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캡틴' 기성용의 소속팀 스완지시티가 험난한 강등 경쟁의 한복판으로 추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스완지시티는 3승 3무 11패(승점 12)에 그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에는 리그 18라운드 에버턴 원정에서 1-3로 완패했다. 지난 10일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8경기 무승(1무 7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모처럼 승리를 맛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맨시티(0-4)전 참패에 이어 또다시 연패의 늪에 빠졌다. 잔류권인 17위 스토크시티(승점 16점)와의 승점 차이는 4점이다.

스완지는 구단 역사상 최고 승점과 순위를 기록한 2014-15시즌(8위, 승점 56) 이후 지속적인 하향세다. 지난 시즌에도 아슬아슬한 강등 경쟁 끝에 15위에 그치며 간신히 1부리그에서 살아남은 바 있다.

이적 시장 실패-잦은 감독 교체-주축 줄부상, 위험한 스완지

기성용,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선제골 지난 2014년 8월 16일, 스완지 시티의 기성용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EPL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스완지 시티의 기성용(자료사진) ⓒ 연합뉴스/EPA


스완지는 정확히 1년 전 이맘때도 힘겨운 강등권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2016년 12월 20일 당시 스완지의 성적도 정확히 3승 3무 12패로 올해와 똑같다. 다만 꼴찌 헐시티에 골득실에서 앞서 순위는 19위로 한 계단 높았다. 당시에도 유력한 강등후보로 거론되었던 스완지였지만 후반기 뒷심을 발휘하며 막판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두는 반전으로 기적적인 '생존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도 상황이 더 심상치 않다. 이적시장에서부터의 실패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실질적인 스완지의 에이스로 꼽히던 길피 시구르드손이 에버턴으로 이적한 이후 전력보강에 실패하며 가뜩이나 허약한 공격력이 더 약해졌다. 올시즌 스완지의 가장 야심찬 영입으로 꼽혔던 헤나투 산체스의 부진도 뼈아프다. 팀내 득점 1위인 타미 아브라함이 고작 4골(공동 27위)에 그칠 만큼 해결사가 부족하다.

스완지는 지난 시즌 무려 70골을 실점하며 강등팀 헐시티(80실점)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실점을 허용한 '자동문' 수비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올해는 18라운드까지 실점은 리그 13위(25실점)로 그럭저럭 중위권에 가깝지만 이번엔 득점이 단 10골(경기당 0.55골)에 그치며 평균 1골에도 못 미치는 현재 리그 최악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골득실 마진 –15는 스토크시티(-20)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쁜 기록이다.

불안한 성적으로 해마다 감독교체도 빈번하다. 기성용이 입단한 2012년 이후에만 무려 6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갔다. 지난 시즌 스완지를 강등 위기에서 구해낸 현 폴 클레멘트 감독도 지금으로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과거 브랜든 로저스나 미하엘 라우드럽, 게리 몽크 감독 시절까지만 해도 짧고 정교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색깔이 뚜렷했던 스완지시티지만, 최근에는 공격도 수비도 확실한 특색이 보이지 않는 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설상가상 주축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여기에는 기성용도 포함되어 있다. 기성용은 종아리 부상으로 지난 에버턴과의 경기에서도 결장했다. 이미 시즌 초반부터 장기 부상으로 고전했던 기성용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잔부상이 부쩍 잦아지며 그 여파로 기성용의 기량도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또한 에버턴전에서는 전반 3분 만에 공격수 윌프레드 보니 역시 부상으로 일찌감치 교체되는 악재까지 발생하며 상황이 점점 꼬이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풍부하지 않은 스완지로서는 '박싱 데이'라는 빡빡한 일정까지 앞둔 상황에서 강등권 경쟁에 최대의 고비다.

해외파 한국 선수의 강등 전쟁, 낯선 경험은 아니지만...

한국인 유럽파 선수들에게 강등 전쟁은 더 이상 낯선 경험이 아니다. 2010~2011시즌 박주영(현 서울)의 AS 모나코(프랑스)가 리그앙에서 2부로 강등된 것을 시작으로, 2011~2012시즌 이청용의 볼턴, 정조국(강원)이 임대로 활약한 낭시(프랑스), 2012~2013시즌에는 박지성(은퇴)과 윤석영(가시와)이 속한 QPR, 2013~2014시즌에는 김보경(가시와)의 소속팀이었던 카디프시티(잉글랜드), 2014~2015시즌에는 윤석영의 QPR과 김보경의 위건이 각각 하부리그로 추락하며 무려 5년 연속으로 한국인 유럽파 선수들이 속한 팀이 강등당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웃지 못할 장면도 속출했다. 윤석영과 김보경은 평생 한번 경험하기도 힘든 강등 체험을 각각 수차례나 겪는 진기록도 세웠다. 윤석영은 QPR에서만 챔피언십 강등의 쓴맛을 2번이나 맛봤고, 잠시 임대로 활약했던 찰튼에서는 3부 리그 강등까지 경험했다. 김보경 역시 잉글랜드 카디프시티(1부→2부)와 위건(2부→3부)에 이어 일본 J리그 마츠모토 야마가(일본 1부-2부)까지 포함하면 전대미문의 '소속팀 3연강'(3년 연속 강등)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강등 요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은퇴한 차두리(현 국가대표팀 코치)도 독일무대에서 총 3번이나 강등을 경험하며 한국인 유럽파 공동 타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기성용도 선덜랜드 임대 시절이던 2013~2014시즌 이후 여러 차례 소속팀의 강등 위기를 경험했다. 독일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자철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역시 팀전력상 매년 잔류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팀의 주축으로서 여러 번 소속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내며 아직까지 2부리그로 밀려난 적은 없다.

지난 시즌에는 다행히 한국인 유럽파가 속한 팀이 강등권에 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기성용의 스완지를 비롯하여 이승우가 속한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19위)가 하위권에서 힘겨운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기성용과 스완지의 계약기간은 2017-2018시즌이 종료되는 2018년 6월까지다. 보통 계약 기간까지 6개월이 남는 올해 말까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클레멘트 감독과 스완지는 기성용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내리며 재계약을 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강등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스완지의 현재 상황이 변수다. 기성용도 일단 팀이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느냐에 따라 재계약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기성용이 중원에서 공을 치고 나와 상대 문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기성용이 중원에서 공을 치고 나와 상대 문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성용은 한국대표팀에서도 주장이자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창 경기력을 끌어 올려도 모자랄 시점인데 주장이 계속된 부상에, 소속팀은 강등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은 대표팀으로서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2~3년간 기성용의 기량이 정체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발전 없는 스완지의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올시즌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느냐와 별개로, 과연 스완지가 앞으로도 기성용의 축구인생을 계속 기약할 만한 비전이 보이는 구단인지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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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기성용 스완지 강등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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