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는 출범 후 13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가 8번, 현대캐피탈이 3번, OK저축은행이 2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나치게 삼성화재의 독주가 길었다. 하지만 여자부는 비교적 공평하게(?) 우승을 나눠 가졌다. 흥국생명과 기업은행, 인삼공사가 나란히 3번씩 우승을 차지했고 현대건설과 GS칼텍스가 2회로 뒤를 잇는다. 여자부 6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골고루 우승을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만큼은 V리그 출범 후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다. 도로공사는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2005 시즌, 2014-2015 시즌)을 포함해 세 번이나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인삼공사와 흥국생명, 그리고 기업은행에게 덜미를 잡히며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3번째 준우승 후 연고지를 성남에서 김천으로 옮긴 도로공사는 적극적인 투자로 전력 보강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탈락이라는 실망스런 결과를 얻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지난 FA 시장에서 최대어 박정아를 영입하며 또 한 번 전력을 부쩍 끌어 올렸다. 단 한 시즌 만에 최하위에서 우승후보로 떠오른 도로공사는 자신들에 대한 배구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한다.

연고지 김천으로 옮긴 후 하위권 전전한 도로공사

 문정원은 지난 시즌 수비형 레프트로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문정원은 지난 시즌 수비형 레프트로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 한국배구연맹


2013-2014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서남원 감독(인삼공사)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도로공사는 현역 시절 '월드 리베로'로 이름을 날렸던 이호 감독을 선임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로 레즐리 시크라를 지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를 보내고 임명옥 리베로를 영입했다. 물론 임명옥 리베로도 뛰어난 선수지만 도로공사는 팀의 간판이나 다름 없는 김해란 리베로를 너무 쉽게 보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2015-2016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이호 감독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퇴하는 악재를 겪었고 이는 선수단과의 불화 때문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도로공사는 박종익 감독 체제로 시즌을 치렀지만 외국인 선수 시크라가 득점 2위(737점)에 오르는 활약에도 끝내 반등하지 못하고 5위로 시즌을 마쳤다. 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난 후 대한항공 감독을 지낸 김종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도로공사는 작년 5월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영입하며 은퇴를 선언한 장소연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재계약을 발표했던 시크라가 허리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도로공사는 시즌 개막 직전 케네디 브라이언을 영입했다. 2015-2016 시즌 도로공사가 시크라 한 명에게 공격을 의존한 것이 문제였다면 2016-2017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의 공격력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브라이언은 6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에서 독보적으로 부진한 활약을 펼쳤고 심지어 왕따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도로공사는 작년 12월 브라이언을 퇴출하고 새 외국인 선수 힐러리 헐리를 영입했다. 유쾌하고 붙임성 좋은 힐러리는 브라이언보다 나은 활약을 해줬지만 드래프트에서 탈락했던 선수인 만큼 도로공사를 구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11승19패로 6개 구단 체제가 된 후 처음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꿈도 희망도 없는 우울한 시즌을 보낸 도로공사의 유일한 위안은 '문데렐라' 문정원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세트당 0.34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생애 첫 서브 1위를 차지한 문정원은 45.02%의 높은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엄청난 공헌을 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리베로를 제외한 6개 구단의 주전 윙스파이커들 중에서 리시브 성공률 45%를 넘긴 선수는 문정원이 유일했다.

이바나-박정아 쌍포 구축한 도로공사, 질주할 수 있을까

 하혜진이 공격에서 박정아와 이바나의 부담을 덜어 준다면 도로공사의 공격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하혜진이 공격에서 박정아와 이바나의 부담을 덜어 준다면 도로공사의 공격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 한국배구연맹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도로공사는 지난 2011-2012 시즌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세르비아 출신의 이바나 네소비치를 영입했다. 이바나는 당시 피네도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12경기에서 331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를 정규리그 2위로 이끈 바 있다. 어느덧 만29세의 베테랑이 됐지만 여전히 주공격수로 믿고 맡길 수 있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다.

FA시장에서는 지난 시즌 득점 7위(460점, 국내선수 2위)에 올랐던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박정아를 영입했다. 박정아는 이바나와 쌍포를 형성하며 도로공사의 공격력을 한층 끌어 올릴 수 있는 자원이다. 다만 레프트로 복귀하면서 지난 시즌에 면제받았던 서브리시브를 다시 해야 하는 만큼 상대의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에 적응하지 못하면 의외로 고전하는 시즌을 보낼 수도 있다.

9월 그랜드 챔피언스컵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에서 대표팀에 선발되며 풍부한 가능성을 보인 하혜진도 프로 4년 차를 맞아 도약을 노린다. 하혜진은 뛰어난 신체조건(181cm)을 바탕으로 아버지 하종화 감독(진주동명고)으로부터 물려 받은 타고난 공격 본능을 자랑한다. 하혜진이 코트에서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쏟아낼 수 있다면 이바나, 박정아가 부진할 때 히든카드로서 도로공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작년 흥국생명에 입단했다가 김해란의 보상선수로 인삼공사로 이적하고 다시 오지영 리베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게 된 유서연은 프로 입단 1년 만에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했다. 하지만 리베로로도 활약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가 뛰어나고 영리한 배구를 하는 유서연은 임명옥의 백업 리베로나 원포인트 서버, 수비 강화를 위한 교체 선수 등으로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여자부 각 구단의 감독들은 지난 11일에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기업은행과 함께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도로공사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도로공사의 전력보강이 착실하게 이뤄졌다는 뜻임과 동시에 이번 시즌 심한 견제를 받을 거란 의미이기도 하다. 도로공사는 자신들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를 성적으로 증명해 김천의 배구팬들에게 봄 배구의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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