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맥그리거는 자신의 존재감을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만 쓰고 있다.

코너 맥그리거는 자신의 존재감을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만 쓰고 있다. ⓒ SHOWTIME 제공


스포츠 세계에서 슈퍼스타 혹은 챔피언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단순히 인기를 책임지는 수준을 넘어 더더욱 성장하게 되면 때로는 해당 스포츠나 단체를 상징하는 얼굴이 되기도 한다. NBA(미 프로농구) 마이클 조던, 프로복싱의 무하마드 알리, 프라이드 시절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조던, 알리, 표도르 등은 실력적으로도 최고였으며 다양한 스토리까지 함께 만들어내며 수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팬들에게 그들은 영화속 히어로의 실사판같은 영웅이었으며 스포츠계 동료 혹은 프로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는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존재감으로 인해 발생했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던 것이다.

정상에서 오랫동안 군림하는 자는 높은 위치만큼이나 많은 것을 누린다. 하지만 그들은 방심할 수 없다. 또 다른 그들이 되고자 치열하게 노력하는 도전자들과 끊임없이 경쟁해야한다. 도전을 물리치고 왕좌를 유지하면 계속해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물러나야 된다. 슈퍼스타 혹은 챔피언의 숙명이다. 많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챔피언, 왕조를 만들어낸 팀이 더더욱 인정받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UFC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는 그러한 당연한 수순을 역행한 이른바 공공의 적 같은 존재다. 정규리그 1위팀이 플레이오프 우승을 위해 다시 뛰고 벨트를 가진 챔피언이 방어전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이같은 상식을 부숴버리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너희들에게는 당연하지만 나는 아니다'고 선포하는듯하다.

개인의 영광, 단체에게는 치명적!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해도 세계 종합격투계는 동양의 프라이드와 서양의 UFC 양대 세력의 구도로 흘러갔다. 전성기만 따진다면 인기 면에서는 프라이드가 앞서간다는 분석이 더 많았다. 하지만 당시 매니아들 사이에서 더 인정받았던 것은 UFC였다. 유달리 이벤트 매치업이 많았던 프라이드에 비해 UFC는 합리적 스포츠 시스템에 의해 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UFC는 말 그대로 인정할만한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철저한 랭킹제를 통해 잘하는 선수, 성적 좋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고 누구든 실력으로 입증만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오늘날 UFC에 많은 선수들이 몰려들고 다함께 클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UFC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단순히 잘 훈련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만으로는 기회를 얻기 어려워졌다. 거침없이 연승행진을 해도, 뜬금없는 선수에게 도전권에서 밀릴 수 있고 대전료 역시 바닥을 치기도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맥그리거가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내성적인 선수들 조차 억지로 영업(?)을 해야 되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맥그리거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UFC의 현재와 미래는 좋지않은 바이러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맥그리거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UFC의 현재와 미래는 좋지않은 바이러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SHOWTIME 제공


어떤 면에서 맥그리거는 모든 파이터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로인해 이름값도 높고 무엇보다 비교대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돈까지 벌고 있는 격투재벌이다. 맥그리거가 한경기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쓸만한 UFC 넘버시리즈 대회 하나를 합친 것보다 더욱 높을 정도다. 

열성팬도 안티팬도 많은 맥그리거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맥그리거와 더불어 흥행을 이끌어가던 브록 레스너, 론다 로우지, 존 존스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낙마한 가운데 말 그대로 원탑 슈퍼스타가 됐다.

특히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의 복싱 이벤트를 전후해서는 복싱팬들 사이에서의 인지도까지 대폭 상승해 한 단체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말 그대로 맥그리거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는 UFC 주최측에서도 맥그리거의 눈치를 봐야만 되는 상황이 됐다. 종합격투기 역사상 맥그리거만큼 영향력이 큰 파이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맥그리거의 비상식적 행보다. 그는 기량적인 면에서는 아직 검증이 덜됐지만 단체 내 위상만큼은 과거의 조던, 알리만한 위치까지 왔다. 조던, 알리가 그랬듯 맥그리거가 마음만 먹는다면 UFC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역사에 남을 영웅이 되는 것이다.

맥그리거는 공생보다는 철저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과거의 모범적 영웅들이 그랬다고 맥그리거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팬들이 맥그리거를 비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해야 될 책임을 지키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UFC내에서 그는 슈퍼스타 이전에 라이트급 챔피언벨트를 가지고 있는 자다. 랭킹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시스템 속에서 부상 등 큰 변수가 없다면 당연히 정상적인 방어전을 치러야한다.

놀랍게도 맥그리거는 페더급,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내는 동안 단 한 차례의 방어전도 가지지 않았다. 케이지 워리어스 페더급·라이트급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당시에도 방어전은 남의 일이었다. 4개의 챔피언벨트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 방어전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

방어전을 치러야할 시기에 맥그리거는 다른 경기를 했다. 방어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네이트 디아즈와 명분 없는 경기를 두 차례나 벌였으며 메이웨더 주니어와의 복싱이벤트 역시 개인에게는 의미 깊은 한판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동료 파이터들에게는 민폐였다.

설상가상으로 UFC에 돌아와서도 방어전을 기대하고 있는 도전자 세력을 무시한 채 디아즈와의 3차전, 폴 말리그나기(36·미국),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26·멕시코) 등과의 또 다른 이벤트를 언급하고 있다. 그나마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와 러시아에서 대결하고 싶다는 정도가 정상적인 매치업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뤄질지 조차 미지수다.

이같은 맥그리거의 내 맘대로 행보로 인해 UFC에서의 챔피언 가치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마이클 비스핑(36·영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챔피언들 역시 맥그리거가 그런 것처럼 이벤트 매치업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비스핑은 제2의 맥그리거 행보를 밟아나가고 있다. 랭킹과 명분이 아무 의미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맥그리거가 챔피언 벨트를 내려놓고 이벤트 전문파이터로 움직인다면 별반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그럴 생각이 없다. 벨트를 가지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이벤트 매치업을 짤 때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결국 그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동료 파이터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도 헬FC지만 나중에 옥타곤을 떠나도 헬FC가 될 것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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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맥그리거 좋지않은 사례 맥그리거 바이러스 명분은 없다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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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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