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에서 메인뉴스를 진행 중인 전원책 앵커.

에서 메인뉴스를 진행 중인 전원책 앵커. ⓒ TV조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디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

지난 7월 < TV조선> 기자 80명은 성명을 냈다.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라는 제목이었다. 당시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지난 7월 13일 < TV조선> 메인 뉴스 <종합뉴스9>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의 편향성이었다. 문제의 중심엔 전원책 앵커가 있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유라)씨 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다. 저 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린다."

보도국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앵커가 사회부 기자들을 '질책'하는 동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송구스럽다"는 말로 '사죄'에 가까운 표현을 쓴 것이다. 전원책 변호사가 < TV조선> 메인뉴스의 진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3일. 이른바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전격 발탁이었다.

JTBC <썰전>으로 주가와 인지도를 올린 전 변호사를, 메인뉴스 앵커 자리에 발탁한 < TV조선>은 단 열흘 만에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의 항의 성명에 직면하게 됐다. < TV조선> 최초였다. 그에 앞서 < TV조선>은 작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건부 재승인을 받으면서 위기를 겨우 모면한 바 있다.  

당시 < TV조선> 취재기자들은 "(개편 이후)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이다.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있는 특종을 많이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편향성' 논란을 빚은 앵커 전원책의 메인뉴스는 이렇다 할 반향도, 시청률 상승도 보이지 못했다. 

그 결과, 5개월 만에 전원책은 메인뉴스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근 < TV조선> 측은 오는 12월 8일 이후 <종합뉴스9>의 앵커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 TV조선>은 전원책 앵커에게 탐사보도나 토론 프로그램 진행을 맡길 예정이지만 앵커 직에서는 하차시킨다는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이후 후속 앵커가 누가 될지 이목이 쏠렸다. 경쟁사 MBN의 경우 MBC 출신 김주하 앵커와 역시 MBC 출신이자 MB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김은혜 앵커 등이 중추로서 활약 중이다. 전원책이란 파격 캐스팅을 단행했던 < TV조선>이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27일, 그 후임 소식이 전해졌다. 신동욱 SBS 현 국제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전원책 후임으로 TV조선 가는 신동욱 SBS 국제부장

 SBS 신동욱 국제부장이 TV조선으로 이적한다.

SBS 신동욱 국제부장이 TV조선으로 이적한다. ⓒ SBS


< TV조선>은 이날 "신동욱 현 SBS 국제부장(전 SBS 메인뉴스 앵커)이 TV조선 보도본부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다음 달 11일부터 <종합뉴스9>의 앵커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히며 신동욱 앵커의 이적을 공식화 했다. 전원책 앵커는 < TV조선>의 신설 프로그램인 <전원책의 토크로 세상을 읽다>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 부장의 이러한 이적은 여러모로 화제의 '뉴스'일 수밖에 없다. 비단 메인뉴스 앵커와 함께 보도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거나 전원책 앵커의 후속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SBS 메인뉴스인 < SBS뉴스 8 >을 7년 6개월간 진행한 '최장수 앵커'인 그가 < TV조선>으로 이적한 것 자체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미 김주하 앵커가 MBN에서 활약 중이다. 김은혜 앵커의 이적 역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들은 '망가진 공영방송' 출신이라거나 MB 정권 대변인 출신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신 부장은 '민영' SBS 출신이자 메인뉴스 최장수 앵커의 종편 이적이라는 일종의 '프리미엄'을 부여할 만하다. 특히나 '전원책 앵커'로 인해 제기된 편향성 논란을 나름 일소에 해소할 수 있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실 방송인들이 청와대로, 여의도 국회로 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같은 언론인과 정치권 즉, 권력과의 밀회는 후진적인 언론 생태계의 일면이란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나 박근혜 정부에서 SBS 출신 인사들이 다수 등용되면서 이러한 밀월이 강화되면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권과 정당을 비판했던 보도 주체들이 하루아침에 자리를 바꾸는 것, 그 자체가 한국 언론 생태계의 기이한 지형을 반영하는 일면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신 앵커의 이적은 SBS에서 보수적 색깔이 가장 강한 < TV조선>으로의 이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MBC 배현진 앵커는 왜?

 MBC 배현진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모습.

MBC 배현진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모습. ⓒ MBC


김장겸 사장 해임 이후 MBC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예고하고 있다. KBS는 고대영 사장 해임을 위한 총파업을 두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양대 공영방송 노조가 더 이상 정권과 권력에 휘둘릴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시청자를 위한 공정보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공영방송이 망가지는 사이, JTBC를 비롯한 종편과 케이블의 약진은 방송과 뉴스보도 지형을 뒤흔들어 놨다.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KBS 1TV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지상파가 예전과 같은 힘과 권력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뉴스 부문의 경우 신뢰성과 시청률 면에서 침몰한 지 오래다. MBC가 대표적이다. 아니, MBC는 세월호 참사 이후 '종편보다 못한 뉴스'라는 질타와 비난을 받아 왔다.

그렇다고 대표적인 보수종편인 < TV조선>나 <채널A>가 반사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니다. '전원책 카드'를 내세웠던 것도 그러한 속내를 반영한 파격 캐스팅이었다. < TV조선>은 특히 '최순실 특종' 이전까지 <채널A>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막말 방송', '극우 종편'으로 명성이 자자하지 않았던가. 이번 '신동욱 캐스팅'이 분위기 반전을 이루는 극약 처방이 될지, 주목도에 비해 미비한 과거 몇몇 종편으로의 이적 사례에 그칠지 주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MBC 배현진 아나운서다. 이날 한 매체는 '신동욱 이적' 보도와 함께 배현진 아나운서 역시 < TV조선>행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즉각 MBC와 < TV조선> 측 모두 "확정된 바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잘 알려진 대로, 배현진 아나운서는 지난 9월 MBC 노조의 총파업 이후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과 함께 '배신남매'로 불리며 비난을 받아왔다. 망가진 MBC의 간판 역할을 자임하며 <뉴스데스크> 앵커를 7년간 맡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과연 이 배현진 아나운서가 과연 MBC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계속 뉴스를 전할 수 있을지 염려(?)하던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배 아나운서의 < TV조선> 이적설이 흘러나온 것이다.

메인뉴스 앵커라는 직은 자신이 전하는 뉴스의 색깔에 대해, 그 파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이번 해프닝이 가볍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신동욱 전원책 TV조선 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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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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