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최종전이 마무리되면서 이번 시즌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우승컵은 전북이 일찌감치 들어올렸지만 이번 시즌 박수를 받을 팀은 전북만이 아니다. 전북의 우승을 턱 밑까지 추격했던 제주 역시 이번 시즌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이번 글에서는 1위가 아닌 2위를 주목하는 이유를 말해보고자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만들어낸 2위

 지난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 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2 대 1 상황에서 제주 이창민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 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2 대 1 상황에서 제주 이창민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의 이번 시즌 2위 성적을 평가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조성환 감독이다. 조 감독은 2013년부터 제주와의 인연을 맺었다. 은퇴 후 전북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조 감독은 전북의 코치에서 제주의 코치로 자리를 옮기며 제주와 첫 만남을 가졌다.

2014 시즌이 끝나고 박경훈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은 제주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짧은 패스로 빠른 템포의 축구를 목표로 한 조성환 감독은 2년만에 제주에 자신의 스타일을 입혔다. 조성환 감독의 색깔을 입으면서 제주는 진화했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이 되었다.

이번 시즌은 제주에 있어 기록적인 시즌이었다. 2011년 이후 6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을뿐더러 내부적으로도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조용형, 마그노 등 주전급 선수들뿐만 아니라 이창근, 이찬동과 같은 미래를 기약하는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던 마르셀로를 잔류시킨 것도 이번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선택이었다.

조성환 감독의 색깔과 차근차근 완성된 제주의 선수단은 돌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비록 전북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 보여준 제주의 모습은 다음 시즌 다시 한 번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목표를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 제주가 이뤄낸 2위는 성공의 교과서를 보여준다. 확고한 팀 컬러와 필요한 위치에 적극적인 선수영입은 제주가 성실히 수행해온 일이고, 이것이 지금의 제주를 만들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 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조성환 제주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 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조성환 제주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바람을 견디고 더 단단해져 돌아온 팀

사실 이번 시즌에는 제주에게 위기의 순간이 몇 차례나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위기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폭행시비로 인한 징계였다. 제주에게 있어 이번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1차전을 2-0으로 승리했기에 누구나 8강 진출을 확실하게 여겼지만 결국 원정경기에서 모든 것이 틀어졌다.

1차전 홈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것과 달리 2차전에서 제주는 우라와에게 끌려다니는 경기를 했다. 우라와가 2골을 넣으며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결국 세 번째 골을 내주며 제주는 8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라와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선수들 사이의 마찰이 생겼고, 백동규와 조용형이 몸싸움에 휩쓸리면서 AFC의 중징계를 받았다. 제주가 항소를 하고, 우라와 선수들의 조롱이 섞인 언사 등이 밝혀지면서 징계의 수위가 낮아졌다. 하지만 제주로서는 주전 수비수 조용형과 백업요원 백동규의 이탈은 꽤나 치명적이었다.

경기장 안에서의 가장 큰 이슈가 우라와전이라면 경기장 밖의 이슈는 주전 선수들의 이적과 팀의 연고 이전 논란이었다. 제주는 이번 시즌 마르셀로와 황일수를 이적시켰다. 두 선수 모두 좋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제주의 공격을 이끄는 선수들이었고, 특히 황일수의 경우는 K리그에서의 좋은 활약으로 대표팀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주축 선수였던 두 선수는 일본과 중국행을 택했다. 제주로서는 시즌 중에 핵심선수를 빼앗기는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더불어 여름에는 연고지 이전 논란이 일었다. 제주시와 맺은 SK 축구단의 계약만료를 앞두고 용인시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 되면서 적잖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경기장 안에서의 승부에 신경 써야 할 감독과 선수들에게 경기장 밖의 소식들이 신경을 쓰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제주는 비바람을 견디면서 더 단단한 팀이 되었다. 마르셀로와 황일수의 이적이 있었지만 독일에서 돌아온 류승우와 군입대를 위해 이적을 택한 윤빛가람의 합류로 위기를 견뎌냈다. 경기장 밖은 시끄러웠지만 경기장 안의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제주는 위기를 버텨내면서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여름 슬럼프'를 벗어나 '진짜' 강팀이 되었다

제주는 매 시즌마다 가지는 슬럼프 기간이 있다. 바로 여름이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의 제주도는 여름에는 축구하기 정말 힘든 날씨가 된다. 게다가 제주 선수들은 원정경기를 치르려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여름에는 관광객들로 인해 붐비는 제주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장시간 차와 비행기 안에서 머물러야 하는 선수들이 제대로 된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제주 선수들이 매 시즌 여름에 약한 이유는 이런 부분이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제주는 '여름 슬럼프'를 벗어났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7월과 8월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7월에는 1위 전북을 잡아내면서 순위를 끌어올렸고, 8월에는 1경기도 지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여름 슬럼프'는 없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제주 선수들이 여름을 잘 치렀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다. 한 시즌의 허리로 평가할 수 있는 여름기간에 매년 좋지 않은 성적을 보였던 제주는 시즌 마지막에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시즌만 해도 여름에 치러진 경기들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면서 순위가 7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상위 스플릿에 올랐지만 여름에 잃어버린 승점들은 제주의 발목을 잡았다. 1위와의 승점차가 11점인 것을 감안한다면 제주가 여름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우승경쟁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제주가 전북을 끝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여름에 승점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문제점을 해결해낸 제주는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 성적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여름에도 강한 제주는 '진짜' 강팀으로서 충분한 우승의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제주의 2018년은 2017년보다 빛날 것이다

2017년의 제주는 빛나는 활약을 보였다. 경기장 안팎으로 위기가 있었지만 잘 극복해냈고, 매 시즌 겪어오던 '여름 슬럼프'도 극복해냈다. 게다가 1위 전북을 지속적으로 추격하면서 우승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록 2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이번 시즌 아쉬움을 남겼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리그의 모든 팀들이 어려운 상대로 여길만큼 좋은 팀이 되었다.

하지만 제주의 빛나는 시즌은 2017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주의 이번 시즌 성공은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 신인왕을 수상했던 안현범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이창민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K리그에 적응하고 있는 류승우도 칼을 갈고 있고, 리그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가 된 권순형과 정운도 있다.

선수단이 위력적인 것은 물론 조성환 감독의 스타일이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감귤타카'로 불리는 제주의 스타일은 이번 시즌 수비에서 더 탄탄하고, 공격에서 더 날카로워졌다.

전북의 1강이 예상되던 이번 시즌에 제주는 전북의 경쟁자로서 충분한 저력을 보여줬다. 이제 제주는 다음 시즌 경쟁자를 넘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팀이 되길 바라고 있다. 빛나는 시즌을 보낸 제주의 다음 시즌은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이번 시즌 2위인 제주가 빛나는 이유는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낸 좋은 성적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빛나는 2위 제주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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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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