대로 하려고 준비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워요.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데 과거식으로만 할 순 없어서 프로그램 형식이나 내용을 새롭게 만들려고 해요. 새로운 프로그램 두 개를 만들려고 하거든요. 정신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 새 프로그램을 만드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아직 완성된 건 아니고 1월 말이나 2월 초엔 방송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먼저 토론 프로그램에서 형식과 내용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기존에 MBC가 <100분 토론>을 만들었잖아요. 이건 토론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형식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인기가 없어졌어요. 긴 토론을 사람들이 잘 안 보게 됐거든요. 그리고 JTBC <썰전> 같은 형식으로 바뀌고 해서 저희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짧은 토론 프로그램을 해보기로 했어요. 일단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도해 보려는 건데 시간을 짧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15분 정도로 매일 해보려고요, 그러면 이슈를 그날그날 빨리 대응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석학이신 도올 김용옥 선생님을 MC로 모시고 짧은 토론을 해보려고요.

그리고 시사 고발은 보도 제작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이 있지만, 지금 MBC 상황이 쉽게 말해 훈련이 잘되고 제대로 된 기자 수가 많지 않아요. 5년 동안 힘들고 왜곡된 상황이잖아요. <2580> 기자 숫자가 12명 정도였어요. 그 정도는 있어야 <2580>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5명뿐이라 이 숫자로 어떻게 잘할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자 5명과 데스크를 보는 기자와 부장 기자까지 방송에 참여하면 7명입니다. 거기에 외부 기자하고 MC를 같이 끌어들여서 협력해서 해보자는 거예요. MBC 기자뿐만 아니라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주진우 기자와 협력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고 연구 중입니다."

- 그럼 <100분 토론>은 아예 폐지되나요?
"<100분 토론>과 <시사매거진 2580>도 시즌 2를 준비하기 위해서 잠시 중단된 거예요. 여건이 다시 되면 시즌 2에 맞도록 새롭게 할 계획인데 지금은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이 몇 명 없기 때문에 다 할 수가 없어요, 일단 새로운 형식의 토론이나 시사 고발을 시도해 보고 어떻게 할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때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MBC가 현재 가장 밑바닥이니까 파격적인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 보도제작국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시사제작국은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합친 거였어요. 시사교양 PD들을 완전히 갈가리 찢어 놓고 탄압하기 위해서 부서를 해체하고 여러 부서가 합쳤는데 이번에 시사교양 본부가 새로 생겼어요. 그리고 보도제작국이 분리되어 부활한 거죠, 보도제작국도 없어졌다가 새로 생긴 게 되니까 사람도 많지 않아요, 또 전에는 프로그램도 많았거든요. 근데 새로 시작하니 일단 토론, 시사 고발, 경제 매거진 이렇게 프로그램 3개로 출발합니다."

- 임명받을 땐 심경이 어땠어요?
"저도 2012년 '신천 교육대'를 갔고 2014년엔 방송기자 연합회장을 했잖아요, 끝난 후는 구로동 외곽에 센터 만들어서 거기 있다가 나중에는 경인 지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어요. 그래서 기자일 전혀 안 했는데 갑자기 시사 고발이나 토론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자리에 임명된 거죠.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기자 인생의 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아니라 영업하는 사원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촛불 시민 덕분이죠."

- 5년 만에 복귀하셨는데 혹시 기자로서 감이 떨어지신 건 아닌가요?
"20년 동안 기자를 했으니 쌓아놓은 건 있죠, 그래도 불안한 게 지난 5년은 완전히 손을 놓았던 상태잖아요. 기자로서 제 판단이 옳은지 계속 두려움이 있죠. 그래서 지금은 더더욱 뭘 해야 하냐면 혼자 결정이나 판단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계속 얘기를 해야 해요. 왜냐하면, 동료들 역시 5년 동안 기자를 못 했던 친구들이라서 저희 감이 맞는지 확인해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망가지기 전 MBC 보도국 기자일 때 보다 선후배가 더 스스럼없이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서로 부족하니까 서로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전보다 얘기를 많이 하게 된 점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디어 환경이 달라져서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은가요?
"맞아요. 종편도 생기고 지상파나 케이블뿐만 아니라 모바일 환경이 세졌잖아요. 유통 환경이 굉장히 다양해졌거든요. 다양해진 유통 환경에서도 시민들이 필요하고 시민들이 궁금해했던 걸 풀어주는 고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다 통할 거라고 봐요, 물론 이건 유통망에 따라서 변형시킬 필요는 있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입니다.

유통망이 너무 다양해지면서 또 하나의 문제는 가짜뉴스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혼탁하게 만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때 공영방송인 MBC가 이게 진짜 혹은 진실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혼란스러울 때 '우리가 만든 걸 보세요. 이게 사실입니다'라고 해줄 수 있는, 중심을 잡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하지만 지금 MBC는 신뢰도가 아주 낮아서 이걸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일 것 같거든요.
"맞아요. 새로운 사장이 오셔서 바뀌었지만, 워낙 MBC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거든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라면 시민이 원하는 걸 해야죠. 우리 사회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언론사가 못했던 성역을 저희가 노력해서 성역 속에 가려진 비리나 부패를 파헤치면서 하나씩 보여주면 그걸 통해 신뢰를 얻을 것으로 봐요. 우리가 신뢰 있게 행동하겠다고 해서 생기는 게 신뢰도는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손석희 사장께서 JTBC 뉴스 신뢰도를 높인 비결을 보죠. 세월호 보도를 다 외면할 때 묵묵히 세월호 보도를 해온 시간이 쌓여 신뢰도가 생긴 거잖아요, 저희도 앞으로 긴 시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신뢰도를 높일 수밖에 없어요. 신뢰가 하루아침에 생길 수는 없다고 봅니다."

- 요즘 흔히 얘기하는 게 기계적 중립이잖아요. 이것에 대한 국장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에 기계적 중립은 기자가 게으르거나 비겁할 때 쓰는 거로 생각해요. 무엇이 문제일 때 좀 더 노력해서 문제의 실체를 파헤친다면 기계적 중립을 지킬 필요 없거든요. 문제점을 고발하고 세상에 이게 잘못됐다고 속된말로 까발리는 건데 그걸 안 하고 이쪽 주장과 저쪽 주장을 들어주려니까 반반씩 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기자로서 비겁하거나 게으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식의 기계적 중립은 안 하려고 해요."

- <경제 매거진 M>도 보도제작국이 제작 하잖아요. 경제 보도는 홍보성 기사가 늘 논란이 되어왔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실 생각이신가요?
"<경제 매거진 M>은 오래전부터 초점이 '소비자 시각에서 무엇이 소비자를 위한 것일까'하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아무리 인기 있는 상품이라도 그냥 소개하는 건 안 해요. 상품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도움 되는 걸 생각하죠. 물론 트랜디한 것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원칙을 세운 게 <경제 매거진 M>에서 상품명을 공개하지를 않고 그걸 인터뷰할 때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관계자를 하는 데 회사명을 알려주지는 않아요. 그런 식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기업체에서 만든 보도자료를 인용하지 않습니다. 여러 안전장치와 견제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상품을 소개하는 건 홍보가 되잖아요. 요즘 경제 추세에 맞는 행위를 현상으로 다룰 필요는 있는데, 다룰 때도 소비자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지킵니다. 상품 자체가 히트를 쳤다고 해서, 상품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고 소비자 시각으로 봅니다. 상품 이름이나 만든 회사를 전부 익명으로 처리하는 하는 이유도 주로 이런 현상과 흐름이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거지 특정 상품에 초점를 맞추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 최근 MBC 뉴스에서 오보 등의 논란이 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뉴스 제작을 안 하다 하려니까 실수도 있는데 나쁜 의도는 아니에요. 실수를 줄이면서 정신 똑바로 차려서 열심히 해야죠, 아주 사악하거나 나쁜 의도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너그럽게 보시라고 하소연하고 싶습니다."

- 초반에 이런 문제가 생겨서 어떤 의미에선 다행 같아요,
"맞아요, 초반 뉴스 시작할 때 미숙한 것도 있잖아요. 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좀 더 치밀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채찍질이 될 수 있거든요. 말씀대로 첫출발할 때 저희를 다잡게 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희에게는 채찍질이 되고 하나의 좋은 약이 될 수 있죠."

- 앞으로 보도제작국을 어떻게 이끌어 가실 생각이신가요?
"가짜 뉴스로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보도제작국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중심을 잡고, 공정하게 믿을 만한 사실을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죠. 이건 대시민 서비스죠. 저희는 그걸 하기 위한 존재잖아요. 가짜 여론이 아니라 정상적 여론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직종이거든요. 그걸 하는 과정에서 위에서 찍어 눌러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같이 얘기하며 동료로서 활발하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국장은 어떤 면에서는 총연출이잖아요. 총연출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자 한 명 한 명이 뭔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크게 북돋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그렇게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 각오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지난 5년 동안 MBC나 MBC 뉴스가 세월호 유가족 같이, 한국사회에서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를 엄청나게 많이 괴롭혔잖아요. 저희는 빚이 많은 거예요. 부채가 많습니다. 저희 뉴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회적 약자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거예요. 사회적 약자의 동료가 되어, 같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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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