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NC 다이노스)은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지난 2005년 시즌이 끝난 후 팀의 붙박이 2루수 안경현을 1루수로 이동시켰다. 빠른 발과 뛰어난 센스를 갖춘 신예 고영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2005년 안경현의 성적은 타율 .293 3홈런62타점 3실책으로 공수에서 매우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안경현의 1루수 이동은 다소 무리하고 급진적인 세대교체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영민의 주전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2006년 116경기에서 타율 .270 14도루로 가능성을 비춘 고영민은 2007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이어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로 활약하며 KBO리그 정상급 2루수로 성장했다. 지금은 보편화된 '2익수 수비'를 처음 선보인 2루수 역시 고영민이었다. 이렇듯 김경문 감독은 시기가 됐다고 판단하면 망설임 없이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지도자로 꼽힌다.

이 같은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은 NC의 감독이 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올해도 김경문 감독은 권희동, 김성욱, 김준완, 모창민 같은 젊은 야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이종욱과 이호준,손시헌 등 배테랑들을 대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했다. 김경문 감독은 내년에도 세대교체를 위해 한 젊은 내야수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가을야구에서 '깜짝활약'으로 김경문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노검사' 노진혁이 그 주인공이다.

NC의 1군 첫 시즌 주전 유격수 기회를 살리지 못한 노진혁

노진혁은 광주 동성고 시절부터 좋은 자질을 가진 내야수로 평가 받았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성균관대로 진학했다. 대학 시절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 받은 노진혁은 2011년 야구월드컵과 세계 대학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에 선발되며 대학야구 최고의 내야수로 명성을 날렸다.

노진혁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이후 펼쳐진 신생 구단 특별 라운드 지명을 통해 전체20순위로 NC의 창단 멤버로 지명됐다. 노진혁은 입단 당시 8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을 정도로 기량과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2012년 NC가 참가한 퓨처스리그에서는 63경기에서 타율 .194 2홈런25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노진혁의 안정된 수비에 높은 점수를 줬고 노진혁은 신생 구단 NC의 1군 첫 경기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만약 여기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면 노진혁의 야구인생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졌겠지만 역시 1군은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노진혁은 2013년 117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타율 .223 73안타3홈런27타점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NC는 2013 시즌을 7위로 마친 후 외부 보강의 필요성을 깨닫고 FA시장에서 두 번(2005,2009년)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A급 유격수 손시헌을 영입했다. 노진혁은 1년 만에 주전 자리를 잃고 백업으로 밀려났고 2014년 26경기에서 단 3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그 해 1군에서의 성적은 타율 .188 2타점3득점으로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2015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노진혁은 퓨처스리그에서 11경기에 출전해 4할의 맹타를 때려냈지만 1군에서는 손시헌뿐 아니라 지석훈까지 3루에 자리 잡으면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노진혁은 대수비 요원으로 1군에서 65경기에 출전했지만 .079(38타수3안타)라는 민망한 타율을 기록한 채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 다녀온 후 첫 가을야구에서 맹활약, 2018년 주전 도전

1군에서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한 유망주들에게 군경팀만큼 경험을 쌓고 기량을 발전시키기 좋은 무대도 없다. 노진혁은 상무 입대 첫 시즌이었던 2016년 김선빈(KIA 타이거즈), 이원석(삼성 라이온즈), 정현(kt위즈) 같은 쟁쟁한 고참들 사이에서도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270 5홈런36타점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끌어 올렸다.

상무에 적응을 마친 2017 시즌에는 84경기에서 타율 .315 11홈런68타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타격 능력을 더욱 향상시켰다. 비록 퓨처스리그였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9월20일 노성호와 함께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노진혁은 23일 1군에 등록돼 2경기에서 7타수2안타2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노진혁은 전역하자마자 당당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됐다.

가을야구에서 노진혁에게 주어진 역할은 백업 내야수였다. 하지만 노진혁은 10월1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실책을 저지른 박석민의 교체 선수로 투입돼 대형사고를 쳤다. 경기 중간에 들어와 4타수4안타2홈런3타점4득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NC의 13-6 대승을 이끈 것이다. 노진혁은 17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김경문 감독과 NC팬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노진혁은 입대 전부터 일찍이 안정된 수비력을 인정 받은 내야수다. 여기에 상무에서 타격 실력까지 부쩍 끌어 올렸으니 노진혁이 내년 시즌 NC 내야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미 1993년생 박민우와 1989년생 노진혁으로 구성된 NC의 새로운 키스톤 콤비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진혁이 전역 첫 시즌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 NC와 2년 1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손시헌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손시헌은 한국 나이로 38세 시즌이었던 올해도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350 5홈런45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과연 내년 시즌 노진혁은 김경문 감독의 신임을 얻어 NC 내야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NC 다이노스 노진혁 손시헌 김경문 감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