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는 32경기 4승 28패로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10일 경기 전까지 12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허훈(1순위)과 양홍석(2순위)이 합류했지만, 상승 기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삼성만 만나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올 시즌 유일하게 상대 전적 우위(2승 1패)를 점했기 때문일까.

또 이겼다. 연패는 '12'에서 멈췄다. 올 시즌 33경기에서 거둔 5승 중 3승을 삼성전에서 챙겼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선 '1승'이 소중한 삼성 이상민 감독. 땅이 꺼질듯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삼성은 10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4라운드 KT와 맞대결에서 연장 접전 끝 96-97로 석패했다. 삼성은 6위 전자랜드와 승차를 좁히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지만, KT에 또다시 무너지며 고개를 숙였다. 이로써 전자랜드와 승차가 4경기로 벌어졌고, 8위 창원 LG에는 여전히 3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12연패' 탈출 KT, 삼성만 만나면 달라져

 10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에서 97대 96으로 역전승을 거둔 KT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에서 97대 96으로 역전승을 거둔 KT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은 잘 싸웠다. 3점슛 25개를 던져 무려 10개나 성공시켰다. 40%의 높은 성공률이다. '복덩이' 마키스 커밍스가 21득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중심을 잡았고, '에이스' 김동욱이 3점슛 5개 포함 22득점 6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문태영도 10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 고른 활약상을 남겼다.

끝이 아니다. 올 시즌 삼성의 핵심으로 올라선 이관희가 3점슛 4개 포함 21득점 4리바운드 2스틸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포인트 가드 김태술은 김명진의 압박 수비에 고전했지만, 7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자신의 역할은 했다. 칼 홀도 12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더블더블급 활약을 해냈다. 무엇보다 삼성의 고질병인 실책(7개)이 KT(13개)보다 절반 가까이 적었다.

그런데 졌다. 삼성의 외곽슛 적중률도 대단했지만, KT는 더 뛰어났다. 3점슛 20개를 시도해 10개를 넣었다. 50%의 성공률이다. 르브라이언 내쉬가 30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BL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순간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 미들, 3점슛 등 이날만큼은 '르브라이언'이 '르브론'으로 보일 정도였다.

웬델 맥키네스(19득점 10리바운드)도 자기 몫을 확실히 했고, 극적인 3점슛을 성공시킨 김영환(18득점 6리바운드), '대선배' 김태술과 맞대결에서 쉽게 밀리지 않은 허훈(11득점 6어시스트) 등의 활약도 돋보였다. 양홍석도 득점(6)은 적었지만 무려 12개의 리바운드와 5개의 어시스트를 곁들이며 연패 탈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네 차례의 맞대결 모두 비슷했다. 삼성은 KT를 상대로 평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평균 득점(81.9)보다 많이 넣었고(86.3), 리바운드(35.8->36.5)와 어시스트(18.3->21.3)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자유투 성공률(72.2->67.2)만 시즌 평균보다 약간 떨어졌다.

KT 만나면 뛰는 삼성, 삼성 만나면 날아오르는 KT

문제는 KT 역시 달랐다는 데 있다. KT는 삼성만 만나면 완전히 다른 팀이 된다. 득점(79.0->89.3)은 시즌 평균보다 무려 10점이나 더 많았다. 리바운드(35.8->39.3)도 4개 가까이 더 따냈다. 어시스트(18.2->20.5)와 3점슛 성공률(30.6->36.8) 등 삼성이 상대하는 KT는 연패를 거듭하는 최하위 팀이 아니었다.
 
 10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 4쿼터 종료 KT 선수들이 삼성 커밍스의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부산 KT 소닉붐의 경기. 4쿼터 종료 KT 선수들이 삼성 커밍스의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전에선 이른바 '미친 선수'도 많았다. 1라운드 맞대결에선 2년 차 박지훈이 폭발했다. 빠른 발을 마음껏 자랑하며 삼성 수비를 헤집었고, 손쉬운 득점을 연달아 성공했다. 3점슛 2방도 곁들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박지훈이 폭발하면서, 김영환(21득점)과 리온 윌리엄스(11득점 13리바운드), 맥키네스(11득점), 이재도(11득점) 등 동료 선수들까지 신바람을 냈다. 삼성의 홈에서 열린 원정 경기였지만, 97-84 완벽한 승리였다.

3라운드에는 행운까지 따랐다. 삼성은 직전 경기(vs 고양 오리온)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고, 연장 혈투 끝에 패했던 터라 맥이 빠진 상태였다. 맥키네스(24득점 15리바운드)와 윌리엄스(16득점 11리바운드)가 삼성 골밑을 마음껏 공략했고, 김영환(17득점 7리바운드)과 허훈(13득점), 박지훈(9득점 4어시스트)도 삼성전 우위를 점하는 데 힘을 보탰다.

똑 부러지게 '무엇이 문제다'라고 말하기 모호하다. 삼성은 라틀리프가 없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분명 잘 싸웠다. 출전 시간 조절이 필요한 김동욱(33분 15초)과 문태영(30분 35초)은 30분이 넘게 코트를 누볐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김태술도 35분 43초나 팀을 지휘했다. 아직 팔팔한 나이(29)지만, 커밍스는 무려 42분 53초나 뛰었다. 막판 집중력과 수비가 조금은 아쉬웠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7위 삼성과 6위 전자랜드의 승차는 4경기. 삼성이 KT전에서 잃은 승리는 3경기. 이상민 감독의 속이 쓰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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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VS부산 KT 이상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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