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은 대표팀 분위기의 전환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의 멀티골과 고요한, 이근호 등의 맹활약은 식어버린 축구팬들의 열기를 다시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이제 대표팀은 울산으로 이동해 유럽의 복병 세르비아를 상대한다. 그리고 세르비아전 선발 명단에 들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칼을 갈고 있는 한 선수가 있다. 바로 대구의 수호신, 조현우다.

5년차 K리거, 이제는 대표팀의 골문을 원한다

조현우는 2013년 대구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에 13경기를 출전하며 신인 골키퍼답지 않게 많은 기회를 잡았다. 해를 거듭하며 출전 수를 늘려나갔고, 대구 팬들뿐만 아니라 K리그 팬들에게도 이름을 서서히 알려나갔다. 그러던 조현우의 기량이 만개한 것은 2015년 K리그 챌린지에서였다.

조현우는 2015년 K리그 챌린지에서 전 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단순히 경기에 지속적으로 나온 것뿐만 아니라 꾸준히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에 뽑힌 것은 조현우의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물오른 경기력에 조현우는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표팀 골문 앞에는 설 수 없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에서 경기당 0점대 실점율을 보여주던 권순태를 선발로 선택했고, 조현우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대표팀에서 벤치를 지킨 후 조현우는 더 강해졌다. 2016년에는 스페인의 데 헤아와 비슷한 플레이로 얻은 '대'헤아라는 별명답게 뛰어난 반사신경과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으로 대구의 승격을 도왔다.

승격 후 치른 이번 시즌에는 감독교체라는 팀의 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으로 대구의 승점을 지켜냈다. 강등권 경쟁의 고비에서도 슈퍼세이브로 패배를 막았다. 그 결과 대구는 치열한 강등권 경쟁에서 벗어나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콜롬비아-세르비아 평가전에 다시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조현우는 5년 동안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고, 이제는 어렸을 적부터 꿈꾸어왔던 대표팀의 골문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조현우가 보여준 경기력은 충분히 그 자리에 부합하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원하는 간절함이 조현우에게 있다

축구에 있어 가장 주전 변화가 적은 포지션은 골키퍼다. 하지만 주전의 변화가 생길 때 팀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포지션 역시 골키퍼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4년간 주전 골키퍼가 없었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선호하는 골키퍼가 바뀌기도 했고, 어느 한 선수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경우도 없었기 때문이다.

신태용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슈틸리케호에서 기회를 받았던 권순태가 밀려났고 김승규가 자리를 잡았지만 김승규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진현과 조현우가 후보의 위치에 있지만 김승규와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5번의 경기에서 김승규는 4경기, 김진현은 1경기를 치렀다. 대표팀을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는 후보군의 선수들을 모두 실험해본다는 의미에서 세르비아전 조현우의 출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은 지난 유럽 평가전을 마치고 '간절함이 있는 선수'를 찾았다. 그간 대표팀의 기강해이와 선수들의 투지 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태용 감독뿐만 아니라 주장 기성용도 선수들의 태도에 대한 부분을 끊임없이 언급해왔다. 감독의 전술과 전략 이전에 선수들이 경기에 대한 승부욕과 대표팀에 대한 간절함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대표팀 발탁마다 벤치를 지켜야했던 조현우는 어느 누구보다 기회가 간절하다. 소속팀에서는 기회를 충분히 받았지만 유독 대표팀에서는 기회가 없었던 조현우다. 2013년에는 고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23세 이하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노동건에게 주전자리를 내줘야 했다. 대표팀 수문장 자리와는 유독 인연이 없던 조현우에게 세르비아전은 큰 기회다. 실력과 간절함을 모두 갖춘 조현우는 신태용 감독이 찾는 '간절함이 있는 선수'다.

전천 후 활약 K리거, 골키퍼에도 실험해보는 건 어떨까

수원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K리거들은 좋은 활약을 펼쳤다. 고요한, 이근호, 김진수, 최철순, 이재성은 그간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투지와 끈기를 보여줬다. 이들뿐만 아니라 좋은 활약을 보여준 권창훈, 권경원, 기성용 역시 K리그가 키워낸 자원이다. 수비와 공격은 말할 것도 없이 전천후로 K리거들이 활약을 보여주었다.

K리거들의 좋은 활약은 긍정적인 시너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해외리그에 진출하는 것만이 주목을 받고 성공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실력을 키운다면 대표팀에서 더 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제는 막연히 해외파에 대한 고평가 시대를 지나 실력있는 선수는 뛰는 곳에 상관없이 선발이 되는 대표팀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보여준 K리거들의 활약은 큰 의미를 가졌다.

그렇다면 이번 세르비아전에서는 골키퍼에서도 K리거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5년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실력을 키워왔고, 누구보다 A매치 데뷔전이 간절한 조현우는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 화요일 밤 울산에서 대표팀의 골문을 책임질 선수로 조현우를 선택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실력있는 K리거 조현우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까? 그 결과를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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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조현우 대한민국 세르비아 신태용 데 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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