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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아래 영진위원장)은 누가 될까?

지난 24일 영진위원 선임이 마무리되면서 영진위원장 자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진위 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영진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지난 정권 때는 공모가 계속 무산돼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추천 형식을 거쳐 임명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공모로 위원장을 선임했더라도 형식적이었고, 사실상 청와대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특정 인물을 내정하기보다는 영화계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영진위원 선임 과정은 그런 기조로 진행됐다. 영화단체들의 추천을 받았고, 그중에서 임명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영화계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권이나 장관과의 인연 관계 등의 작용으로 영화계 의견 수렴없이 임명됐다면 이번 영진위원 구성은 그 출발부터 달랐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운 영화계 인사는 "대선 전부터 영진위원장 등 영화 관련 기관장은 영화인들이 3배수 정도로 추천을 하면, 그 중에서 임명하기로 논의가 됐었다"고 말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바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영진위원장은 영화계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수월한 결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자격 미달자가 정치적 욕심이나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를 통해 자리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영진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굳이 속내를 감추지 않고 분명한 의지와 방향을 제시하려는 모습이다.

좁혀지는 후보군

 영진위원장 공모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는 오석근 감독(왼쪽)과 권칠인 감독(오른쪽).

영진위원장 공모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는 오석근 감독(왼쪽)과 권칠인 감독(오른쪽). ⓒ 부산영상위원회/인천영상위원회


영화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현재 유력한 영진위원장 후보군은 2명으로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오석근 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과 권칠인 전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다. 둘 다 영화감독으로 한국영화 아카데미 출신이고, 영상위원장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직 문체부 관료 이름도 나오고 있으나 영화계가 현장 경험이 있는 영화인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게 보이지는 않는다. 영진위원장은 일단 영화 현장 경험뿐만 아니라 행정 경험이 필요하기에 영진위원을 역임한 인사나, 영상위원장 또는 국내 영화제에서 책임을 맡아 왔던 인사들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혀 왔다.

영진위 사무국장을 역임한 김인수 전 충남영상위원장도 유력 후보군에 올랐으나 지난 9월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에 임명되면서 제외됐다. 그러나 김 원장은 "영진위원장 공모가 나왔어도 지원할 생각은 없었다"며 "새롭게 구성돼야 할 영진위가 기존의 구조에서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은 문제다. 영진위원장 공모에 응하려는 분들이라면 이에 대한 개선책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으로는 영진위원을 역임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강력한 후보로 영화인들 사이에서 거론됐으나 심 대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심 대표가 영화사 일이 바빠 다른 일은 사양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제작자들 중에 위원장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 과정에서 다른 인사들이 지원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두 사람으로 압축되는 흐름이다. 그간 영진위원장은 주로 학계나 언론계를 거친 인사들이 맡아 왔고, 전임 김세훈 위원장의 경우 영화계의 지지를 못 받는 인사였다.

오석근 감독과 권칠인 감독은 모두 영진위원장 공모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권 교체 이후부터 영진위원장으로 나설 생각을 주위에 알린 상태다. 영진위원장을 맡아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와 방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가장 유력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오석근 감독, 영진위 영역 아시아로 확장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아시아영화인 교육 프로그램인 FLY 행사를 주관한 오석근 감독.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아시아영화인 교육 프로그램인 FLY 행사를 주관한 오석근 감독. ⓒ 부산영상위원회


오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고 영화 <네 멋대로 해라> <101번째 프로포즈> <연애> 등을 연출했다. 박광수 감독의 뒤를 이어 부산영상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맡아 아시아영화산업의 중심으로 키워냈다. 아시아의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교육프로그램은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오 감독은 부산영상위원회의 역할을 확장시켰던 만큼이나 영진위의 역할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한국영화의 공간을 아시아로 확장시켜나가겠다는 것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여러 단계의 정책 협의를 통해 영화 시장을 확대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전략적 프로모션과 독립영화유통지원도 아시아 국가들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오석근 감독에 대해 영화계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사가 위원장이 될 경우 영진위가 부산지역의 영진위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부영에 매각된 남양주종합촬영소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이전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많은 상태에서 부산지역 위원장이 선임될 경우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오 감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부산 영진위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우려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감독은 "부산에 영진위가 왜 내려왔고, 종합촬영소와 부산영화제의 의미에 대해 한국영화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 감독은 영진위 적폐를 청산하는 데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영화제 방문 과정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했다. 영진위가 부산에 위치한 만큼 지역 출신 영화인 중에서 위원장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부산영화제 정상화를 위한 역할도 요구받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 감독은 칸에서 타계한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과 고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 왔고, 초기 부산영화제 사무국장을 맡았었다. 김 전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부산 영화인'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인 상태에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통한 명예회복과 안정적인 영화제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 보직에 외부 인사 수혈해야... 권칠인 감독 제격

 인천영상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인천다큐포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권칠인 감독.

인천영상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인천다큐포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권칠인 감독. ⓒ 인천영상위원회


권칠인 감독은 영진위원에 선임될 예정이었으나 영진위원장 공모에 지원할 생각이 있어 이를 사양했다. 권 감독은 인천영상위원장을 역임했고, 인천다큐포트를 만들어 다큐멘터리 지원 행사로 성장시켰다. 디아스포라영화제도 시작했다. 영화 <싱글즈> <원더풀 라디오> <관능의 법칙> 등을 연출했다.

권 감독은 이명박 정권 때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만들어 5년간 대표로 활동했다. 이후 사단법인으로 전환시켜 안정화를 이룬 뒤 자리를 넘겼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영화 현장에 대한 경험과 함께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추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영화계가 보수 정권과 대립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하며 활동한 영화인 중 한 명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영화인 블랙리스트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릴 만큼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지난 정권에서 제 역할을 못한 영진위 개혁은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권 감독은 영진위의 인적쇄신과 더불어, 현 영진위원장 선출 구조가 영진위에 맞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위원들 간 호선제를 통한 위원장 선출 제도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진위 주요 직책에 개방형 공무원처럼 외부 인사 수혈 방안 등도 아이디어로 제시하고 있다. 영진위 주요 보직자들이 지난 정권에서 영화계 탄압에 동조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인적쇄신의 한 방법으로 제안하고 있다.

제작 시스템 변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인데,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통한 새로운 제작 시스템에 대한 구상도 제시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진흥에도 분명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변영주 감독은 "개인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 권칠인 감독을 지지한다"며 "영화 산업 전반의 개혁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문체부 쪽은 올해를 넘기지 않고 영진위원장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증에 소요되는 기간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인데, 영화계가 합의를 통해 한 사람을 정해 추천할 수 있을 것인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진위원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는 4명의 영진위원과 문체부 담당과장 및 외부 인사 등 10명 안팎으로 구성되는데, 문체부 쪽에서 참여할지는 유동적이다. 영화인들에게 넘길 가능성도 있어, 영화계의 뜻의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영진위 영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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