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게임>의 포스터

<저수지 게임>의 포스터 ⓒ ㈜스마일이엔티


지난 17일 오후 5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상영한 <저수지 게임>을 보고 왔다. <저수지 게임>은 딴지그룹 김어준 총수의 다큐멘터리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4월에 개봉한 2012 대선 추적 다큐멘터리인 <더 플랜>에 이어 지난 9월 7일에 개봉하여 10만 관객 달성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은돈'을 추적해 온 기나긴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한국의 구조적 비리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를 보며 초등학교 근처에 있던 저수지가 떠올랐다. 그 저수지는 어린 내 눈에 언제나 "똥물"로 보였는데 친구들 눈에도 더러워 보였는지 세상 모든 게 다 장난 거리인 짓궂은 아이들도 물가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더러운 것은 피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와 20대를 보내고 나니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더러운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은 더 명확해졌고. 나처럼 느끼는 관객들이 많았는지 영화 상영 중에 "어휴"하고 한숨을 쉬거나 탄식하는 소리가 종종 들려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에라!"라고 외친 한 관객의 목소리에 관객들의 공감 어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저수지 게임>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저수지 게임>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정혜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는 제작자인 김어준과 주연 주진우, 그리고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함께했다. 주진우 기자는 "명예가 없는 이명박한테서 돈을 꼭 뺏어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전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은 그 많은 돈이 왜 필요할까? 그 많은 돈으로 무얼 할까? 나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 가지 짐작이 가는 것은 그 많은 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혹은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당하게 주어졌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곳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촛불을 들어야 할 진짜 시대가 온 것"이라며 관객들을 향해 "우리가 사는 시대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저수지 게임>이 10만 관객 달성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영화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대로 기록하고 재미있게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디, 이 영화가 흥행하고 '저수지'도 깨끗이 정리되길 바란다.

저수지 게임 김어준 주진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