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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의 아침 공양. 여기에 바리스타 스님이 내시는 커피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의 아침 공양. 여기에 바리스타 스님이 내시는 커피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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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네요. 따뜻한 추석 연휴 되시길! 우리네 명절에 빠질 수 없는 게 먹는 이야기입니다. 손이 있으면서, 손을 가만 두고, 입만 가지고 먹기만 한 인간들을 제외한, 음식 만드느라 수고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다녀본 절이 많을 텐데, 어느 절집 공양이 가장 맛있던가?"

지인의 기습적인 질문. 절집 공양, 맛으로 먹은 적 없습니다. 불교에선 '식당작법(食堂作法)'이라 하죠. '내 앞에 놓인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생각하며 감사히 먹습니다. 살기 위해 먹을 뿐이지요.

심지어 "조선시대 임금님들도 수랏상에 올랐던 각 지역 특산품들을 들기 전, 그곳 지역민들의 안위를 물은 후 먹었다"고 합니다. 이로 보면 대한민국 화려강산 못지않게 정신까지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그런데 맛이라뇨. 식도락(食道樂)과 전혀 거리가 멉니다. 하여튼, 이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화두'였습니다.

절집에 본격적으로 다닌 지 3년여가 되어 갑니다. 예전엔 절밥의 '절'자만 나와도 절레절레 고개 흔들며 애써 피해 다녔습니다. 마치 우상숭배 같은 그런 기분이었달까. 그런데 절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절밥을 먹게 되더군요. 원칙을 세웠습니다. 비교적 재정 여유가 있는 큰 가람에서는 가능하면 먹기로. 가난한 작은 암자나 개인 사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피하는 걸로.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20여 군데 절집에서 공양을 먹었던 기억입니다. 밥 때를 맞추는 것도 예사 일이 아니데요. 감사하게 절밥을 먹었던 사찰 곳곳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숨어 있습지요.

처음 공양했던 예산 '수덕사', 발우공양을 배우고

 창원 여항산 성불사 아침 공양입니다. 호박잎에 된장국이면 끝이지요.
 창원 여항산 성불사 아침 공양입니다. 호박잎에 된장국이면 끝이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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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양 했던 곳은 충남 예산 덕숭산 '수덕사'입니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엄격한 '발우공양'을 대했습지요. 스님들을 통해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감사히 먹는 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덕분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대요. 지레 겁먹고 너무 적게 먹어, 배가 고파 혼났지요. 그러나 지금껏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던 '발우공양'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두 번째가 여수 흥국사 '도솔암'입니다. 봄의 전령, 진달래 보러 여수 영취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들른 도솔암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점심 공양 현장을 접했습니다. 드시는 걸 보니, 어찌나 허기가 지던지. 염치 불구, 역으로, 암자에서 '비빔밥 탁발'을 했습지요. 비구니 스님, 기꺼이 비빔밥을 내어 주시더군요. 꿀밥으로 배를 채웠드랬지요.

가장 빈번하게 절밥을 먹었던 곳은 경남 창원 '성불사'와 제주도 우도 '금강사'였습니다. 이곳은 영혼의 휴식이 필요할 때, 간혹 잠을 청하는지라 자주 먹었지요. 청강 스님의 성불사는 공양주 보살 손맛이 기막히게 좋고 손이 넉넉합니다. 특히 구수한 된장국이 일품이지요. 입 짧은 제가, 국 한 그릇 더 달라거나, 간혹 된장국거리를 얻어오기까지 하니 말해 뭐할까.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스님께서 커피를 내리시는 중입니다. 스님, 또 주실 거죠? 갑작스레 "스님들도 보기 힘든 행사가 있다"고 오길 바랬는데, 추석 연휴 직전이라 못 간 거 죄송허구먼유~^^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스님께서 커피를 내리시는 중입니다. 스님, 또 주실 거죠? 갑작스레 "스님들도 보기 힘든 행사가 있다"고 오길 바랬는데, 추석 연휴 직전이라 못 간 거 죄송허구먼유~^^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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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릇에 비친 덕해 스님. 그의 익살스러움은 아주 사랑스러운 '귀여움'입니다.
 그릇에 비친 덕해 스님. 그의 익살스러움은 아주 사랑스러운 '귀여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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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사는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독사찰인지라, 대부분 덕해 스님 혼자서 공양을 해결합니다. 아침은 밥으로 때우기도 하나, 단촐하게 낸 과일, 빵, 커피가 주류입니다. 특히 바리스타 자격을 갖춘 스님께서 양주 한 방울 떨어트려 내는 커피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그런 맛이지요. 그 커피 맛이 그립습니다. 또 하나, 여름에 먹는 쌉쓰름한 '씀바귀 쌈'. 먹고 싶당!

금강사와 얽힌 재밌는 일화입니다. 언젠가 주방에 산삼 비슷한 게 다섯 뿌리나 걸려 있었습니다. 스님께 여쭸더니, '산삼' 맞다대요. 신도 분이 주셨다나. 절집 금강사에 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무념무상, 욕심이 없었지요. 근데 속세 집에 와서 보니, '산삼 한 뿌리 주세요란 소릴 왜 안했을까'라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탐ㆍ진ㆍ치. 바로 연락했지요. 스님 왈, "이미 다 먹었습니다!" 아뿔싸, 역시 임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먹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먹을 수 있다? 김천 '직지사'

 사찰 음식 전문가인 구례 화엄사 지장암 이정 스님께서 내신 식혜입니다.
 사찰 음식 전문가인 구례 화엄사 지장암 이정 스님께서 내신 식혜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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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은적사'. 여기도 한때 자주 공양했습니다. 공양주 보살이 세 번 바뀐 것까지 알지요. 주지 스님이 먹고 싶은 걸 요청하면,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던, 충청도가 고향인, 키가 유난히 컸던 보살이 끓여주던 '죽'이 기억납니다. 특히 스님이 깊숙이 숨겨 둔 그만의 보물, 매실은 가히 압권이었지요. 십년 이상 숙성된 매실의 그 깊고 오묘한 맛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네요. 매실, 승복 보시했더니 한 병 주셨지요. 제가 먹지 않고, 보시했던 벗에게 주었지요.

구례 화엄사 '지장암'은 비구니 이정 스님께서 사찰 음식 전문가인지라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식혜 만들었다"고 "마시러 오라"는 초대에, 초면에 덩달아 냉큼 달려가 받은 식혜 한 사발이 대단했습지요. 앞으로도 그 맛보려면, "나이 들고, 손이 저려 이제 요리하기 힘들다"는 스님의 손을 꼭 고쳐야 하는데. 부처님의 가피가, 특히 이정 스님 손에 깃들길.

 새벽예불 후 김천 직지사에서 먹었던 아침 공양입니다. 먹었다는 자체로 감격이었지요.
 새벽예불 후 김천 직지사에서 먹었던 아침 공양입니다. 먹었다는 자체로 감격이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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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직지사'는 '어떤 걸 먹었냐?'라는 사실보다, 한 번 퇴짜 맞고, 두 번 도전 끝에 먹게 된 공양입니다. 사실, 먹게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습지요. 먹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먹을 수 있음을 가르쳐 준 배움이 깃든 공양이었지요. 긴 기다림 끝, 새벽 예불 후, 아침 공양할 인연이 주어졌습니다. 누룽지, 사과, 김, 김치 등이 나왔더랬지요. 감사할 따름이었지요.

상주 '도림사'는 절집에서 공양은 하지 못했습니다. 세 스님이 된장 등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으로, 대웅전 등 불사를 완성한 공덕을 아는지라 요리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누가 그랬던가. 암튼, 가게에서 사용할 반찬 만들어 내는 통에, 요리할 재료가 하나도 없어 퇴짜. 대신 도림사가 지원하는 전통 사찰음식점 <들밥상>에서 먹으라는 소리뿐. 이곳에서 먹은 '청국장 정식' 등의 저염 요리가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승보종찰 '송광사', 정갈하게 받은 스님과의 겸상

 여수 용월사 홍합국입니다. 시원함에 깜빡 죽습니다.
 여수 용월사 홍합국입니다. 시원함에 깜빡 죽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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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보종찰 송광사 점심 공양입니다. 공양 간에서 종문 스님과 겸상이었습니다.
 승보종찰 송광사 점심 공양입니다. 공양 간에서 종문 스님과 겸상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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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용월사'는 깎아지른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합니다. 바닷가라 일출과 월출이 볼 만합니다. 용월사 아래 바다에 양식장을 볼 수 있습니다. 홍합 등 양식이 한창입니다. 원일 스님에 따르면 "이것 하나에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노다지인 셈입니다. 이곳 바다에서 양식 중인 홍합을 따, 별다른 것 넣지 않고 소금으로 순수하게 끓여 낸 홍합 국. 큰 그릇에 낸 홍합 국에 절로 손이 가더군요.

조계산을 양분하는 송광사와 선암사도 뺄 수 없지요. 승보종찰 '송광사'는 일반인들은 뷔페식 비빔밥이었습니다. 헌데 산사 유람 중인 종문 스님과 동행이라 얼떨결에 겸상을 받았습니다. 가운데 국과 간장 등 양념을 두고 좌우로 나물과 김치류 등이 놓였습니다. 국은 떠서 먹도록 따로 그릇 하나를 두었습니다. 정갈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여름을 이기는 함, '메밀국수'를 맛보았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순천 선암사 공양간입니다.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습니다.
 순천 선암사 공양간입니다.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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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선암사에서 먹었던 별미, 검은 깨 콩국수와 찰밥입니다.
 조계산 선암사에서 먹었던 별미, 검은 깨 콩국수와 찰밥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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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는 주지 스님 인터뷰 후 식사하러 갔습니다. 이곳은 스님 자리와 일반인 자리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던 탓에, 멋모르고 갔다가 옆에서 내치는 통에 뻘쭘한 상태에서 홀로 먹었던 씁쓸한 기억입니다. 그렇지만 검은 깨 콩국수와 함께 나온 갓김치, 배추김치뿐 아니라 찰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스님들이 너무 잘 드시는 거 아냐?' 했으니까.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듯한 '분별'이 별로였습니다. 해탈은 자유로움에서 오는 법!

구례 '천은사'는 음식보다 흰 눈썹 휘날리는 노스님이 기억나는 산사입니다. 아직 때가 아니어선지 차 한 잔 하지 못했습니다만, 조만간 인연될 것으로. 천은사는 시간에 쫓긴 삼사 순례단 틈에 끼어 먹느라 비빔밥 공양을 급하게 했습니다. 함께 했던 일행은 "많은 사람이 먹는 비빔밥치곤 꽤 괜찮았다"고 평합디다. 바뀐 주지 종효 스님이 나눠주지 않고 혼자 옥수수를 먹는 통에 틀어졌다는. 스님, 글지 맙시다!

아주 특별했던 익모초 즙 등 선식, 장흥 '보림사'

 장흥 보림사 '선식'입니다. '토마토 두부 국'과 말차처럼 보이는 '익모초 즙'이 신선했습니다.
 장흥 보림사 '선식'입니다. '토마토 두부 국'과 말차처럼 보이는 '익모초 즙'이 신선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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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보림사 아침 공양 때 나온 '익모초 즙'입니다.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지요.
 장흥 보림사 아침 공양 때 나온 '익모초 즙'입니다.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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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사 혜신 스님께서 내오신 곡차 상입니다. 익은 김치와 청학동 곶감이 운치있고...
 남해사 혜신 스님께서 내오신 곡차 상입니다. 익은 김치와 청학동 곶감이 운치있고...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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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보림사'는 아주 특별했습니다. 일선 스님에 따르면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선식'이었으니까. 밥과 반찬은 그렇다 치죠. 그런데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토마토 두부 국'과 '익모초 즙'이 나왔습니다. 토마토 두부 국, 맛이 너무 생소했습니다. 또한 우리네 조상님들이 "여름을 이기기 위한 지혜로 마셨다"던 익모초 즙은 대단했습니다. 일선 스님, 신선의 삶을 살고 계셨지요.

여수 '남해사'. 혜신 스님과 차를 두고 앉아 있으면서도, 그날따라 간절했던 곡차 생각. 지인에게 "막걸리 두병 사 와라"했습니다. 지인, 얼씨구나! 서둘러 왔대요. 그걸, 일절 곡차라곤 입에 대지 않는 스님께서 불쌍하고 가련한 중생을 위해 '곡차 상'을 차려왔대요. 달랑, 익은 김치와 청학동 곶감뿐이었는데, 아주 운치 있는 상이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을 뛰어 넘은 우리만의 '최고의 밥상'이었지요.

양산 '보리원'은 별장 같은 사찰입니다. 불교 미술가인 연암 스님의 유연한 사고로 인해, 절집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전 박살 난 곳입니다. 게다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교회와 마주하고 있어 웃었던 절입니다. 왜냐면 교회는 사방이 트였고, 절은 담장이 둘러쳐진 분위기가 어색했던 탓입니다. 보리원은 전날 과한 곡차로 인해 쓰라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던 '해장국'이 위안이었습니다.

많이, 맛있게 먹는 게 죄스럽게 여겨졌던 '우번암'

 지리산 노고단 종석대 밑 '우번암'에서 먹었던 점심 공양입니다. 사 가지고 간 김밥에 법종 스님께서 내신 '옥수수' 조합이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많이 맛있게 먹는 게 죄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지리산 노고단 종석대 밑 '우번암'에서 먹었던 점심 공양입니다. 사 가지고 간 김밥에 법종 스님께서 내신 '옥수수' 조합이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많이 맛있게 먹는 게 죄스럽게 여겨졌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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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실상사 점심 공양입니다.
 지리산 실상사 점심 공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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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생은 긴 기다림 끝에 공양 직전인데, 도법 스님께선 이미 공양 중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바닥까지 싹싹 긁어 비운 후, 수박까지 맛나게 먹었답니다.
 중생은 긴 기다림 끝에 공양 직전인데, 도법 스님께선 이미 공양 중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바닥까지 싹싹 긁어 비운 후, 수박까지 맛나게 먹었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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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근엄했던 공양은 지리산 화엄사 '우번암'이었습니다. 지리산 노고단 종석대 밑 암자에서 홀로 사십여 년을 지낸 법종 스님. 그는 야생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사정을 아는 지인이 공양으로 김밥을 샀지요. 물론 스님 몫까지. 아니나 다를까. 산 속 오지에서 공양 해 드시는 게 변변찮았습니다. 점심 공양으로 김밥을 내밀어 같이 드시자고 했더니, 스님께서 수줍게 내놓으신 게 '옥수수'였습니다. 더불어 먹으면서 황제의 밥상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많이, 맛있게 먹는 게 죄스럽게 여겨졌던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남원 '실상사'. 도법 스님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점심 공양 시간. 공양 간 앞에는 신도들이 벌써부터 줄지어 섰습니다. 스님, 이를 보시고 "어디 절밥이 제일 맛있더냐?" 물으시더니, 글쎄 "알아서 요령껏 잘 먹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혼자 스님들 자리로 냉큼 가지 뭡니까. 한참 차례를 기다리는데, 스님께선 벌써 앉아 공양 중입니다. 그 배신감(?)이란. 스님, 맛있게 드셨지요? 덕분에 수지행 기획실장(실상사)과 비빔밥에 후식으로 수박까지 잘 먹었답니다.

"스님께서 많은 반찬을 내지 못하게 단속하신다."

공양 중, 실상사 수지행 실장 설명입니다. 암, 그래야지요. 절집에서 나오는 '1식 3찬' 혹은 '1식 5찬'은 소담함을 넘어 참 멋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온전히 우리네 몸속에서 무한 에너지로 변환될 예정이니까. 이는 음식의 쓰임새가 100% 작동된 원리입니다. 이외의 것은 거의 식도락 반열입니다. 어찌 보면 다 먹지도 못할 걸, 상다리 부러지게 나오는 '한정식'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업보'인 셈입니다.

절집 공양이 제일 맛있었던 곳은 부산 '범어사'

 부산 범어사 점심 공양입니다. 비빔밥과 콩나물 국 속에는 부처님 정신인 자비심. 즉, 나눔의 미학이 들어 있었습니다.
 부산 범어사 점심 공양입니다. 비빔밥과 콩나물 국 속에는 부처님 정신인 자비심. 즉, 나눔의 미학이 들어 있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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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어사!"

지인들의 "절밥이 제일 맛있었던 절은?" 질문에 대한, 제 대답입니다. 많고 많은 절집. 특이하고 인상적인 사찰 음식 중, 왜, 굳이, 하필이면, 범어사를 으뜸으로 꼽았을까? 조용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롯이 이것 때문입니다.

"신도뿐 아니라 등산객까지 자연스레 수용하는 나눔의 현장이었다."

방점은 '나눔의 현장'에 있습니다. 대부분 공양간은 절집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범어사는 다릅니다. 공양간이 등산로 옆에 들어섰습니다. 하여, 배고픈 등산객도 거리낌 없이 산사에서 공양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구조였지요. 예서, 부처님 정신인 '자비심' 즉, '나눔'을 보았습니다. 쉽게 나눌 수 있는 범어사만의 지혜였지요.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이치였달까. 나무 석가모니불!!!

 글에서 이게 빠졌습니다. 진도 세월호 순례단을 위해 길 위에서 민머리를 드러낸 남원 선원사 짜장 스님 등이 공양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공양이 바로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 아닌가 싶습니다.
 글에서 이게 빠졌습니다. 진도 세월호 순례단을 위해 길 위에서 민머리를 드러낸 남원 선원사 짜장 스님 등이 공양을 내고 있습니다. 이런 공양이 바로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 아닌가 싶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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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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