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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뜨거운 감자'로 한 층 치솟은 무안국제공항의 모습.
 '뜨거운 감자'로 한 층 치솟은 무안국제공항의 모습.
ⓒ Wikimedia Commons (N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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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선의 새로운 노선이 확정되었다. 그와 동시에 지도를 조금이라도 펴 본 사람들에 의해 엄청난 물음표를 낳고 있다. 호남고속선이 기존 계획대로 광주송정역과 목포역을 직선으로 잇는 방식도, 국가가 중재했던 무안공항 지선안도 아닌 광주송정역에서 무안공항역을 들렀다가 목포역으로 확 틀어버리는 직각에 가까운 코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KTX 무안공항 경유안을 취소해달라거나, 심지어는 무안국제공항을 폐항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있을 정도로 일부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고막원역에서 분기하여 무안공항으로 가는 노선이 'C자'에 가까운 데다가, 무안공항의 배후 사업이었던 무안기업도시 사업 역시 백지화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에서 내놓은 광주 - 목포 간 직선 노선안에 비해서 걸리는 시간이 긴데다가, 무안공항역을 정차할 경우 현재의 나주, 함평을 경유하는 호남선 구간에 비해 더 많은 소요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또한 실제 1조 정도 공사비가 더 많이 드는 만큼 '1조를 들여 공항을 살릴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시간, 경유지 포기하고 서울에서 무안공항 갈 사람 찾는다고?

 호남고속선의 노선 방향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호남고속선의 경유역인 익산역.
 호남고속선의 노선 방향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호남고속선의 경유역인 익산역.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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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KTX 노선망은 광주송정역과 목포역을 2004년 개량된 호남선 철도망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목포 시내를 지하화하고, 일부 곡선 구간을 직선화하는 등의 노력을 거쳐 이미 광주송정 - 목포에 37분 내외가 소요되고 있다. 이 구간을 230km/h급으로 준고속화하는 작업을 거치면 광주송정 - 나주 - 목포 간 소요시간이 23분까지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협의한 고속선인 고막원 - 무안공항 - 목포 간 선로는 공사가 완료되어도 26분이 소요된다. 원래의 기본 계획 노선이었던 광주송정 - 목포 간 직선 노선이 16분이었다는 것, 앞서 말했듯 구간을 고속화하고 일부 열차에 한해 무안공항역으로 향하는 지선을 만드는 안에 비해도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이렇게 노선을 꼬는 이유는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의 활성화를 위해서이다. 당시 예산이 3056억 원이 소요되었고, 무안광주고속도로의 종점을 무안공항 바로 앞으로 하여 개통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국내선 이용객은 광주공항에 밀려 2015년 1만1000여 명에 불과하고,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역시 2015년 31만여 명이 방문했지만, 사드 논란 이후 주춤한 상태이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활성화를 위해 KTX를 들여오기에는 문제가 많다. 이미 서울 시민들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이 환승을 위해 구태여 비행기가 적은 무안공항으로 KTX를 이용해 갈 필요도 없다. 강릉으로 여행하는 여행객이 구태여 대구국제공항을 이용할 일이 적듯이 말이다.

더욱이 경유지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고막원 - 무안공항 - 목포 간 노선에서는 함평읍을 기존 호남선보다 가깝게 접근할 뿐이고, 수요를 낼 만한 읍내나 면 소재지 등이 전무하다. 이미 충분한 승객들을 확보하고 있는 함평역, 일로역, 몽탄역 등 기존 역들의 배차 간격만을 벌려 수요만 뺏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 공항은 지역 수요를 끌어야 한다

 지역 수요를 한껏 빨아들여 55년만의 흑자를 기록한 대구국제공항.
 지역 수요를 한껏 빨아들여 55년만의 흑자를 기록한 대구국제공항.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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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공항'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공항은 그 지역의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생겨난다. 양양공항은 동해북부권의 수요를 전혀 끌어오지 못했고, 무안공항은 광주, 목포 등 전남 서부권의 수요를 끌어오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거대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을 전국에서 3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광주공항은 광주송정역에서 택시로 5분 거리 정도로 가깝지만, 서울이나 천안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광주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KTX를 탑승하여 찾지 않는다. 오히려 김포공항에서 광주로 비행기를 타고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은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장거리 국제선은 인천공항으로 이원화된 상황 탓이다.

지역 수요를 끌어들여 성공한 공항이 있다. 바로 주변의 지역 수요를 자석처럼 한데 모은 대구국제공항이 그 예시이다. 대구국제공항은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을 통해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괌 등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노선을 개항함으로서 대경권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관광수요를 이끌었다. 이를 통해 결국 2016년 개항 55년만의 흑자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라는 매머드급 공항이 있다. 부산에는 김해공항이라는 코끼리급의 공항도 존재한다. 배후 인구와 접근성, 편의성과 운항 용이성을 무기로 무장한 이들 공항을 직접적인 경쟁으로 승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연계교통을 수혈한다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

지역 공항은 지역의 수요를 끌어야 한다. 그 이상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면 돈을 안 쓰느니만 못한 결론이 나온다. 이미 양양공항이 이를 증명한 이후 전세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울산공항은 'KTX보다 저렴한 비행기'를 모토로 서울 - 울산 간의 저가 항공사 유치에 성공했다. 이렇듯 지역 공항의 한계를 알고, 전남권 수요를 끌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적' 전에 '실효성' 고민, 한 번이라도 해 주세요

경유지 문제로 기로에 선 목포역 지난 8월 1일 목포역에 KTX 열차가 승객을 싣고 떠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목포역은 무안공항이냐, 기존선이냐의 경유안을 두고 어지러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경유지 문제로 기로에 선 목포역 지난 8월 1일 목포역에 KTX 열차가 승객을 싣고 떠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목포역은 무안공항이냐, 기존선이냐의 경유안을 두고 어지러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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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은 백번 양보하여 지선 건설이 가장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납득할 만한 결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항 건설비의 열 배에 달하는 KTX 건설이 실효성을 얼마나 낼지는 의문에 가깝기 때문이다.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은 왜 있는지 무안한 공항'이라는 일각의 우스갯소리를 타파하려는 노력은 좋지만, 그를 위해 장거리를 위한 KTX를 도입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한 본을 갖고 있는 크지 않은 공항이다. 승객 수도 많지 않아 보잉 737, 에어버스 A320 정도가 뜨고 내릴 뿐이다. 버스 두세 대를 비행기 시간에 맞춰 운행하면 충분할 공항에 1조를 더 투자해 실리가 사라지고 명분과 치적만이 남는 세금 낭비를 또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치적을 앞세워 실효성을 망가뜨린 사례가 이미 여러 교통 관련 사업에서 존재한다. 같은 호남고속선의 공주역은 주변의 논산시, 부여군, 공주시의 갈등 끝에 공주시내, 부여읍내, 논산시내, 계룡시내에서 모두 20~30km가 걸리는 '공평하게 먼' 역이 탄생했다. 이 결과로 공주역은 2017년 5월 기준 하루 이용객이 379명에 불과한 역이 되었다. 무궁화호만이 5번 정차하는 보성역의 2015년 기준 이용객과 비슷한 수준이다.

 텅 비어있는 양양공항의 모습. 국내선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해 '1:1 서비스'라는 웃음거리에 이용되기도 했다.
 텅 비어있는 양양공항의 모습. 국내선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해 '1:1 서비스'라는 웃음거리에 이용되기도 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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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아라뱃길 역시 서울에서 화물을 배달하는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불구, 개통과 공사를 강행했지만, 배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이곳을 찾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을 단순히 '치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세금을 사용하고 있고, 개통한 이후에도 소중한 혈세를 먹는 하마가 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세심한 감시가 필요하다.

"예산 낭비라고 매도하지 말라"는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의 말은 오히려 박지원 전 대표 본인의 의원 지역구인 목포 시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직선 경로에 비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목포의 배후도시인 무안, 함평의 읍 지역에 KTX가 정차할 가능성도 모두 무시한 KTX의 무안공항 경유는 아무리 봐도 양 당 간의 치적사업이라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다.

무안공항 경유 KTX 노선의 재검토를 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치적을 쌓기 위한 교통 관련 사업을 중단하였으면 한다. 작게는 버스에서부터 크게는 고속선 사업까지 이러한 정치적 치적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병들고 있다. 이것이 타파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적폐 청산'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대딩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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