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선수 이동이 많은 시기였다. 특히 외국인 타자 영입을 비롯해 FA,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적한 타자가 많았고 박병호, 황재균, 김현수 등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타자들도 있었다.

상위 타선과 외야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춘 롯데는 두산에서 활약하던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했고, 내부 FA 손아섭을 잡는 데 성공했다. 또한 한화를 제외한 중하위권 네 팀은 이름 있는 타자의 가세로 확실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그로 인해 적지 않은 팀들이 중심 타선 강화에 힘을 쏟고 있고, 어떠한 팀도 중심 타선의 무게감만으로는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다시 말해서 내년 시즌에는 1번부터 9번까지 짜임새 있는 타선을 완성하는 팀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이범호의 타순은 7번. KIA는 올시즌 이범호-김민식-김선빈이 7, 8, 9번에 배치됐고 다른 팀들보다 무게감 있는 타선이 완성됐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이범호의 타순은 7번. KIA는 올시즌 이범호-김민식-김선빈이 7, 8, 9번에 배치됐고 다른 팀들보다 무게감 있는 타선이 완성됐다. ⓒ KBO


강팀의 조건, 짜임새 있는 타선 위한 마지막 조건은 '하위 타선'

올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의 라인업은 쉬어갈 타순이 없을 정도로 탄탄했다. 이명기, 김주찬을 시작으로 버나디나-최형우-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 여기에 안치홍-이범호-김민식-김선빈까지 9명으로 꾸려진 라인업에서 딱히 흠을 잡을 곳이 없다. 비교적 타격이 아쉬웠던 김민식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8명은 충분히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타자들이다.

재작년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했던 두산의 강점도 짜임새 있는 타선이었다. 폭발력 있는 외국인 타자가 없어도 허경민, 김재호, 최주환 등 하위 타선에서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 올시즌에도 두산은 하위 타선 OPS 0.775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하위 타선의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나갔다.

두 팀 모두 우승 경험이 있고, 또 한 가지 공통점은 하위 타선이 다른 팀들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외국인 타자를 보유하고 타 팀 부럽지 않은 중심 타선을 갖췄어도 하위 타선이 약한 팀은 한계를 드러낸다.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 모두 마찬가지다.

올시즌 팀별 7~9번 타순 기록 올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 두산, KIA의 이름을 상위권에서 볼 수 있다.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 올시즌 팀별 7~9번 타순 기록 올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 두산, KIA의 이름을 상위권에서 볼 수 있다.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 유준상


그렇다면 올시즌 10개 구단의 하위 타선 사정은 어땠을까. 팀별 7~9번 타순 타율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NC가 7번과 8번 타순에서는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반면 9번에서는 가장 수치가 낮았다.

우승팀 KIA의 경우 김민식의 자리였던 8번을 제외한 나머지 타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한 두산은 8번과 9번 타순에서 비교적 높은 타율을 기록해 하위 타선의 강점이 기록에서도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한 번이라도 2위 이상에 이름을 올린 팀들은 모두 올해 가을야구를 경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굳이 세 명이 아니더라도 한두 명 정도만 활약하더라도 팀이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중하위권 팀의 중심 타선 강화, 강한 하위 타선은 이제 '필수'

올시즌을 앞두고 KIA는 최형우를 영입했고, 롯데는 '거포' 이대호가 돌아오면서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두산은 기존 타자들의 활약이 빛났고 NC는 테임즈의 공백을 스크럭스가 잘 메웠다. '홈런군단' SK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다섯 팀 모두 한방이 있는 팀들이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중하위권 팀들이 외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도 올시즌 상위권 팀들의 움직임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8위 한화를 제외하면 모든 중하위권 팀에서 크고 작은 움직임이 일어났다. 6위 LG는 중장거리 타구를 때릴 수 있는 김현수를 영입했고, 7위 넥센은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박병호가 가세했다. 9위 삼성은 강민호, 10위 kt는 황재균을 영입하면서 올시즌보다 탄탄한 타선을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특히 7위 넥센의 행보에 많은 야구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올시즌 넥센의 하위타선 OPS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0.767로 2위 KIA(0.769)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박병호가 합류하면서 초이스-박병호-김하성이 중심 타선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고, 김민성, 고종욱, 박동원 등이 뒤를 받칠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4번 타자의 합류로 무게감 있는 하위 타선을 완성하면서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고, 여전히 중심 타선의 무게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심타선의 무게감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좀 더 짜임새 있는 타선을 완성하는 팀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10개 구단의 하위 타선 경쟁도 내년 시즌을 지켜보는 하나의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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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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