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대한축구협회(이하 KFA)는 팬들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결론을 냈고, 답답한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

KFA는 26일 오전 9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주재로 2017 제7차 기술위원회를 개최했다. 기술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세 가지 안건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전 및 우즈베키스탄전 경기 내용 분석,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이끌 U-23 대표팀 감독 선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역할론이었다.

우선, 신태용 감독을 보좌할 외국인 코치 선임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지도자 경험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차두리, 이제 막 코치 생활을 시작한 김남일 등 현재 코칭스태프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기술위원회는 풍부한 국제 경험을 갖춘 외국인 코치와 피지컬 코치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그런데 이 모습, 낯설지가 않다. 기술위원회는 지난해 11월에도 외국인 코치 영입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신태용이 U-20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흔들리는 슈틸리케를 보좌할 인물이 절실했다. 선임 당시부터 의문부호가 따랐던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의 한계도 메워야 했다.

기술위원회의 선택은 황당했다.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짓지 못한 탓에 외국인 코치 선임에 어려움을 느꼈고, 국내 코치로 방향을 틀었다. 성균관대학교를 이끌던 설기현과 지도자 경험이 아예 없던 차두리가 선택됐다. 심지어 차두리는 지도자 자격증을 갖추지 못해 전력분석관이란 이름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중국과 카타르 원정에서 무너지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던 데는 기술위원회의 무능한 행정이 큰 몫을 담당했다. '공격은 설기현, 수비는 차두리', 아르무아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슈틸리케는 밑천을 드러냈다. 기술위원회는 지도자를 평가하는 안목이 부족했고, 대표팀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기술위원회는 신태용 감독과 함께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김남일과 차두리를 대표팀 코치로 선임했음에도 지난 3개월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불과 얼마 전에 확인했음에도 말이다.

과연 이번에는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 코치와 피지컬 코치를 선임해 대표팀에 힘을 더할 수 있을까.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희망하는 것

가장 큰 관심은 히딩크 전 감독의 활용 방안이었다. 신태용 감독을 대신해 히딩크가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은 터라 더 눈길이 갔다. 하지만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나올 수가 없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감독과 협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제안한다면 서로 곤란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기자회견 이후에 히딩크 감독과 메일을 통해 논의했다. '메일 잘 받았다'라는 이야기 말고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차후 협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의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왜' 공개적으로 제안하면 서로 곤란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어 카카오톡과 전화, 만남을 원했던 히딩크 측의 의견은 무시해버린 것일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가 한국 감독직을 원한다는 것을 감쪽같이 숨긴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 언론을 통해 몇 마디 툭 던져놓고 시간이 지나면, 여론은 잠잠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신태용 감독을 흔들고 있는 것은 히딩크가 아닌 KFA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인가.

한국 축구는 정몽규 KFA 회장이나 고위 인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K리그를 찾고, 대표팀 경기에 박수를 보내는 팬들이 있기에 한국 축구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팬들을 기만한 기술위원장에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인지 여전히 그들만 모른다.  

U-23 대표팀 감독 김봉길, 최선의 선택일까

지난 5월, 국내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 이후 반드시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감독 선임에 실패해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 책임을 물어야 했다. 턱없이 부족한 기본기, 유소년 시스템의 재정비, K리그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 등도 고민이 필요했다. 하지만 꿈같은 기대였을까. 시간은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한국 U-20 대표팀은 2015 U-20 월드컵(뉴질랜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고, 2016 U-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개최국이 아니었다면, 두 대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였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과 계획 수립 등 KFA에 대한 불신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김봉길 감독이 유망한 지도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U-23 대표팀을 지휘할만한 역량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김봉길 감독은 지난 2012시즌(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수석코치에서 감독대행으로 승격해 강등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듬해에는 시·도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올라 7위를 기록하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이후 모습에는 아쉬움이 많다. 선수 영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들을 지키는 것조차 힘겨운 인천의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시즌 초반 9경기 연속 무득점, 스플릿 라운드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성적은 만족할 수 없다.

직전까지 감독 생활을 했던 초당대학교에서도 성적이 신통찮다. 초당대는 'U리그 2016' 제7권역(전북, 전남, 광주)에서 2위를 차지한 강팀이었다. 하지만 올 3월, 김봉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성적이 떨어졌다. 'U리그 2017' 제9권역(광주, 전남)에서 무패행진(2승 2무)의 상승세가 꺾였고, 3승 1무 4패를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1위 광주조선대와 승점 차는 무려 10점에 달했다.

그런데도 김봉길 감독은 초당대를 떠나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김상호와 안익수 등 감독 선임에 잇달아 실패한 KFA를 다시 한 번 믿어도 되는 것일까. 확신이 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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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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