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긴 연휴, 가족끼리, 혹은 친구나 연인끼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줄 공연은 무엇이 있을까. 연극 <장수상회> <오펀스> <엠, 버터플라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엘리펀트 송> <프론티어 트릴로지>, 뮤지컬 <사의 찬미> <서편제> <헤드윅> <레베카> 등 많은 작품이 눈을 사로잡고 있지만, 그중 5편을 정리해 봤다.
#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서편제>
▲ <서편제> 뮤지컬<서편제> 포스터 ⓒ 로네뜨
줄거리: 뮤지컬 <서편제>는 '자기의 소리'를 찾는 송화와 동호, 그리고 유봉에 관한 얘기다. 이들이 가족이 된 이야기부터, '소리'를 찾는 과정, 그리고 '가족'이라는 그리움으로 재회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과정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아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송화와 동호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애환'이라는 감정이 깔려 있다. 이는 '한' 섞인 배우들의 목소리로 승화돼 다른 상황에 놓인 이들의 마음까지 저민다.
포인트: 아역 배우들의 회상 장면과 현재의 모습을 오가는 배우들의 호연과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영상은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특히 극 초반의 '살다 보면', 극 말미의 '심청가'는 꺼진 마음을 재생시킬 정도로 힘 있다. 송화, 동호, 유봉의 소리가 합쳐진 것을 형상화한, 꽃 드리운 영상 역시 장면의 백미다. 캐스팅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의 총출동. 어떤 날이건, 어떤 배우가 출연하건,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송화 역에 이자람. 차지연, 이소연, 동호 역에 김재범, 박영수, 강필석, 유봉 역에 서범석, 이정열이다. 오는 1월 5일까지 서울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잊지 못할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면 멘델리 저택으로...<레베카>
▲ <레베카> 뮤지컬 <레베카> 포스터 ⓒ EMK
줄거리: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막심 드윈터. 여행 중 우연히 '나'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지만, 멘델리 저택은 그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
포인트: 마치 멘덜레 저택으로 눈을 빼앗긴 듯 강렬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나'와 '댄버스 부인'의 팽팽한 긴장과 미스터리한 분위기, 거기에 폭발적인 배우들의 넘버 표현은 <레베카>의 향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킬 것. 또 화려한 의상과 반짝이는 소품과 번쩍이는 조명 등 멋들어진 작품 하나 본 듯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막심 역에 엄기준, 정성화, 송창의, 댄버스 부인 역에 옥주현, 김선영, 신영숙, 나 역에 루나, 김금나, 이지혜 등이 출연해 숨 막히는 순간순간을 펼쳐낸다. 오는 11월 12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 지친 마음 어루만져 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포스터. 이정화-서영주 ⓒ 벨라뮤즈
줄거리: 동명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츠네오는 우연히 유모차를 탄 쿠미코를 만나게 되고, 그의 집에서 따뜻한 밥상을 접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더욱 친밀해지기 시작한 이들은 새롭고 즐거운 추억으로 둘만의 시간을 쌓아간다.
포인트: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 손글씨를 새겨 놓은 듯한 따뜻한 분위기부터, 아기자기한 소품은 작품에 몰입을 높인다. 거기에 무대 뒤 펼쳐지는 앙증맞은 일러스트는, 영화보다 더 진한 이미지를 새겨놓는다. 특히 담담한 듯 독특한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 표현은 영화를 감명 깊게 봤더라도, 더 깊은 이미지를 맘속에 배길 수 있을 것. 모든 것이 엉성하고 어설펐던 한때를 떠올릴 수도 있고, 한순간에 놓쳐버린 애틋한 사랑, 감정을 복기시킬 수 있다. 보는 이들마다 각각 다른 것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작품.
쿠미코 역에 최우리, 문진아, 이정화, 츠네오 역에 백성현, 김찬호, 서영주, 윤효정 역에 유주혜, 김려원, 권진우 역에 김대곤, 사이토 역에 임종인, 박슬마로, 토모코/다나카 역에 김아영, 류경환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장수상회>
▲ <장수상회> 연극 <장수상회> 포스터 ⓒ 드림컴퍼니
줄거리: 동명 영화 <장수상회>를 원작으로 하는 이 연극은 잔잔한 울림을 전해 가족끼리 즐기기 탁월한 작품이다. 장수상회를 지킨 모범직원 노신사 성칠과 꽃집을 운영하는 금님의 설레는 만남부터,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을 담았다.
포인트: 코끝을 찡하게 만들 정도로 감동적이다. 젊을 때처럼 풋풋한 시간을 보내는 성칠과 금님의 모습은 훈훈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가족끼리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다분하다.
성칠 역에 신구, 우상천, 금님 역에 김지숙, 손숙 등이 출연하는 <장수상회>는 오는 10월 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된다.
# 모든 것을 잊고 빠질 수 있는 뮤지컬 <헤드윅>
▲ <헤드윅> 뮤지컬 <헤드윅> 포스터 ⓒ 쇼노트
줄거리: 뮤지컬 <헤드윅>이 털어놓는 인생 이야기.
포인트: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헤드윅. 자신이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지부터 시작해 엄마가 어릴 적 해주신 얘기, 미국으로 가게 된 사연, 락스타 토미와 어떤 관계인지 등 자신의 스타일로 관객들에게 전한다. 거기에 라이브로 듣는 밴드 연주, 귀를 파고드는 분위기에 파고드는 넘버들은 <헤드윅>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 능청과 여유를 오가는 헤드윅에게 맡겨놓는 약 2시간 뒤 펼쳐지는 관객들과 함께 하는 시간 역시 <헤드윅>이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입증한다.
헤드윅 역에 유연석, 조형균, 정문성, 오만석, 마이클리, 이츠학 역에 유리아, 제이민, 전혜선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5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