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개봉 작품 중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식으로 수입된 영화중에 홈 무비로는 손색없는 영화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영원한 조커이자 뛰어난 연기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히스 레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어간다. 그의 뒷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아이엠 히스 레저>가 의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늘의 [숨은영화찾기]는 히스 레저의 데뷔작이지만 국내엔 개봉에 실패했던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이다.

 앳된 모습에 조셉 고든 레빗

앳된 모습에 조셉 고든 레빗 ⓒ 클레버컴퍼니


1999년에 개봉한 하이틴 무비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원작으로 카렌 맥컬라 루츠 와 커스틴 스미스가 현대화시켰다. 감독은 <이프 온리>로 유명한 질 정거이다. 히스 레저, 줄리아 스타일스, 조셉 고든 레빗 그리고 라리사 올레이닉이 주연을 맡았다. 3천만 달러에 제작된 영화는 북미 3817만 달러, 전 세계 5347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거뒀다. 영화는 2009년 동명의 TV 시트콤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시애틀 파듀아 고등학교로 새로 전학 온 카메론 제임스(조셉 고든 레빗)는 상냥하고 예쁜 2학년생 비앙카 스트랫포드(라리사 올레이닉)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하지만 비앙카는 고교 졸업 전까지 연애금지라는 아버지의 룰 때문에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본적이 없다. 반면 괴팍한 언니 캣 스트랫포드(줄리아 스타일스)는 남자들에겐 관심이 하나도 없고 빨리 독립해서 제멋대로 사는 게 꿈이다. 그런 캣의 모습을 보고 아빠는 연애금지 해제를 졸라대는 둘째 딸에게 언니 캣이 데이트하면 비앙카도 데이트할 수 있다고 룰을 바꿔버린다.

이 소식에 카메론은 친구 마이클(데이빗 크럼홀츠)과 함께 캣과 데이트할 남자들을 물색해보지만 오만하고 독설로 유명한 캣과 데이트할 남학생은 한 명도 나오질 않는다. 그 와중에 적임자로 떠오른 건 다름 아닌 학교 대표 아웃사이더 '패트릭'(히스 레저)이다. 패트릭에게 부탁해보려 하지만 이 또한 녹록지가 않다. 하지만 마이클이 비앙카를 노리는 조이를 이용하는 묘수를 내는데.

상투적이지만 풋풋한 영화

 의외의 노래실력을 선보인 히스 레저

의외의 노래실력을 선보인 히스 레저 ⓒ 클레버컴퍼니


사실 하이틴 로맨스 무비만큼 정형화된 장르가 없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또한 상투적인 구석이 많지만, 영화 속의 연애작전은 제법 그럴듯하며, 풋풋함과 사랑스러움을 살린 극의 짜임새 또한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장르에 맞게 세공된 캐릭터들이 인상적이다. 우선 독립심 강한 캣은 연애보단 자기 하고 싶은일에 관심이 많고, 치어리더보단 직접 공을 차는 여자축구선수로 당찬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연애에 무심한듯하면서도 자신에게 접근하는 패트릭에게 조금씩 경계심을 허무는 모습에선 꽤나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런 캣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반항아' 패트릭은 관심사를 활용한 '작업의 정수'를 보여주며 사랑꾼의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화가 난 캣을 풀어주려 교정에서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뮤지컬의 한 장면 같은 이장면은 히스 레저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에 달달함과 풋풋함을 한껏 불어넣은 카메론과 비앙카의 케미도 사랑스럽다.

영화가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작가와 원작에 기인한 설정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영화 속 캣과 비앙카의 성이 스트랫포드(Stratford)인 것은 세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 따왔다. 그리고 캣과 비앙카의 이름 또한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 속 두 자매의 이름 캐서리나(Katherina)와 비앙카를 차용한 것이다. 주인공 패트릭의 성이 베로나인 것은 원작에서 캐서리나에게 구혼을 청하는 페트루치오의 고향이 베로나이기 때문. 그리고 학교 이름이 파듀아인데 원작의 배경지가 바로 영국에 파듀아 지방이다.

 <내가 널 사랑할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스틸 샷

<내가 널 사랑할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스틸 샷 ⓒ 클레버컴퍼니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이 영화를 찾아보는 또 한가지 재미는 조커에 익숙한 히스 레저를 비롯해 어느덧 할리우드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조셉 고든 레빗과 줄리아 스타일스의 풋풋하던 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현재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지난 2015년 개봉 10주년 기념판 DVD가 국내에 출시됐다. 10대의 감수성을 지닌 분이나 히스 레저, 조셉 고든 레빗, 줄리아 스타일스의 데뷔 초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야깃거리

재미나게도 줄리아 스타일스는 데뷔 초 윌리엄 세익스피어 작품을 각색한 작품에 3편이나 출연했는데, 이 작품이 그 시작점이다. 다른 두 작품은 <햄릿 2000>과 오델로를 각색한 < O > 이다. 이 작품은 앞서 말한대로 히스레저의 할리우드 데뷔작인데, 캐스팅 당시 조쉬 하트넷, 애쉬튼 커쳐와 경쟁했다고 한다. 줄리아 스타일스는 애초에 캣이 아닌 비앙카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남녀 주인공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스는 영화 촬영 중 사귀기 시작했으며 영화 개봉을 앞둔 2000년 1월에 헤어졌다. 참고로 이 영화는 단 한 장면도 세트장에서 촬영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내가널사랑할수없는10가지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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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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