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주역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2년간 자리를 비운다.

경찰 야구단은 9일 의무경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체육(야구) 특기 의무경찰순경 최종합격자 2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12월 입대해 2018년과 2019년 경찰 야구단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주로 나이가 어린 유망주 위주로 구성됐지만 NC 다이노스의 주전포수 김태군과 KIA 타이거즈의 외야수 김호령 등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1군 선수들도 제법 포함돼 있다.

군경팀 선수 선발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경찰 야구단 선수 선발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경찰 야구단이 '스타의 등용문'이라 불릴 정도로 1군의 스타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경찰 야구단 입단이 예정된 선수들이 '리틀 최형우', '제2의 원종현,임창민'을 꿈꾸며 착실한 2년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화 이글스의 1차지명 출신 유망주 김주현의 성장 여부는 한화 구단과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학야구를 호령하던 강타자의 쉽지 않았던 프로 적응기

김주현은 천안의 야구명문 북일고를 졸업했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김주현은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는 욕심에 경기고 1학년 재학 도중 당시 고교야구 최강팀으로 성장하던 북일고로 전학을 갔다. 북일고 전학 후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김주현은 2년 동안 3할대의 좋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외야 수비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며 프로구단들의 외면을 받았다.

프로 미지명의 아픔을 뒤로 하고 경희대로 진학한 김주현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고 2,3학년 때는 3할대 후반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대학 선발팀에도 단골로 선발됐다. 188cm 103kg의 건장한 체격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에서 1루수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전학을 막기 위해 중1 이후 전학을 간 선수들의 1차 지명 자격을 박탈한다. 부천중 시절 이수중으로 전학해 올해 서울 연고팀이 아닌 kt 위즈에 2차1라운드로 지명된 최대어 강백호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고교 시절 서울에서 천안으로 전학을 간 김주현의 경우엔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되던 2009년에 전학을 갔기 때문에 이 규정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 해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은 모두 고졸 선수를 지명했지만 한화는 연고지 유망주 기군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2012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대졸 선수들에게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4년 전 외면했던 김주현이 레이더에 포착됐다. 그렇게 고교 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김주현은 4년 후 한화의 1차 지명을 받으며 당당히 프로에 입성했다.

하지만 역시 프로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같은 포지션에 슈퍼스타 김태균과 외국인 선수 윌린 로사리오가 버티고 있어 1군 진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훈련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하며 입단하자마자 육성선수로 전환되기도 했다. 결국 김주현은 입단 첫 해 1군에서 4경기에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루키 시즌을 마감했다.

미완의 유망주 김주현, 유승안 감독 만나 환골탈태할까

대학시절에는 1루 전환이 타자로서 전화위복이 됐지만 김태균과 로사리오가 버티고 있던 한화에서 1루수 김주현은 큰 경쟁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좌투좌타에 100kg가 넘는 거구 김주현이 다른 포지션으로 변신한다는 것도 쉽지 않는 일이다. 결국 김주현은 여전히 '미완성 유망주'인 채로 프로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보냈다.

시범경기에서의 괜찮은 활약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던 김주현은 팀의 간판타자 김태균이 부상으로 50경기에 결장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4월15일 SK와이번스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터트린 김주현은 8월31일 kt전에서 3타점 경기를 만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끝내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내지 못한 채 24경기에서 타율 .265 3타점3득점의 성적으로 2017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는 외국인 선수 로사리오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다른 외국인 1루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 주포지션이 1루인 간판 스타 김태균도 건재하다. 1루 수비가 가능한 김회성, 이성열 같은 선배들과의 경쟁도 결코 녹록치 않다. 결국 김주현은 더 늦기 전에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선택해 경찰 야구단에 지원했다.

물론 김주현이 프로 입단 후 보여준 실적은 턱 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경찰 야구단의 유승안 감독은 2009년 부임 후 양의지,민병헌(이상 두산 베어스),장영석(넥센 히어로즈),김재율,강승호,이천웅(이상 LG 트윈스) 등의 타격 실력을 부쩍 끌어올린 바 있다. 유승안 감독이 빙그레와 한화에서 선수 및 코치, 감독을 역임했던 '이글스의 레전드' 출신인 것도 김주현에겐 호재다. 또한 김주현이 한화에 복귀하는 2020년이 되면 김태균도 한국 나이로 39세의 노장이 된다.

물론 이런 베스트 시나리오들은 김주현의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돼야 가능한 일이다. 경찰 야구단이 배출한 스타 선수가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1군에서 자리를 못 잡은 선수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주현이 훗날 한화 타선의 주역이 될지, 아니면 야구팬들의 기억에서 쓸쓸하게 잊힌 수 많은 선수들 중 하나가 될 지는 앞으로 경찰 야구단에서 보낼 2년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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