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아독존>

ⓒ tvN


tvN에서 토요일 밤 12시에 하는 <유아독존>을 보고서 JTBC의 <썰전>이 생각났다. 개그맨 출신의 MC를 중간에 앉히고, 양 옆에 진보와 보수 측 패널을 두고 진행하는 모습이 JTBC <썰전>과 닮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썰전>은 주로 정치를 중심으로 한 시사 이야기를, <유아독존>은 역사적 인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썰전>과 너무 비슷한 느낌에 처음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지만 <유아독존>이 <썰전>의 형식을 빌릴 수는 있을지언정 인기 요인까지는 빌리지 못할 것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할지 궁금해졌다. <썰전>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인물이 한 자리에 모여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했기 때문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사실 그것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신선한 일이었다. 심야 토론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씩씩거리며 얼굴 붉히는 정치인 패널을 종종 접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시청자들이었으니까.

<썰전>의 가치 그리고 <유아독존>의 가치

 tvN <유아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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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썰전>의 인기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재미있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갈등이 있었다. 갈등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토론 프로그램에서 갈등은 매우 중요하다. 토론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서로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 아닌가. 서로 다른 의견, 즉 갈등이 있기에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자신의 주장으로 이기려 노력한다. 그런데 의견이 같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가 어떤 의견을 내놓을 때마다 박형준 교수가 유시민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면 어떨까? 굳이 토론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토론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바로 그 지점이 궁금했다. 역사적 인물을 주제로 한 <유아독존>이 대부분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문제를 중심으로 격렬하게 토론하는 <썰전>의 재미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썰전>과 같은 격렬함을 바탕으로 한 재미는 없었다. 정치인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버락 오바마를 다루었던 1회에서는 조금 그런 부분들이 보였지만 <썰전>만큼 격렬한 토론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에디슨을 다룬 2회에서는 그런 격렬함이 매우 약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2회까지 보고 난 후 난 <유아독존>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유아독존>에서 <썰전>의 흥미로운 부분을 거의 못 느꼈다면서 왜 애정을 가지게 되었냐고? <유아독존>에서 <썰전>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무엇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다양한 시각'이었다.

내가 느낀 <유아독존>만의 매력

 tvN <유아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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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의 무지함이 한반도의 분단을 만들었다."
"에디슨은 발명가라기보다 차라리 사업가였다."

패널들의 이런 이야기들은 루스벨트와 에디슨을 위인전으로만 공부하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내게 충분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패널들의 말에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고를 떠나서 일단은 루스벨트와 에디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다 성장해서 애 아빠가 된 내게 그런 다양한 시각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중요하다. 이 다양한 시각이야말로 교양을 쌓을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해를 피하고자 내가 생각하는 교양을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교양 있는 사람이란 단순히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든 '갑질'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자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려면 내 시각이 아닌 상대방의 시각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여유, 그런 열린 마음을 몸에 배게 하려면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훈련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나처럼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한 가지 답만을 찾아냈던 세대에게는 더욱 필요한 훈련이다. 그리고 그 훈련을 <유아독존>이 도와주고 있으니 애정을 안 가질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인제 와서 다양한 시각을 기르겠다고 <유아독존>을 애청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들에게 이 한 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주입식 교육과 경쟁 속에서 그야말로 천재라고 불렸던 그 이름 아는가? 그 이름은 바로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이다.

유아독존 전원책 정봉주 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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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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