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분명 비주류 언론계의 최강자다. 하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인물. 그런 그가 과연 '비주류계 최강자' 타이틀을 극복하고 지상파에서도 그 영향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타깃층이 명확한 팟캐스트와 달리 지상파 방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시청률로도 증명됐다. 1부는 6.5%(닐슨코리아), 2부는 7.8%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전주 동 시간대에 방송된 < SBS 스페셜>의 시청률 4.3%보다 1.8% 포인트 높은 수치다. 수도권 시청률은 9%에 달하기도 했다. 시청률보다 높았던 건 화제성이다. 방송 이후 내내 온라인은 <블랙하우스>가 다룬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이나, '다스', 쿠르드족' 등은 물론, 유대균·강경화·강유미 등 출연자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었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모두 잡은 것이다.

김종일 PD "예상 외 뜨거운 반응... 김어준도 만족"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파일럿 프로그램임에도 선풍적인 화제를 끌고 왔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파일럿 프로그램임에도 선풍적인 화제를 끌고 왔다. ⓒ SBS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강유미라는 희극인을 통해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풀어간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강유미라는 희극인을 통해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풀어간다. ⓒ SBS


시청자들의 열렬한 성원 아래, 정규 편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블랙하우스> 김종일 PD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이런 반응을 얼마나 예상했을까?

"김어준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믿음은 있었죠. 김어준씨의 팬층은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호불호 역시 크게 나뉘는 분이기 때문에, 아주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생각보다는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김어준씨도 만족하셨어요. 부끄럽진 않다고." 

'신의 한 수'는  '흑터뷰' 리포터로 등장한 강유미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다스는 누구 건지 좀 물어봐 주세요"라고 묻는 강유미의 패기 넘치는 모습은 신선함과 동시에 통쾌함을 안겨줬다.

"'흑터뷰'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김어준씨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강유미씨를 콕 집어 제안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 역할을 해줄 만한 개그맨이 나왔으면 좋겠다고요."

강유미는 "여기 왜 나왔느냐"는 김 총수의 질문에 "주목 받을 수 있다고 해서..."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김어준'이라는 인물과 얽힌다는 건,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대중 연예인으로서 쉬운 결심은 아니다. 김종일 PD는 "강유미도 캐스팅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죠.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개그맨들만 봐도, 연예인이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갖는 다는 것, 그걸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잖아요. 강유미씨도 조심스러워했어요. 하지만 강유미씨의 역할은 본인의 어떤 입장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질문을 하는 거라고 설득했죠." 

유대균의 등장, 내부에서도 논란 컸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유대균의 출연을 두고 SBS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 SBS


유대균의 등장도 화제였다. 첫 미디어 노출. 그의 출연은 <블랙하우스>와는 상관없이, 유대균이 김어준에게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면서 성사됐다. 하지만 유대균의 발언 상당수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그의 일방적인 주장을 지상파 방송인 <블랙하우스>를 통해 전달한다는 건 부적절한 일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지적에 김 PD는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며 진통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굉장히 논란이 많았어요. 하지만 유대균씨의 주장대로 그의 판결문에 세월호 관련 내용이 없었고, 최근 그에게 세월호 관련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도 나왔잖아요. 방송은 가능하겠다고 판단했죠. 

유대균씨 발언 내용을 모두 검증해 방송에 내보내려면 한 시간 가지고도 모자라요. 일단 그의 '주장'이라는 전제를 자막으로 알렸고, 김어준씨의 멘트로도 알리는 선에서 내보내기로 결정했어요. 정말 중요한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은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고요. 김어준씨도 방송에 내보내지 못해 아쉬워한 내용이 많았어요. 정규 편성되면 계속해서 검증해 내보낼 생각이에요." 

<블랙하우스>의 정규 편성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번에는 유대균 인터뷰,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의 또 다른 목격자의 등장 등 놀랍고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아이템들은 매주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기 어렵다. 취재에 많은 시간과 공력이 들 수 밖에 없고, 언제 결과물이 나올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레귤러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보면 취재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파일럿에서 보여준 임팩트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까? 기대가 큰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도 높은데, 그 기대를 계속해서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더 큰 실망감만 안겨줄 수도 있다.

"여러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정규 편성될 경우 지속적으로 균등한 퀄리티를 유지해줘야 하는데, 팀을 어느 규모로, 어떻게 짜야 하나 하는 고민이 제일 크죠. 지금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같은 시사교양국에서 제작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나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룬 아이템의 뒷이야기를 다룬다든지, 뉴스에서 다룬 아이템을 확대해 취재한다든지 하는 식이에요. 팀 구성, 아이템 선정 방법 등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 중입니다." 

세월호·5촌 살인사건 계속 다룰 것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다양한 코너를 선보였기 때문에, 이 중 어떤 코너를 취사선택할지가 중요하다. ⓒ SBS


파일럿에서 보여준 코너는 총 7개다. 모두 신선했고, 흥미로웠지만, 산만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PD는 "회당 3~4개 코너를 최대치로 보고 있다"면서 "이슈에 따라 코너를 배치할지, 코너를 추려 고정으로 갈지도 논의 중"이라고 알렸다.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방송 이후 아직까지는 새로운 제보는 없었다고.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증언이 많은 만큼 배정훈 PD가 계속해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세월호의 진실과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은 앞으로도 <블랙하우스>가 계속해서 추적할 주제다.

보통 파일럿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 여부를 알 수 없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간판인 배정훈 PD가 합류했고, 김어준이 <블랙하우스> 출연을 앞두고 인기 팟캐스트 <파파이스>까지 그만 둔 이상 정규 편성은 일단 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김 PD는 정규 편성과 그 시기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제작진이 방송 이후에도 관련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정규 프로그램 <블랙하우스>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 이후 모든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관련된 반응들을 체크하며 여러 지적에 대한 보완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김종일 PD에게 '김어준 총수 얼굴 클로즈업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더라'는 시청자들의 장난스러운 불만을 전하자, "메이크업하지 않겠다, 리얼로 나가고 싶다고 해서 존중했다"면서 "얼굴이 너무 크게 보였다면 TV가 큰 탓이 아닐까요?"라며 웃었다. 

"짧은 시간 안에 BBK, 다스 등 어려운 주제들을 여럿 다루다 보니 어렵다는 반응도 있는 것 같아요. 팟캐스트 등을 통해 이를 자세히 접한 분들이라면 쉽게 이해하셨겠지만, 모든 시청자가 다 이 사안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 고민을 많이 거친 뒤 나온 결과물이긴 하지만, 아직 정답을 찾은 건 아니에요. 말 그대로 파일럿이니까 이런 방식은 어떨까 하고 보여드려 본 거죠. 계속 의견 들으면서 더 나은 방송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랙하우스 김어준 김종일 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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