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의 미들급 복서를 가린 세기의 대결이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게나디 골로프킨(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멕시코,이하 카넬로)는 17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복싱 4대기구(WBA,WBC,IBF,IBO) 미들급 통합 터이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골로프킨의 전적은 38전 37승1무승부, 카넬로는 52전 49승1패2무승부가 됐다.

전 세계 복싱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골로프킨과 카넬로의 대결은 빅매치답게 12라운드 내내 화끈하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으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3주 전에 열렸던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코너 맥그리거의 다소 김 빠지는 경기에 실망했던 복싱팬들은 초일류 복서들의 치열한 혈투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골로프킨(왼쪽)과 카넬로의 우열을 가리기엔 한 경기론 부족했던 모양이다.

골로프킨(왼쪽)과 카넬로의 우열을 가리기엔 한 경기론 부족했던 모양이다. ⓒ WBA.com



서로를 쓰러뜨리기엔 2% 부족했던 골로프킨과 카넬로

골로프킨은 카넬로를 만나기 전까지 37전37승33KO(KO율 89.2%)라는 완전무결한 전적을 가진 미들급 최강의 복서였다. 하지만 51전49승1무1패의 전적을 가진 멕시코의 젊은 영웅 카넬로 같은 특급 테크니션과 대결한 적이 없다는 것은 선수생활의 유일한 흠이었다. 카넬로 입장에서도 골로프킨 같은 하드 펀처를 만난 적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두 선수의 대결이 더욱 큰 기대를 모은 이유다.

골로프킨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링 중앙을 점령해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전진 압박형 복서'로 유명하다. 카넬로전에서도 이런 골로프킨만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골로프킨은 카넬로의 아웃복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는 압박으로 카넬로를 코너로 몰아 붙여 펀치를 날렸다. 이에 카넬로는 단발성 카운터로 간헐적인 반격밖에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양상은 경기 중반까지 이어지며 경기는 골로프킨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

보통 골로프킨에게 이 정도의 압박을 받으면 상대는 7,8라운드부터 움직임이 급격히 느려지며 골로프킨의 묵직한 정타를 맞고 쓰러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카넬로는 달랐다. 골로프킨의 압박을 견뎌내며 차분히 반격기회를 노리던 카넬로는 경기 후반부터 과감한 접근전을 벌이며 골로프킨과 정면 승부를 걸어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상대와 맞붙은 적이 없는 골로프킨 입장에서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는 노릇.

카넬로의 영리한 경기운영에 당황한 골로프킨은 큰 공격으로 일관했고 카넬로는 경기 초반에 비해 확연히 느려진 골로프킨의 주먹을 피해 카운터 공격을 적중시켰다. 물론 골로프킨은 경기 후반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카넬로의 정타를 여러 차례 허용하고도 극강의 맷집으로 이를 견뎌내며 최후의 순간까지 압박을 이어 나갔다. 두 복서의 혈전에 경기가 끝날 무렵 T-모바일 아레나의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결국 판정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한 명의 심판은 118-110으로 알바레즈의 우세를, 다른 한 명은 115-113으로 골로프킨의 우세로 판정했지만 마지막 한 명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114-114의 채점표를 내놓은 것이다. 골로프킨은 프로 데뷔 후 첫 무승부를 기록하게 됐지만 이번 경기에 걸려 있던 4대기구의 챔피언 벨트를 방어할 수 있었다.

세기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골로프킨과 카넬로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복싱팬들은 벌써부터 두 선수의 재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알바레즈 역시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재경기를 희망했다. 직접 섞어 본 골로프킨의 주먹이 생각보다 위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골로프킨 역시 재대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특급 복서의 라이벌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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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4대기구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 게나디 골로프킨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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