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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는 제목은 천 냥 빚을 말 한 마디로 갚는다는 우리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설득할 때 쓸 수 있는 도구 4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실험에 따르면, 같은 제품을 보여주면서 "이 제품을 얼마나 좋아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이 제품을 얼마나 싫어합니까?"라고 물었을 때에 비해 두 배 이상 '좋아한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한다.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므로, 주어진 언어의 틀 안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이 심리적 상태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빈곤한 미국 남부 지역에서 공화당이 득세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감세를 주장하는 공화당은 세금을 '절대 악'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세로 혜택을 보게 될 가난한 사람들조차 포섭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분석했다.

'세금은 적'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은 잘못된 프레임을 통해 정책을 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진정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판단하지 못 하게 된다. 이처럼 말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40개의 도구 중 눈에 띄는 것 몇 가지를 살펴보자.

설득의 도구 상자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표지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표지
ⓒ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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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논리에 호소하는 방법으로는, '다른 사람들이나 전문가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방법이 있다. 논거를 여러 개 제시함으로써 호소력을 높이는 '축적의 법칙' 역시 논리에 기대는 방법이다. 많이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의식하면서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상대방을 자신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들도 있다. '1시간 동안 공부하라'고 하는 대신 '45분만 하라'고 하는 '우수리 효과', "당신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람이니까"라고 말하면서 상대의 성격을 내가 규정해서 그 방향으로 행동을 이끄는 '라벨 효과', "이 일과 이 일을 부탁하고 싶은데, 어떤 일을 하겠나"라고 하면서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주는 '옵션 테크닉' 등이 그런 방법들이다.

옵션 테크닉 관련해서는 책에 나와 있는 도도 다카토라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다카토라는 2대 쇼군인 도쿠가와 히데타다에게 니조성을 건축하라는 명령을 받고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최선의 방안을 하나 제시하면 되는데 왜 두 개를 제시했냐?"는 가신의 질문에 다카토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방안이 하나뿐이면 주군이 그걸 선택해도 그건 내 방안이지만, 두 가지를 제시하면 어느 것을 주군이 선택하더라도 그것은 주군의 방안이 된다."

이렇게 보면 설득은 때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되기도 한다. 1만 원이 필요할 때, 1천 원이라도 빌려달라고 말해서 사소한 부탁으로 시작하는 방법이나, 아이에게 운동을 시키려고 할 때 "일단은 그냥 걷자"고 제안하고, 걷는 도중에 "이제 달려보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2단계 부탁 기법은 상대방의 거부감을 낮춘다.

마찬가지로, 식사하면서 부탁을 하거나, 말을 꺼내기 전에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것도 거부보다는 동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샌드위치법'은 부탁을 거절당해도 조금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부탁하는 방법인데, 두 번째 부탁은 이메일로 하면 좋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하지만 같은 부탁은 최대 세 번까지로 제한하라고 한다. 세 번 거절한 상대가 같은 내용을 들어줄 가능성도 적을 뿐더러, 집요함은 역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상대방보다 나를 바꾸는 기술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내용은 조금 다른 곳에 있다. '북풍과 햇볕의 법칙'은 '상대를 바꾸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내용이다. 강풍이 아니라 햇살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지 않았던가.

약속 시간에 늘 늦는 친구에게 늦지 말라고 강요하면서 상대의 행동을 바꾸려 하면 상대는 저항감을 가지게 된다. 대신, 책을 읽으며 기다릴 수 있는 서점이나 카페로 약속 장소를 정해두면, 조금 오래 기다리게 되더라도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 효과'는 <톰 소여의 모험>에서 톰이 자신이 해야 했던 페인트칠을 남들에게 떠넘겼던 바로 그 전략이다. 톰은 페인트칠이 대단히 재미있는 일인 것처럼 가장하여, 지나가던 친구들이 그 일을 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게 만든다. 톰은 자신의 감시역으로 붙여진 친구 벤에게, "너에게는 절대 페인트칠을 안 시켜 줄 거야"라고 말한다.

'절대 안 되는 것'이라면 오히려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아내나 남편이 집 청소를 잘 하지 않는다면, "청소는 재밌어. 당신은 안 해도 돼"라고 해서 상대방의 청개구리 심리를 이용해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늘 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일이 늘 일어난다면 마크 트웨인이 소설에 그런 내용을 넣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이러니 효과의 핵심은 애초에 기대를 접는 데 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 스님의 대답이 명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태도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법륜 스님의 대답을 듣고 생각해 보면, 결국 '나를 바꿔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을 다루는 책에서도 똑같은 평범한 진리가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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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통사회를 희망하는 시민입니다. 책 읽는 블로그 운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blog.naver.com/junatul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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