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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유신 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
 허유신 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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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시작한 언론노조 KBS와 MBC 본부의 파업이 어느덧 한 달을 넘겼다. 파업에 돌입할 때만 해도 MBC의 경우 방문진 구 여권 추천 이사인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가 사퇴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높고 정권교체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한 명만 더 이탈하면 대오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에 더 똘똘 뭉치는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MBC는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뉴스조차도 녹화해서 내보내야 할 처지가 됐다. 사상 최대로 길었던 연휴에도 MBC는 파일럿 프로그램 하나 방송 못 내보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노조의 대응이 궁금해 지난 11일 서울 상암 MBC 사옥 내의 언론노조 MBC 본부(아래 MBC 노조) 사무실에서 허유신 MBC 노조 홍보국장을 만났다.

허 홍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추석 연휴 지나고 어느덧 파업이 한 달을 넘겼잖아요. 어느 정도 각오는 하셨겠지만 길어지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더 길어진 건 아니에요. 조합원들도 한 달 안에 끝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빨라야 10월 안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죠. 그러나 중요한 모멘텀이 될 방통위의 방문진 감사·감독 자료 제출 시한이 13일까지로 연장됐죠. 한 차례 연기되었기 때문에 이후 좀 더 늦어질 수는 있죠. 더욱이 방문진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방통위가 요구한 자료를 '통상적 수준'에서만 제출하겠다고 결의했습니다. 법인카드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출장비 내역 등은 안 내놓겠다는 거죠. 법적 정당성을 갖추고 진행 중인 방통위의 검사·감독을 사실상 거부한 겁니다.

이달 27일에 방문진 국감이 있죠. 저희 조합 입장은 그 자리에 고영주 이사장이 앉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적어도 고 이사장은 그 전에 사퇴하거나 해임돼야 합니다. 방통위가 감사·감독권을 철저히 수행해야죠. 고 이사장의 해임 사유는 이미 차고 넘치잖아요. 방통위가 이번에는 감사·감독을 차질없이 추진해서 문제가 있는 방문진 이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임을 결행해야 합니다."

- 그럼 1차 목표는 고 이사장 해임인가요?
"MBC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제 시작됐잖아요. 그리고 방문진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감사·감독을 하죠. 사실상 검찰 수사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사안이잖아요. 기소부터 최종 확정판결 날때까지 저들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거란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보내면서 적어도 내년 8월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교체 때까지는 버티겠다는 겁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가 끝나고 연말이 다가오면 예산 정국이 되잖아요. 그러면 웬만한 정치권 이슈 특히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나 MBC 이슈도 사라질 거란 전망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연말만 넘기면 새해부터는 지방선거 정국이라서 정치권은 공영방송 문제를 잊을 것이라는 게 저들의 계산이에요. 그러니 올 연말까지만 잘 견디면 내년 8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거죠.

MBC 정상화는 1분 1초가 급합니다. MBC가 10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국민들은 유형, 무형의 피해를 보는데 공적 자산인 MBC가 제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큰 피해가 있었어요? 이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면 당장이라도 빨리 정상화 돼야 한다는 건데 지금 저들의 속셈은 정치적 일정에 기대서 버틸 때까까지 버텨보자는 겁니다. 최대한 빨리 정상화되려면 적어도 방문진 이사진이 먼저 교체되야 한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MBC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고 이사장을 말씀 드린 거고 1차 목표 2차 목표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 그에 대한 전략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현실적으론 내부 동력 문제일 거예요. 파업이 길어질수록 당연히 조합원들이 다소 동요하거나 불안감이 높아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저희는 이전에도 170일 동안 파업을 했던 조합원들이에요. 이번에는 시간이 문제지 결국 저희가 승리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습니다. 다만, 각 조합원의 근무 형태가 다양하잖아요. 예능이나 드라마 같은 데는 PD들 각각 1년 정도의 중장기 프로그램 제작 계획이 있죠. 그런데 이번 연휴 때도 엉켰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죠.

사실 기자나 시사교양 PD는 파업하다 올라가면 비교적 업무 복귀가 원활하지만, 이분들은 출연하는 연예인, 외부 스태프 등 회사 밖에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일을 해야 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기자나 시사교양 PD 보다 몸이 무겁죠. 그래서 이분들 가운데는 '앞으로 업무복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월급 받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파업이 언젠간 끝날 테니 파업이 끝나면 바로 일이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거죠. 왜냐하면 이분들은 그 시기를 놓치면 업무에 복귀해도 최소 몇 달은 할 일이 막막해질 수 있거든요. 그런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이분들 중심으로 업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세요.

엄밀히 말하면, 공식적으론 파업하지만 '일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은 나올 수 있어요. 예전엔 이런 문제를 조합이 관대하게 처리를 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아주 엄격히 적용할 겁니다. 개별 상황을 다 파악해서 이게 정말 들어가야 하는지 아닌지 꼼꼼히 따져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할지 검토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 이번 파업은 송출인력까지 참여했어요. 초강도 파업인데도 회사는 별다른 반응을 안 내놓는 것 같아요.
"뉴스 프로그램 파행이 심해지고 있잖아요. 연휴 전 녹화뉴스까지 시작됐죠. 녹화뉴스라는 게 결국 뉴스 프로그램이긴 한데 실제 기자들이 리포트 하는 건 최소화하고 그 대신 작가나 리포터를 동원해서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꼭지가 있잖아요. 그걸 미리 충분히 만들어서 한꺼번에 뉴스 전체를 통으로 녹화하겠다는 거죠.

연휴 직전에 11명이 한꺼번에 사퇴하셨어요. 이분들은 프리랜서나 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에 퇴직금도 없을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는 위약금 200만 원 조항까지 있어요. 본인이 일을 그만두면 거금을 물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파업에 참여했는데, 오죽하면 그렇겠어요? 파업 중에 일한다는 것도 심정적으로 괴로웠는데, 심지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뉴스인데 이걸 녹화로 한다는 건 받아들이가 어렵죠.

회사가 반응하지 않는다기보다 회사는 지금 파업 상황을 해결할 의지와 능력, 이런 게 아무것도 없이 무방비로 방송 파행과 채널 이미지 하락을 방조하는 겁니다. 본인들이 책임의식을 일말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압도적 다수인 조합원들 뜻에 따라 퇴진해야죠. 본인들이 회사에 남아 있기 때문에 방송과 회사가 다 망가지고 있는데 끝끝내 버티고 있는 거 아닙니까? 부끄러워서 말도 못 하겠는데 이분들이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 원래 명절 연휴는 방송사에선 대목이잖아요. 예능 PD들은 연휴를 이용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하죠. 특히 이번 연휴는 사상 최대로 길었어요. 하지만 MBC는 파업으로 인해 파일럿 프로그램 하나도 못 내보냈어요.
"예능 파일럿이 아니라 10분짜리 낮 뉴스도 못하고 <뉴스데스크>만 간신히 겨우 30분 살려 놓았잖아요. 하루종일 재방송만 틀고 심지어 '드라마 몰아보기'란 타이틀이 지상파 방송에서 나온 것도 이채로운데 그런 거로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에 관계없이 도배하다시피 했죠.

추석은 예능 PD들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테스트해보는 시간이고 나름 경쟁력을 시험해 볼 수 있죠. 방송사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특선 영화 한편을 고르는 것도 상당히 신경전을 벌이거든요, 명절은 그런 기회인데, 이번에는 회사가 그런 걸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 있고 이런 것들에 대해 시청자들에 대해 일말의 죄의식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이 정도로 파행 편성을 명절 연휴 기간 내내 했으면 지상파 방송이길 포기한 정도의 수준인데 시청자에 대한 아무런 사과가 없잖아요."

- 9월 MB정부 국정원에서 MBC 장악 플랜을 세웠던 게 드러났어요. 노조 파업에 정당성을 입증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잠잠한데.
"처음에 나온 게 방송인 블랙 리스트였죠. 김미화씨, 윤도현씨 퇴출시키고 특정 방송인 배제한 게 나오고 그다음에 이른바 'MBC 정상화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이 나왔어요. 그 문건이 생산된 게 정확히 김재철씨가 사장 취임하던 날이죠. 그 내용은 보셔서 아시겠지만 '신임 사장을 계기로 MBC를 정상화하자'고 돼 있습니다. 그 신임 사장은 김재철씨죠. 그간에 7년을 겪어 오면서 수많은 상황을 맞닥뜨렸는데 그때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걸까라고  품었던 의문이 한방에 말끔히 해소됐어요. 그래서 머리가 개운해요.

처음엔 이 이야기가 화제였죠. 그리고 연휴 직전에 <PD수첩> PD들이 이 문제로 검찰에 참고인으로 나가 진술하기도 했죠. 일차적으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가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이 실체를 규명해서 누가 작성을 지시하고 누가 실제로 실행했고 누가 MBC에서 국정원이나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이런 작전을 모의하고 실행했는지 이제 검찰 수사 단계에 들어갔잖아요. 그래서 김재철 사장 당시 기조 실장이던 전영배 현 MBC C&I 사장이 지난 10일 소환 조사를 받았습니다. 전영배씨는 국정원 문건이 나와서 주목을 받았는데, 아마 MB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씨와 고등학교와 대학 동기입니다. MB 정권 들어 전씨는 보도국장, 기조실장, 보도본부장 등 사내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이후 사장 선임이 있을 때마다 항상 사장 후보로 최근까지도 이름이 오르내렸어요. 지금도 MBC 알짜 자회사인 C&I 사장으로 장기간 재임 중이죠.

이분이 사실상 MBC 장악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다지 부각되지 않아 왔죠. 그러나 이 문건이 나오면서 다시 그 시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실체를 파악하려고 보니까 전씨가 안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이분이 실제 국정원 정보요원들하고 접촉하고 그 당시부터 빚어진 프로그램 파행, 진행자 퇴출, <PD수첩> PD 퇴출, 프로그램 폐지 등을 실행한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이거든요. 전씨가 연휴 끝나자마자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MBC 장악 문건을 둘러싼 주변 실체에 대해 상당히 검찰에서 수사가 돼 있다는 방증으로 저희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9월 초 방문진 구 여권 추천이사인 유의선 교수가 사퇴해 물꼬가 트이나 싶었는데 제자리예요.
"파업 초기에 그만뒀죠. 그때만 해도 파업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사 한 명이 나가서 기술적으로는 이사 한 명만 더 나가면 끝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그러나 그 상황이 방문진 구 여권 이사들에게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게하면서 결속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후속 상황은 아직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고영주 이사장, 김원배 이사, 김광동 이사 중 검찰에 고발된 사람도 있고, 개인 비리로 수사받는 사람도 있고, 이념적으로 너무 편향된 사람들이에요. 특정 이념에 경도된 언론에 종사하는 건 괜찮아요. 그 언론 자체가 이념적 지향이 뚜렷하다면요. 그러나 공영방송이 그러면 안 되잖아요. 저분들이 계시면 안 되기 때문에 공영방송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놓은 건데, 들어와 있으니 이미 자격이 없는 분들이죠.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데 무언가 더 돌이킬 수 없는 비리가 드러나야 결심하실 건지 묻고 싶네요."

- 현 경영진은 김재철 전 사장같은 비리는 없나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게 드러나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김장겸 체제의 경영진은 임원의 지위를 이용해 최대한 회삿돈을 자신들의 잇속 챙기는 데 셈이 빠른 사람들입니다. 11일 저희가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여의도 방문진 바로 앞에 있는 특급호텔에서 김장겸 사장이 연간 회원권 4천 2백만 원짜리 그리고 휘트니스 운동하는 데 연이용료 380만 원으로 한 달에 30만 원이 넘어요. 또 임원들은 회사 옆에 있는 호텔에서 운동해요. 문제는  그걸 회삿돈으로 한다는 거죠. 김재철 사장처럼 정말 무지막지하게 앞뒤 안 가리고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쓰지는 않았는데, 이분들은 야금야금 챙겼어요. 형식은 다르지만 김재철 사장과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 지난달 25일이던가요. 김장겸 사장이 노조에게 왜 이리 조급하냐고 했어요.
"저희는 MBC가 더 망가질까 봐 조급한 거예요. 김장겸 사장은 느긋할 겁니다. 왜냐면 어느 정도 버티면 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저분들은 MBC 브랜드와 회사 경쟁력 추락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에요. 여기서 최대한 뽑아 먹을 잇속을 챙기는 데만 관심 있는 분들이라 버티면 되거든요. 그러나 대부분 사원은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고, 방송을 만들고 MBC를 최고의 방송사로 가꿔 가려고 들어온 회사라서 더 이상 망가지면 안 된다는 조급함이 있죠. 김 사장의 '조급 하느냐'는 비아냥은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려는 연장 선상인 거 같아요. 사원들 앞에서 '민주당 언론장악 문건대로 잘 되는 것 같은데 왜 조급하냐'고 했거든요."

- 파업이 길어질수록 노조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나요?
"빨리 끝내야죠. 이제 파업의 후반기에 들어선 것이라면 좋겠습니다(웃음). 지난달에는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까지 나와 앞으로 뭘 폭로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잖아요. 온갖 병폐와 적폐가 드러나 있잖아요. 언론 적폐에 대한 청산과 관련자 처벌은 이것대로 하고 앞으로 우리가 다시 방송 정상화를 할 수 있게 되면 어떤 프로그램으로 새판을 짜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MBC가 제자리를 찾게 되면 국민들께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해 드리고, 공영방송으로서 어떤 사명을 다할지를 말이죠. 또 실질적으로 조직을 어떻게 추스르고 방송의 정체성과 프로그램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고민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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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