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눈과 목소리를 지닌 싱어송라이터." - 이적
"언젠가 꾸었던 꿈의 순간을 들을 수 있다면 이런 음악일까?" - 정지찬

한 뮤지션의 음악들을 감상한 후 가요계 선배 아티스트들이 건넨 코멘트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아티스트의 노래를 듣는다면 남성일지 여성일지 모를 중성적 보컬에 묘한 매력과 호기심이 작동된다.

그리고 그가 전하는 직접 쓴 가사는 너무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 갈 '젊은이의 여러 단상'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멜로디는 왠지 무겁고 외롭기도 하지만 따스하고 편안하기도 하다. 아마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그려내서일까?

지난 3일 첫 번째 정규 앨범 <젊은이>를 발표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유하가 그 주인공이다. 2013년에 열린 24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그런 건 없었어'로 장려상을 받으며 대중음악계에 들어섰다.

데뷔 4년 차가 돼서 열한 곡이 수록된 음반을 비로소 세상에 알리게 된 유하. 나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여러 상황이 그 앞에 있었고, 그 가운데 직장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유하는 자신의 평범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앨범 <젊은이>가 같은 나이 또래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으면 한다는 마음도 전했다.

앨범 발매 후 첫 언론 인터뷰라 다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유하. 타이틀 곡 '인부 1'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가장 선명하게 투영되어 있어 꼭 들어보라는 그의 어색했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지난 16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유하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유하 음악의 정체성을 갖게 된 1집 정규 앨범 <젊은이>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장려상 수상자로 2014년 가요계에 입문한 여성 뮤지션 '유하'의 사진과 그의 앨범 재킷 이미지.

ⓒ 애프터눈레코드


- 활동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기분이 여전히 이상하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해서 나온 앨범이라 막상 나오기 전에는 우울한 마음마저 생겼다. 책임감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음반을 통해 나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실하게 찾았다."

- 예정보다 오래 걸렸다고 들었다.
"3년 정도 걸렸는데 소속 회사의 여러 뮤지션이 있다 보니 스케줄로 노래나 앨범을 내야 하는 상황이 있었고 발매 일정이 조금씩 밀리게 되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더 좋은 새 노래도 만들 수 있었고 나름 가지치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을 갖게 돼 좋았다."

- 이번 음반 수록곡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앨범 제목이 <젊은이>다. '나'를 포함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또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해 담고 싶었다. 특히 나이와 관계없이 일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 해외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곡도 있다고 들었다.
"올봄 유럽 몇 개 나라와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피레네(Pyrenees)'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초입에 있는 험난하면서도 너무도 아름다운 피레네산맥을 넘으면서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된 곡이다. 1번 트랙 '소살리토(Sausalito)'와 10번째 곡으로 들을 수 있는 '곰 같은 새'는 미국 여행 중 공원에 앉아 있을 때 펼쳐진 풍경을 통해 완성된 노래들이다.

주로 내 눈 앞에 펼쳐진 시각적 요소들을 음악으로 옮겨 곡과 노랫말 작업을 하는 편이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쳤고, 젊은이로서 할 수 있었던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이 녹아있다."

- 그래서인지 선배 대중음악인들의 앨범에 대한 코멘트 인상적이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고 즐겨 접했던 뮤지션들인 이적, 이규호, 아스트로비츠, 정지찬, 오지은 등 선배님들이 내 음반을 직접 듣고 평가를 해주시니 꿈만 같았다. (웃음) 영광스럽고 소중한 이야기를 주신 만큼 그에 걸맞은 앨범 활동을 하려 한다."

- 이번 앨범을 색상으로 표현하자면 파란색과 회색이 뚜렷하다.
"그런가? (웃음) 노래들을 차례로 듣다 보면 '다소 무겁고 외로움이 묻어있다'는 평을 듣고는 하는데 질문에 있는 두 색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반면 내 노래를 듣고 따스하고 편안한 기운이 전해진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신 분들도 있다. 앞으로도 대중에게 다채로운 감성을 색깔 있는 음악으로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진정성 있는 음악, 책임감 가진 뮤지션 되고 싶어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장려상 수상자로 2014년 가요계에 입문한 여성 뮤지션 '유하'의 사진과 그의 앨범 재킷 이미지.

ⓒ 애프터눈레코드


- 유하란 이름이 낯설지 않다.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그런 것도 같다. (웃음) 동명의 유명 영화감독, 걸 그룹 멤버가 있다. 그리고 유재하 선배님의 이름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유보영이란 본명이 추구하는 음악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냥 외자를 쓰면 어떨까 생각했고, '가, 나, 다...' 쭉 붙여 보다가 '하'까지 갔다. 그래서 '유하'란 이름이 탄생한 거다. (웃음)"

-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
"실용음악과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음악학원에 다녔다. 그때 선생님이 과제로 내주신 곡 중 하나가 유재하 선배님의 '우울한 편지'였다. 이 노래가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것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았고, 그분의 앨범을 들으며 뮤지션을 더 강하게 꿈꾸게 됐다. 그리고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싱어송라이터가 되고자 하는 아마추어 음악인들에게 중요한 장인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전을 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잘 부르는 유재하 선배님의 노래는 '가리워진 길'이다."

- 프로 음악인이 된 이후, 스스로 꼭 지키려 하는 것이 있나?
"진정성과 책임감이다. 나 자신에게 진정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이입이 돼야 듣는 분들에게도 똑같은 그것이 전해지는 것 아닐까? 게다가 세상에 빛을 본 곡들, 앨범 그리고 활동에 있어서 프로 뮤지션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늪과 같아, 힘든 현실 속에서도 빠져들게 만들어

-  데뷔 4년 차다. 경제적인 면에서 여유가 생겼나?
"2014년 5월 3곡의 노래를 발표하며 데뷔를 했다. 여행 등 간간이 여유시간을 가지면서 음악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삶도 여전히 병행 중이다. 언제쯤 전업 뮤지션이 돼 음악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 없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 여러 동료 음악인들이 겪고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 어려운 현실 상황에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상당수 뮤지션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노래는 물론 정규 앨범을 발표해도 묻혀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중의 눈과 귀에 다가갈 노출 기회조차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힘겨운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게다가 하루에도 수많은 곡이 쏟아져 나올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대중음악계 시스템에 인디 신 아티스트들의 어려움은 더 크게 다가선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장려상 수상자로 2014년 가요계에 입문한 여성 뮤지션 '유하'의 사진과 그의 앨범 재킷 이미지.

ⓒ 애프터눈레코드


- 힘든 상황이지만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우선 첫 정규음반 <젊은이>는 한 번 듣고 지나치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 듣게 되는 앨범으로 많은 분에게 남아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추구하고 담고 싶은 메시지는 '평범한 삶'이다. 나는 상상을 하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내 음악에 풀어다 쓰지 못한다. 오롯이 내 이야기를 할 뿐이다.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내 삶을 곡과 노랫말로 표현하다 보면 충분히 많은 분과 더불어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댓글 등을 많이 남겨주시고 있다."

- 유하에게 음악은?
"늪과 같은 존재다. 빠져들지 않으려 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어느새 헤어날 수 없는 게 음악이다. 우연히 어떤 노래를 듣고 '나도 저런 곡 하나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목표와 다짐을 갖게 만든다."

- 끝으로 이번 앨범 활동 계획을 알려 달라.
"우선 내년 2월 초 예정인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 준비를 잘 하고 싶다. 아직 무대 울렁증이 있어 긴장하는 편이지만 프로 뮤지션으로서 계속 극복해 나갈 거다. 어쨌든 기회가 되면 라이브 무대와 라디오 방송,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이번 음반 홍보에 주력하고 싶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장려상 수상자로 2014년 가요계에 입문한 여성 뮤지션 '유하'의 사진과 그의 앨범 재킷 이미지.

ⓒ 애프터눈레코드



유하 젊은이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인부1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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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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