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돈벌이'를 위한 이벤트 경기가 끝나고 전세계 복싱팬들이 기다려 온 '진짜 빅매치'가 시작된다.

현존하는 최고의 미들급 복서 게나디 골로프킨(카자흐스탄)과 천재 테크니션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멕시코, 아래 카넬로)는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4대 기구(WBA, WBC, IBF, IBO)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을 벌인다. 지난 8월 27일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코너 맥그리거가 맞붙었던 바로 그 장소다.

'세기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은 두 선수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 줬지만 정작 경기 내용 자체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맥그리거가 복싱 데뷔전을 치르는 '풋내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37전 전승 33KO의 골로프킨과 51전49승(34KO) 1무 1패의 카넬로가 맞붙는 이번 경기는 전 세계 복싱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 충분한 최고의 빅매치다.

 골로프킨(왼쪽)과 카넬로의 대결은 복싱팬들이 2년 여간 기다려 온 진짜 빅매치다.

골로프킨(왼쪽)과 카넬로의 대결은 복싱팬들이 2년 여간 기다려 온 진짜 빅매치다. ⓒ WBA.com


똑같이 때려도 상대만 쓰러지는 극강의 하드 펀처 골로프킨

한국인 외할아버지를 둔 골로프킨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3년 방콕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차지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복서다. 비록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물며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동시석권에는 실패했지만 화끈하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복싱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프로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복서로 꼽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2006년 독일에서 프로복서로 데뷔한 골로프킨은 3년 동안 16전 16승 13KO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워낙 화려한 아마추어 커리어에 프로 전향 후에도 무시무시한 KO행진을 이어가던 골로프킨은 다른 강자들의 기피 대상이 됐다. 결국 2014년에야 WBA '슈퍼' 챔피언 자격을 얻었을 정도로 골로프킨이 걸출한 실력에 비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골로프킨은 챔피언에 등극한 후에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도전자들을 제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골로프킨은 가장 최근 경기였던 다니엘 제이콥스전 판정승 전까지 무려 23연속 KO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골로프킨을 만나기 전까진 넘치는 자신감으로 골로프킨에게 첫 패배를 안겨주겠다고 큰소리치던 복서들도 골로프킨과 주먹을 섞은 후에는 하나 같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골로프킨은 메이웨더 같은 현란한 풋워크와 기술보다는 탄탄한 기본기와 미들급이라고는 믿기 힘든 엄청난 펀치 파워를 앞세워 상대를 쓰러트리는 교과서적인 복싱을 구사한다. 무엇보다 맷집이 워낙 강해 상대와 비슷한 횟수의 펀치를 주고받아도 상대는 바닥에 쓰러져 있고 골로프킨은 멀쩡히 서 있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혹자는 골로프킨을 이길 상대는 그의 체급 전향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아오의 시대가 오래 지속되느라 조금 늦게 빛을 보긴 했지만 골로프킨도 이미 만35세가 된 노장복서다. 골로프킨이 30대 중반이 되도록 체급 전향이 없는 것은 파퀴아오처럼 여러 타이틀에 도전하기보다는 미들급의 영원한 전설이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버나드 홉킨스가 가진 미들급 역대 최다방어 기록(20차 방어)에 2개 차이로 접근한 골로프킨에게 카넬로는 범접할 수 없는 미들급의 전설이 되기 위한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다.

만 27세의 나이에 프로 51전을 치른 테크니션 카넬로

골로프킨이 아마추어 복서로 시작해 착실하게 엘리트코스를 밟은 것과는 달리 카넬로는 2005년 만 15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 복서로 데뷔했다. 여느 멕시코 복서들처럼 경기 주기도 짧아서 만 2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미 51전을 치렀다. 카넬로는 화려한 테크닉과 강력한 콤비네이션,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수싸움으로 상대를 요리한다. 골로프킨 같은 돌주먹은 아니지만 KO율도 69.4%에 달할 만큼 펀치의 위력도 상당하다.

프로 데뷔 후 8년 동안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승승장구하던 카넬로는 2013년 9월 그 유명한 메이웨더에게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를 당했다. WBA,WBC 라이트미들급 통합 타이틀로 치러진 이 경기에서 카넬로는 여느 복서들처럼 메이웨더가 가진 극강의 아웃복싱을 당해내지 못하고 0-2로 판정패했다(이 경기 승리로 메이웨더는 45연승 행진을 질주했다).

2015년 11월 미구엘 코토(푸에르토리코)를 판정으로 제압하고 WBC 미들급 타이틀을 차지한 카넬로는 골로프킨과의 대결 성사가 임박한 작년 5월 돌연 타이틀을 반납했다. 물론 이제 막 전성기 구간에 돌입한 카넬로 입장에서는 골로프킨과의 대결이 부담스러웠겠지만 평소 "골로프킨은 두렵지 않다"라며 큰소리를 쳐온 카넬로이기에 빅매치를 기다려 온 복싱팬들의 실망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여론을 의식한 것일까, 아니면 골로프킨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판단했을까. 카넬로는 지난 5월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주니어를 판정으로 꺾은 후 골로프킨에게 공개 도전장을 던졌고 2년 간 복싱팬들의 '떡밥'으로 소문만 무성하던 두 선수의 대결이 마침내 성사됐다. 카넬로는 아직 골로프킨 수준의 극강 맷집을 소유한 하드 펀처를 만난 적이 없지만 골로프킨 역시 카넬로 수준의 테크니션을 겪어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두 선수의 치열한 혈투가 기대되는 이유다.

골로프킨과 카넬로의 대결은 무려 세계 4대 복싱 기구의 챔피언 벨트가 걸려 있는 통합타이틀전이라는 점, 그리고 30대 중반의 살아 있는 전설과 20대 후반의 떠오르는 스타가 맞붙는 신구대결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복싱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월드클래스의 기량을 가진 두 특급 복서가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경기처럼 결과가 뻔히 보이는 시시한 경기를 하진 않을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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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4대기구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 게나디 골로프킨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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