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10구단 체제로 확대된 이후, 당초 가장 치열한 순위 다툼이 예상되었던 5위권 경쟁이 예상보다 일찍 종결될 분위기다. 그러나 2017년 시즌은 오히려 상위권에서 포스트 시즌 어드밴티지를 놓고 시즌 막판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1위와 2위 그리고 3위와 4위는 정규 시즌 마지막 날인 10월 3일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8월까지만 해도 KIA 타이거즈가 굳힐 것만 같았던 선두권이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9월 24일 경기에서 KIA가 패하고 두산 베어스가 승리하면서 두 팀은 82승 55패 동률이 됐다. 경기수와 무승부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순위는 시즌이 끝날 때 바뀔 수도 있다. 140경기를 치른 두산은 3무, 138경기를 치른 KIA는 1무를 기록하고 있다.

23일에는 드디어 3위와 4위가 서로 자리를 바꿨다. 23일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승리하고 NC 다이노스가 패하면서 그 동안 3위를 지키고 있던 NC는 후반기에 10팀 중 가장 뜨거웠던 롯데에게 3위를 내줬다. 롯데의 경기가 없었던 24일 NC는 일단 에릭 해커의 호투와 베테랑 이호준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일단 반 경기 차이로 4위를 지켰다.

5위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141경기를 치른 SK 와이번스는 8일 동안의 장기 휴식을 취하고 있다. 138경기를 치른 LG 트윈스가 아직 SK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LG가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SK가 자력으로 5위를 확정하려면 남은 3경기 중 2경기 이상을 이겨야 한다.

KIA의 매직 넘버 6, 줄어들지 않는 숫자

KIA와 두산은 일단 공동 선두가 된 이상, 정규 시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한국 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다만 두 팀 모두 남은 경기들을 모두 이긴다 가정할 때, 자력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팀은 KIA다. 두산이 4경기 밖에 남지 않은 반면, KIA는 앞으로 6경기가 더 남아 있다.

최근 분위기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더 좋다. 3년 연속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도전하고 있는 두산은 24일까지 도합 6연승을 거두며 끝내 정규 시즌 막판에 공동 선두 자리까지 왔다. 게다가 이 6연승에는 당시 선두였던 KIA와의 맞대결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미가 더 컸다.

앞으로 두산의 남은 일정은 연속 일정 없이 경기 사이에 모두 휴식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틀의 휴식을 취한 뒤 27일 수원 kt 위즈 파크 원정 경기, 하루 휴식을 취한 뒤 LG와의 잠실 라이벌 마지막 경기(원정), 다시 하루 휴식 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원정 경기 그리고 다시 휴식을 취한 뒤 잠실로 돌아와서 SK를 상대로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다.

두산의 남은 일정 4경기를 보면 포스트 시즌 가능성에 도전하는 팀과의 대결이 2경기다. LG가 아직 희미하게나마 희망이 남아 있는 상태며, 3경기 밖에 남지 않은 SK는 5위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날까지 전력을 다해 경기를 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8위 한화는 24일 경기에서 선두였던 KIA를 원정 경기에서 5-0으로 꺾는 등 최근 하위권 팀 중 가장 매운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KIA의 남은 일정도 두산보다 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KIA는 23일 경기에서 kt를 상대로 타선이 어느 정도 회복된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24일 경기에서 한화를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KIA는 26일 LG와의 홈 경기를 치른 뒤 28일과 29일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2연전을 치러야 한다.

KIA의 타선이 24일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경우 비록 8위이지만 한화와의 경기가 득이 된다고 볼 수는 없게 된다. 게다가 26일 정규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만나야 하는 LG는 남은 경기를 무조건 다 이겨 놓고 SK가 남은 3경기에서 2패 이상을 기록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 이 경기 역시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KIA가 이 3경기에서 최대한 많이 이겨 놓으면 kt와의 마지막 수원 원정 3연전이 기다린다. 최근 두산이 6연승으로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 KIA의 입장에서도 한국 시리즈 직행을 위해서라면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타이거즈는 총 10번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이 모두 한국 시리즈 직행을 통해 이뤄낸 긍정적 징크스가 있는 만큼 남은 경기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가을에도 날고 있는 부산 갈매기, 3위까지 오르다

후반기에 매서운 상승세를 탄 롯데는 당초 5위권 경쟁에서 다른 팀들을 모두 따돌리고 상위권 경쟁에 끼어 들었다. 때마침 3위를 지키고 있던 SK가 연패의 늪에 빠지며 순위가 수직하락하면서 롯데는 5위권 경쟁 팀들을 모두 제치면서 끝내 3위까지 노리게 됐다.

사실 롯데는 NC와의 마지막 순위 경쟁에서 4위가 되더라도 일정이 심하게 빡빡해지는 것은 아니다. 롯데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는 LG와의 부산 홈 경기이기 때문에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되더라도 하루 휴식만 취하고 별 다른 이동 없이 부산에서 포스트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반면 NC는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 원정 경기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될 경우 10월 3일 오후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짐을 싸서 창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가 바로 다음 날인 4일에 예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추석 연휴 대이동 기간이 끼어 있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이동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NC는 삼성과의 1경기(대구 원정), 넥센 히어로즈와의 2경기(창원) 그리고 한화와의 1경기(대전 원정)가 남아 있다. 남은 4경기가 모두 포스트 시즌과 거리가 멀어진 팀들과의 일정이다. 그나마 가장 멀리 가는 일정이 대전이고, 최근 넥센이 포스트 시즌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점에서 NC는 넥센과의 경기에서 어느 정도 부담을 덜게 됐다.

롯데는 NC에 비해 남은 3경기 일정에 있어서 조금 부담이 있다. 한화와의 1경기(홈), SK와의 1경기(인천 원정) 그리고 LG와의 1경기(홈)가 남아 있는데, 일단 포스트 시즌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팀과의 경기가 2경기나 있다.

게다가 롯데는 남은 3경기 일정에 있어서 부산-인천-부산을 오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KBO리그 각 연고지 중에서 부산과 인천은 거리가 가장 멀다(구장 간 거리 414km). 중간에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은 있지만,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적 부담은 경기 외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5위 유리한 SK, 자력 확정 위해서는 최소 2승 이상

앞에서도 말했듯이 5위권 경쟁은 SK가 많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SK가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선 8일 동안 경기가 편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 요소가 있다. 게다가 LG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다 가정했을 때, SK는 남은 3경기 중 최소 2경기는 이겨야 자력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을 결정지을 수 있다.

게다가 SK도 이동에 대한 부담은 있다. 남은 3경기가 또 몰려 있는데, 29일 인천에서 롯데와 홈 경기를 치른 다음 바로 대전으로 이동하여 한화와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경기는 또 서울 잠실에서 두산과 치르는 강행군이다.

SK의 강행군은 정규 시즌으로 끝이 아니다. 자력으로 5위를 확정짓는다고 해도, 경기가 끝난 뒤 포스트 시즌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바로 짐을 싸서 다음 날 와일드 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가 열릴 창원이나 부산 둘 중 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추석 연휴가 끼어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이동에 대한 부담이 크다.

LG는 24일 경기에서 패하면서 정규 시즌 일정 자체가 모두 부담으로 다가오게 됐다. 당장 창원에서 광주로 이동, KIA와 1경기를 치른 뒤 다시 수원으로 가서 kt와 1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후 잠실에서 두산(1경기)과 삼성(2경기, 이승엽 은퇴 투어 포함)을 상대로 3경기를 치른 뒤 다시 부산으로 가서 롯데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경기를 위한 이동 과정부터 전국 투어인데다가 남은 경기를 일단 모두 이겨 놓고 봐야 할 상황이다. LG는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SK가 남은 3경기 중 최소 2승을 하게 되면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된다. 물론 남은 일정 중에서 LG가 2패 이상을 하게 될 경우 SK가 3전 전패를 하더라도 무조건 탈락이다.

다만 LG는 바늘 구멍 같은 경우의 수를 뚫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경우 정규 시즌 종료와 포스트 시즌 일정 연결이 수월해진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부산에서 열리기 때문에 바로 부산에서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거나 인접 지역인 창원으로만 이동하면 된다. SK나 LG가 포스트 시즌에서 홈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실 이번 포스트 시즌은 단순한 상대 전력 차이 이외에도 일정 편성의 영향이 클 전망이다. 추석 연휴 중에 정규 시즌이 종료되고, 와일드 카드 결정전(최대 2경기)이 치러지며,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까지는 추석 연휴 기간에 치러진다.

이 때문에 추석 연휴 사이에 열리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이 인접 지역인 창원과 부산에서 연이어 열리는 점이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플레이오프와 한국 시리즈는 각각 KIA와 두산의 연고지인 광주와 서울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동에 대한 부담이 크다.

다만 이러한 일정의 유불리 요소들은 모두 각 팀이 자력으로 유리한 순위를 결정했을 때 작용이 되는 것이다. 특히 5위권 경쟁을 하는 SK와 LG는 포스트 시즌에서 탈락하게 되면 그 곳에서 시즌을 끝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며칠 휴식을 취한 뒤 시즌 마무리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흥미 요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손에 땀을 쥐게 될 포스트 시즌 대진표가 어떻게 짜여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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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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