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은 새로운 팀 KCC에서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정현은 새로운 팀 KCC에서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 전주 KCC


FA를 통해 전주 KCC로 둥지를 옮긴 이정현(30·191cm)의 활약이 무섭다. 이정현은 24일 전주실내체육관서 있었던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 안양 KGC과의 맞대결에서 팀의 92-89 승리를 이끌었다.

비시즌때 입은 무릎부상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친정팀을 만났던지라 부담감이 클법도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토종 에이스로서의 위엄을 보이며 경기 내내 KCC 주포 역할을 해냈다.

이정현의 눈부신 경기력은 성적으로도 드러났다. 이날 이정현은 27득점(3점슛 5개), 6어시스트, 6스틸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외곽에서 공을 잡으면 지체 없이 고감도 3점슛을 적중시키고 빈틈이 보였다싶은 순간에는 과감하게 골밑 돌파를 감행했다.

이정현의 최대 장점은 빼어난 득점원이면서 혼자 하는 농구를 펼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에이스급 선수들이 그렇듯 두둑한 뱃심을 바탕으로 많은 공격을 시도하지만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된다싶으면 무리는 하지 않는다. 빈곳에 있는 동료들에게 센스있는 패스를 건네주는 등 팀플레이에 능하다.

수비수가 패스를 의식해 흔들린다싶으면 다시 개인기로 공격을 성공시킨다. 이래저래 막아내기 매우 힘든 유형이라 할 수 있다. KCC는 이러한 이정현의 맹위를 앞세워 개막 후 2연패 부진을 딛고 3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달리며 오리온, KGC와 함께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했다.

KCC는 명품 2번이 있을 때 강했다!

KCC는 두 번의 왕조를 이룩하는 동안 강한 2번이 항상 함께했다. 신선우 감독 시절에는 '캥거루 슈터' 조성원(46·180cm)이 있었다. 신장은 작았지만 폭발적 외곽슛을 바탕으로 KCC 주포로 활약했다.

전형적인 슈터답게 공을 가지고 있을 때는 물론 공 없는 움직임도 매우 좋았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포인트가드의 패싱플레이를 도왔고 슛 타이밍이 워낙 빨라 공을 잡았다 싶은 순간 림을 가르기 일쑤였다.

왼발을 앞에 놓고도 슛을 성공시키는 일명 '짝발 스텝'은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려웠던지라 수비수 입장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수비수가 타이트하게 붙어 자세가 무너졌다싶은 상황에서도 터프 3점슛을 성공시키는가하면 3점슛으로 속공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여기에 빠른 발과 높은 탄력으로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골밑으로 파고들어 속공 레이업이나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조성원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허재 사단에는 '폭주기관차' 강병현(31·193㎝)이 있었다. 빼어난 외곽슛을 무기로 하는 대다수 2번과 달리 강병현은 3점슛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잘 들어 갈 때는 잘 들어갔지만 기복이 심해 안정적인 슈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성원이 공격형이라면 강병현은 전형적인 수비형이었다. 사이즈와 활동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뛰고 또 뛰며 팀의 에너지 역할을 맡았다. 경기 내내 코트를 전 방위로 뛰어다니는 그가 있었기에 KCC는 하승진(32·221cm)의 느린 기동력이라는 약점을 최소화시키고 높이라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강병현은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높았다. 조성원이 작은 사이즈의 단점을 공격력으로 상쇄시켰다면 강병현은 사이즈·운동능력·센스를 앞세운 블루워커 스타일로 팀을 웃게 만들었다.

2번을 맡고 있으면서 1번을 도와 수준급 리딩을 펼칠 수 있었으며 어지간한 3번 선수까지 어렵지 않게 막아냈고 간혹 팀 상황에 따라 4번 수비까지 맡았다. 패스, 수비, 돌파, 센스, 제공권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거기에 큰 경기에서 이른바 '빅샷'을 자주 성공시키던 강심장 클러치 플레이어였다.

앞선 두명과 비교해 이정현은 스타일이 다르다. 슈팅의 조성원, 수비와 허슬·센스로 대표되는 강병현과 장점만 놓고 따지면 조금씩 뒤지겠지만 종합적인 공수완성도에서는 한수 앞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외곽을 고루 갖춘 전천후 공격수이면서 패싱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고 수비 역시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꽁꽁 묶을 정도는 된다. 스틸이 많다는 것 역시 수비집중력이 좋다는 것을 말해준다.

30대에 접어든 이정현은 농구의 모든 부분에 눈을 뜬 이른바 '농구도사'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꾸준히 득점을 하면서도 혼자 하는 농구가 아닌 팀과 함께하는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은 그의 높은 레벨을 알게 해준다.

이정현의 활약은 다른 부분에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나 홀로 플레이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는 안드레 에밋(35·191cm) 역시 이정현이 또 다른 에이스 역할을 해주자 무리하는 횟수가 줄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이정현을 믿고 공을 돌려준다. 이는 상대수비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는지라 이정현, 에밋 모두에게 득이 된다.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에밋의 리바운드, 어시스트 수치다. 에밋은 22득점으로 평소보다는 적은 득점을 기록했으나 1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아름다운(?) 기록지를 만들어냈다. 득점이 아닌 다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썼음을 알게 해준다. 팬들이 에밋에게 원하던 바로 그런 부분이다.

이정현은 플레이로서 계속해서 '함께하는 농구'를 드러내고 있다. 팀 내 누구보다도 하승진을 잘 활용하고 있으며 경기 중 동료들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덕아웃에 있을 때도 파이팅이 넘친다. 당연히 팀 분위기 역시 좋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이정현 효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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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이정현 농구도사 전천후 활약 해결사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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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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