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라이트급 강자 토니 퍼거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를 압박하며 잡아먹는 스타일이다.

UFC 라이트급 강자 토니 퍼거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를 압박하며 잡아먹는 스타일이다. ⓒ UFC


현재 UFC 라이트급은 강자들의 격전장으로 불린다. 비록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명분을 벗어난 비상식적 행보로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지만 질과 양적으로 우수한 선수층은 역대 최고로 꼽히고 있다. 마이클 키에사, 더스틴 포이리에, 알 이아퀸타, 에디 알바레즈, 앤서니 페티스, 티아고 알베스, 에드손 바르보자, 짐 밀러, 마이클 존슨 등 다양한 색깔의 강자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타이틀에 가장 근접한 파이터로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 토니 퍼거슨(35·미국)이 꼽힌다. 당장 맥그리거와 맞붙어도 전력상 우세하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을 정도다. 전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3·브라질)가 웰터급으로 옮겼지만 저스틴 게이치(28·미국), 케빈 리(25·미국) 등 강력한 복병이 부상 중이다.

그중에서도 퍼거슨은 명분상 챔피언에 가장 근접한 도전자 후보 0순위다. 조쉬 톰슨, 바르보자, 도스 안요스를 줄줄이 꺾었으며 최근에는 리와의 잠정타이틀매치에서 승리해 챔피언벨트까지 두른 상태다.

누르마고메도프와도 일전이 예약되어 있었으나 상대의 감량실패로 인한 사고가 터지며 부득이하게 취소되고 말았다. 퍼거슨의 잘못은 없다. 그는 상대가 누구든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다음 방어전은 통합타이틀매치 형식으로 퍼거슨이 받아야 맞다.

장기전의 명수, 시간은 장점이자 약점?

퍼거슨은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최강인 부분은 없다. 타격 결정력은 맥그리거에 미치지 못하며 레슬링 역시 누르마고메도프는 물론 리보다도 강하지 못하다. 하지만 퍼거슨은 다재다능하다. 타격, 주짓수, 레슬링 등 모든 부분에 있어 평균 이상이다. 때문에 상황에 맞춰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는 장기전의 명수로 악명 높다. 초반 밀리는 듯하다가도 경기시간이 길어질수록 서서히 페이스를 빼앗아오다가 결국 상대를 잡아 먹어버린다. 사냥 방식도 독특하다. 다소 지루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는 상당수 파이터와 달리 화끈하게 들이대면서 상대를 질리게 하고 숨통을 끊어버리는 유형이다. 본능에 충실한 '좀비형' 같으면서도 영리한 사냥꾼 같다.

때문에 퍼거슨의 경기는 늘 흥미롭다. 특유의 '똘기(?)'를 바탕으로 타격이 강한 상대에게 타격으로 맞불을 놓는가하면 그래플러와 그라운드 진검승부도 피하지 않는다. 때문에 상대 입장에서는 경기 초반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기 십상인데 경기가 진행될수록 페이스가 꼬이고 그 순간 퍼거슨은 악마의 이빨을 드러낸다. '엘쿠쿠이(El Cucuy)'라는 닉네임처럼 '꿈속의 괴물'로 변신해 상대에게 악몽을 선사한다.

여기에는 퍼거슨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부분도 있겠지만 체급 최고 수준의 맷집과 체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어지간한 맹공에도 견디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부분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퍼거슨의 파이팅 스타일은 상대를 탐색하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많다. 퍼거슨은 싸움꾼 특유의 감각을 통해 상대의 패턴을 경기 중에 읽어내고 어느 정도 파악됐다 싶으면 약점을 파고들어 가속을 올린다. 상대가 어떤 유형인지는 경기 전에 당연히 알고 나왔겠지만 직접 몸을 섞어보며 타이밍, 거리감을 느끼고 더불어 무한체력으로 기를 죽여 가며 흐름을 빼앗아버린다.

하지만 이런 '슬로우 스타터' 본능은 장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서서히 자신의 흐름으로 잠식시켜 잡아먹기 전까지 상대의 공격을 상당수 받아주는 지라 적지 않은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다. 바나타, 도스 안요스, 리까지 최근 치렀던 경기만 보더라도 하나같이 평탄한 1라운드가 없었다. 초반에 너무 많이 고전하는 지라 '맞아야 정신 차리는 스타일'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는 초반화력이 매우 강한 카운터 펀처다.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는 초반화력이 매우 강한 카운터 펀처다. ⓒ SHOWTIME 제공


위기상황을 잘 극복하고 결국 경기를 승리로 가져간다는 부분은 분명 대단하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요소 때문에 언젠가 있을 맥그리거와의 진검승부가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퍼거슨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타입이라면 맥그리거는 초반 기세가 대단하다. 전형적 카운터펀처인데다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는 스타일인지라 옥타곤에 들어서기 무섭게 바로 화력 발산이 가능하다.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공이 울리자마자 무섭게 돌진해오던 조제 알도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카운터펀치를 맞춰버린 경기가 대표적이다. 네이트 디아즈를 상대로도 초반에는 압도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이러한 부분은 언젠가 경기가 치러질 경우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 퍼거슨은 중위권 파이터인 랜도 바나타(25·미국)에게도 초반 많은 펀치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본인이 역전 경기에 대해 워낙 자신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달리 1라운드에 정타 허용이 많다. 아무리 맷집이 좋다 해도 묵직한 정타를 제대로 꽂는데 능한 맥그리거의 화력이라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기가 중반을 넘어가게 되면 상성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 퍼거슨을 눕히지 못한다면 이후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퍼거슨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타입인데 비해 맥그리거는 장기전에 강하지 못하다. 디아즈 전에서 드러났듯이 맷집으로 자신의 펀치를 견딘 상대라면 더더욱 많은 힘을 썼을 공산이 큰지라 초반의 뜨거운 화력은 삽시간에 다운될 수 있다.

물론 실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격투기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변수가 많다. 우선은 맥그리거가 정상적인 방어전을 소화할 의지를 가지고 주최 측에서도 통합타이틀전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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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라이트급 꿈속의 괴물 시간전쟁 슬로우스타터 토니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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