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 이희훈


"손여은씨랑 베스트 커플상이요? 어우 왜들 그러세요. 하하하하."  

<언니는 살아있다>에는 많은 등장인물만큼이나, 커플도 많았다. 절정의 닭살 연기를 보여준 민들레(장서희 분)-구필모(손창민 분), 강하리(김주현 분)-설기찬(이지훈 분)-구세준(조윤우 분)의 삼각 로맨스, 코믹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 나대인(안내상 분)-고상미(황영희 분)까지. 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부부도, 연인도 아닌 구세경(손여은 분)과 김은향(오윤아 분)이었다. 둘은 서로의 남편을 빼앗은 악연 중 악연.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다. 두 사람의 케미에 열광하는 시청자 반응은 이를 연기한 배우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손여은과 베스트 커플상? "기대했다 못 받으면..."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 이희훈


"전혀 의도하지 않았어요. 여은씨와 둘이서 '우리 케미가 잘 살아야해'라고 이야기한 적도 없었어요. 은향이는 세경이를 증오하다 못해 아예 투명인간 취급하잖아요. 그때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세경이가 다가오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사실적이었던 것 같아요. 밀어내면서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우정이 생긴 듯해요. 작가님이 은향이의 마음으로 세경이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 잘 써주신 것 같아요. 마지막에 세경이가 은향이 무릎에서 죽을 때는 '아니 왜 내 무릎이지?'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요. 하하하하."

은향과 세경의 우정이 부각되면서, 은향과 조환승(송종호 분)의 러브라인도 흐지부지해졌다. 앞선 인터뷰에서 손여은은 "은향과 환승이 결국 잘되지 않았을까요?"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은향을 연기한 오윤아는 "세경이와의 우정 때문에 환승이와 좋은 감정을 이어갈 순 없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워맨스가 강조되면서 스토리가 변한 건 없어요. <언니는 살아있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놉시스 그대로 간 드라마였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잖아요. 복수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너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러다 보니 사랑하게 됐지만 또 그 관계를 이어가기에는 세경이와의 관계가 더 많이 끈끈해졌고... 제가 생각하는 은향이는 세경이 죽은 뒤에도 세경이와의 의리를 위해 환승과 끝까지 친구로 남았을 것 같아요."

<언니는 살아있다> 팬들이 은향과 세경을 연말 베스트커플상 후보로 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당황스럽다"면서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베스트커플상은 10대들에게 인기 많은 분들이 받는 상 아니냐"면서 말이다. <언니는 살아있다> 방송 직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은향-세경'이 오르곤 했다고 알려주며 '가능성 있다'고 말하자, "기대했다가 못 받으면 어떡하냐"고 손사래를 쳤다.

"상은 기대하면 안 되더라고요. 상 욕심이 없는 배우는 아니에요. 다만 기대를 안 하는 게 편하니까 언제부턴가 욕심부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욕심을 부렸는데 못 받으면 괴롭지만, 기대를 안 하면 받으면 좋고, 못 받아도 괴롭히지 않으니까요. (웃음)" 

연기력 논란 없던 오윤아, 이유는...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 이희훈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모르게 성장하는 걸 느껴요. 제 성장의 기록이 다 남아있고, 그 기록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 이희훈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 이희훈


이제는 희미하지만 오윤아는 레이싱걸 출신의 배우다. 'OO 출신 배우'에게는 으레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게 마련이지만, 오윤아는 데뷔 이래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적이 없다. 오윤아는 "처음엔 연기력보다 가지고 있는 개성을 보일 수 있는 역을 주로 맡았기 때문"이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올드미스 다이어리>할 때 연기 정말 못했어요. 연기 잘하는 언니들에게 묻어가느라 티가 안 났던 거죠. 운이 좋았어요. (웃음)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운 좋게도 좋은 선배님들하고 연기할 기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죠. 

선배님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한 번은 <건빵 선생과 별사탕>이라는 작품에 중간 투입됐는데 감독님이 무섭다고 소문난 분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예지원 언니가 '마음 비우고, 욕먹을 각오로 해야 한다'고 해주더라고요. 지영 언니한테는 직접 대본을 들고 갔는데 정말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 가르쳐줬어요. 그때 배운 걸 지금까지 써먹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으니 선배님들만 붙잡고 왔어요. 꼭 연기뿐만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시는지도 많이 배웠죠."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오윤아가 기댄 선배는 장서희였다. 장서희가 맡은 들레는 복수심에 어쩔 줄 모르는 은향을 달래고 위로하기도 했는데, 실제 장서희와 오윤아의 관계도 비슷했다. 오윤아는 "워낙 친언니처럼 잘 해줘서 실제로 의지를 많이 했다"면서 "초반에는 우는 연기할 때 감정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언니랑 연기하면 그냥 눈물이 줄줄 나왔다"고 말했다. 장서희의 연기에서, 은향이를 걱정하는 민들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감정 전달 연기가 정말 타고나신 것 같아요. 순간적인 집중력이 정말 놀라울 정도였죠. 워낙 오래 연기해서 그런지, 연기 테크닉이 그냥 몸에 본능으로 배어 있더라고요. 뭔가 의식하고 하는 연기가 아니라 더 진심이 느껴지는 거죠. 너무 부럽고 닮고 싶었어요."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인간 장서희'는 귀여운 푼수였다. "이런 얘기 하면 언니가 싫어하는데..."라면서도, 오윤아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엉뚱하고 귀엽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 생활을 하셔서 그런지 아기 같은 부분이 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막 나올 때가 있어요. 너무 사랑스러워요. 후배들이 언니를 좋아하던데, 이런 매력 덕분인 것 같아요." 

처절한 오열 연기, 끝나고 나면 희열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오윤아는 레이싱걸 출신 배우다. 하지만 'OO 출신 배우'에게 으레 따라 붙는 연기력 논란에 한 번도 시달린 적이 없다. ⓒ 이희훈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은향 역을 맡은 배우 오윤아 ⓒ 이희훈


현장 분위기는 이렇듯 화기애애했지만, 오윤아는 처절하게 감정을 쏟아내야 했다. 세 주인공 모두 억울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자식을 잃은 은향의 분노와 울분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내내 소리 지르고 오열하는 오윤아의 모습에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많았다.

"계속 눈물 연기를 하니까 목도 많이 가고, 늘 눈도 부어있었죠. 눈이 막 떨리기까지 하더라고요. 하지만 감정적으로 어렵진 않았어요. 은향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대본에 묻어나서, 억지로 눈물을 쥐어짠 적은 없었거든요. 그렇게 오열하는 연기를 하고 나면 체력은 바닥이 나죠. 하지만 희열, 성취감 같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 내가 이 장면은 괜찮게 연기한 것 같다' 싶은 거죠." 

오윤아는 은향이를 연기하며 받은 호평에 "뿌듯하다"고 했다. 최근 장서희, 김순옥 작가 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수학여행 온 초등학생들이 "민들레다!", "은향이다"하고 외치더라면서 웃었다. 혹시라도 욕먹을까 싶어 멀리하던 댓글 반응도 찾아보고 있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은향이었다'라는 댓글은 너무 감사해 눈물까지 났다고 한다.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요. 처음엔 그저 파이팅 넘쳐서 했다면, 지금은 더 섬세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죠.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고, 다른 느낌, 다른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모르게 성장하는 걸 느껴요. 가끔 옛날에 연기했던 거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을 때도 있고, '저 나이 때 어떻게 저걸 했을까' 싶을 때도 있죠. 그 기록들이 다 남아있다는 게 좋아요. 기록이 남는다는 걸 아니까 더 조심하고, 더 신경 쓰며 연기하죠. 제 성장의 기록이 다 남아있고, 그 기록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오윤아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고두심이다. "고두심 선생님처럼 작품마다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오윤아는 자신의 60대를 고두심의 현재를 보며 그리고 있다.

"처음 고두심 선생님의 연기를 봤을 때 충격적이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셨는데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대사 속에 표정 속에 그냥 다 진심이 담겨있는 느낌... 이게 배우구나, 이런 게 연기구나 싶었죠. 이건 연기를 잘한다/못한다,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언젠가는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오윤아 김은향 언니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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