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야수 중 두각을 드러낸 채은성

채은성은 지난해 타격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 LG 트윈스


지난 2013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은 그 해 타율 .319 122안타 9홈런 65타점 71득점 27도루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입대 전까지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가 될 수 있는 좋은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를 받으면서도 좀처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던 민병헌이 드디어 A급 선수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민병헌은 한시즌 동안의 깜짝 활약에 자만하지 않았다. 민병헌은 최소 3년 정도 꾸준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그것이 자신의 실력이라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다. 그리고 민병헌은 올해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과 4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터트리며 4년 80억 원의 대박 계약을 따내며 롯데로 이적했다.

LG 트윈스에도 2013년의 민병헌과 닮은 선수가 있다. 2016년 타율 .313 126안타 9홈런 81타점 64득점을 기록하며 LG의 간판 외야수로 떠올랐던 채은성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채은성은 올 시즌 타율 .267 2홈런 35타점으로 성적이 추락해 2016년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어느덧 다시 치열한 주전 경쟁에 놓이게 된 채은성의 2018년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육성선수·현역복무·포지션 이동 끝에 LG의 차세대 간판타자로 성장

순천효천고 출신의 채은성은 전국대회 본선 진출조차 쉽지 않은 약체팀에 속해 있어 고교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채은성을 눈 여겨 본 LG의 스카우트가 그를 육성 선수로 영입했는데 채은성을 데려 온 당시 LG 스카우트가 바로 현 SK 와이번스의 염경엽 단장이다. 하지만 채은성은 프로 입단 후에도 한 포지션에 정착하지 못하고 실적도 턱없이 부족해 상무나 경찰야구단이 아닌 현역(의장대)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군복무를 마친 채은성은 2013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292 9홈런 38타점을 기록했고 이듬 해 정식 선수로 등록되면서 그 해 5월 드디어 1군 데뷔의 기쁨을 누렸다. 채은성은 데뷔 첫 해 포수와 1루수, 우익수를 오갔는데 양상문 감독은 타율 .277 1홈런 15타점 5도루를 기록한 채은성에게서 호타준족 외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015년부터 외야로 포지션이 고정된 채은성은 90경기에 출전해 타율 .249 4홈런 20타점으로 성적이 주춤했다. 당시만 해도 우익수 자리엔 '국민 우익수' 이진영(kt 위즈)이 있었기 때문에 1군 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채은성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2015 시즌이 끝난 후 이진영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하는 '대형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채은성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됐다.

채은성은 2016년 LG의 주전 우익수 자리를 차지하며 128경기에서 타율 .313 9홈런 81타점 64득점 7도루 득점권 타율 .346를 기록했다. '양상문 감독의 양아들'이라며 채은성을 비난하던 일부 팬들의 시선을 보기 좋게 뒤집는 반전이었다. 시즌 초반 6, 7번을 오가던 타순도 시즌 중반부터 5번으로 고정되며 당당히 LG 중심 타선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실제로 채은성은 작년 시즌 LG 타선에서 타율 2위(규정타석 기준), 안타와 타점에서는 각각 3위를 기록했다.

누가 뭐래도 채은성은 2016년 루이스 히메네스, 박용택과 함께 LG 타선을 이끈 주역이었다. 2016년 55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채은성은 올해 1억60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면서 단숨에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입단 당시 계약금도 받지 못하고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와야 했던 무명 선수가 서울 인기 구단의 차세대 간판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2017년 부진과 김현수 입단으로 좁아진 입지, 경쟁 이겨낼까

2016년이 도약의 한 해였다면 2017년은 채은성이 박용택을 잇는 LG의 간판타자로 인정받아야 할 시즌이었다. 정확성과 타점생산에서 나무랄 데 없는 능력을 인정받은 채은성에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444에 머물렀던 장타율과 9개에 그친 홈런이었다. 채은성이 2016년의 타율을 유지하면서 15개 내외의 홈런을 때릴 수 있다면 중심타자로서 '완성형'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올해 팀 홈런 최하위(110개)였던 LG는 단 3명의 선수가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명단에 채은성의 이름은 없었다. 채은성은 올 시즌 114경기에 출전하며 변함없이 LG의 주전 우익수 자리를 지켰지만 성적은 타율 .267 89안타 2홈런 35타점 28득점 5도루로 아쉬운 수준이었다. 특히 장타율이 .339까지 떨어지면서 기대했던 장타력 향상은 전혀 이뤄내지 못했다.

채은성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302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채은성은 주자가 3루에 있었던 41번의 상황에서 희생플라이를 단 1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3루까지 진루한 주자가 쉽게 득점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은 양상문 전 감독(현 단장)이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채은성은 LG의 중심타자로서 감독이 강조한 부분을 전혀 지키지 못한 것이다.

2017년 부진한 시즌을 보낸 채은성은 다가올 2018년 더욱 입지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LG가 FA시장에서 '타격기계' 김현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김현수가 2018년 LG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류중일 신임 감독의 성향상 중견수는 수비가 좋은 안익훈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은 올해 중견수와 좌익수로 활약했던 이형종, 이천웅, 임훈, 최민창 같은 선수들이 우익수 자리를 노린다는 뜻이다.

채은성은 프로 미지명과 육성선수 입단, 현역 복무, 잦은 포지션 이동 등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LG의 주전 우익수 자리를 차지한 사연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채은성은 올 시즌의 부진으로 인해 힘들게 쌓아온 자리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LG의 차세대 간판타자라는 타이틀을 내려 놓고 다시금 힘겨운 주전 경쟁을 하게 될 채은성은 2018 시즌 LG의 주역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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