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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코코믹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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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진코믹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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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오전 웹소설 작가 A(28)씨는 유료 웹툰·웹소설 서비스인 레진코믹스(아래 레진)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안내문이 보였다.

"웹소설 사업 부분의 영업 실적이나 누적적자를 더는 감수하기 어렵습니다. 10월 1일부로 웹소설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A씨의 마음은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지난해 7월 레진과 웹소설을 연재하기로 계약했다. 연재를 시작한 뒤에 받을 계약금(선인세) 500만 원은 올해 유일한 수입이 될 터였다. 웹소설의 절반 이상을 썼다. 연재 날짜만 기다렸다.

그런 상황에서 서비스 종료 안내문이 눈앞에 뜬 것이다. 레진으로부터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 그는 레진에 수십 차례 전화하고 메일을 보냈다. "레진에 15통의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은 딱 2번 왔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 어디에도 사업을 접는다는 안내나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이 없었다. 엄연히 나랑 계약한 것을 파기하는 건데, 보상 이야기도 전혀 없었다."

담당자에게 300통 넘게 전화했지만...

레진이 웹소설 계약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0여 명의 작가들이 하루아침에 유일한 생계 유지 수단인 연재처를 잃었다.

전날인 23일에도 신작이 올라올 정도로 서비스 종료 안내문은 뜬금 없었다. 작가들은 레진 쪽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헛수고였다. 한 작가는 300통 넘게 전화를 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할 수 없었다.

작가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를 고발하며 항의하자, 레진은 다른 웹툰 서비스를 소개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A씨의 말이다.

"겨우 연락이 돼 계약 해지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까, 해지한다는 답변 대신 '연재를 원하면 (다른 서비스인) 코미코에 연결해줄 수는 있다'고 답이 왔다. 코미코에 연재 확정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한번 물어봐주겠다'는 식이다. 레진과 코미코는 서로 장르와 독자층이 다르다."

실제 코미코에 연재를 할 수 있다 해도, 현실적으로 레진에 연재한 소설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1회 당 연재 분량이 다르기 때문에, 레진에 쓴 소설은 다른 서비스에 옮기면 재미가 떨어진다. 소설을 다시 써야 한다는 뜻이다.

작가 B(31)씨는 "레진식으로 준비를 한 작품인데 우리가 어디를 갈 수 있나. 독특한 방식의 분량과 스타일이지만 레진을 믿고 준비해 연재한 작품인데 너무 배신감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보상 없는 보상안

레진은 작가들에게 보상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보상 없는 보상안이라는 데에 있다.

레진은 작가가 연재를 시작하면 그 다음 달에서야 선인세를 지급한다. 작가는 연재 후 선인세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레진은 선인세로 지급한 돈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보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작가들 입장에서 이는 보상이 아니다. 작가 B씨는 "레진의 서비스 종료로 연재가 중단된 마당에 작가들이 계약금처럼 받은 인세를 뱉어내야했던 거냐"며 "보상이 아닌 당연한 절차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서비스 종료로 작가들은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잃었다.

이마저도 연재 중인 작가들의 이야기다.

레진은 연재를 준비 중이던 작가들에게 선인세를 계약대로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조건을 달았다. 9월에 신작을 투입하기로 한 작가들로 지급을 한정했다. 8월 24일까지 원고를 회사 측에 넘기지 않은 작가들은 계약한 선인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레진과 계약을 한 후 10월, 11월 이후 연재를 계획 중이던 작가들은 그동안의 노동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야말로 무일푼으로 쫓겨나는 것이다.

이에 작가들이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소비자보호원 등에 민원을 넣고 법무법인을 통해 항의하자, 레진은 그제야 작가들에게 조건없이 선인세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B씨는 "연재를 하면서 독자들한테 받았던 힘이 다 사라졌다. 어디 가도 버려질 것 같아 자신이 들지 않는다"면서 "이제 계약서만 봐도 가슴이 떨리고 불안한 상태에서 글을 쓸 것 같다"라고 전했다.

A씨도 "출판사가 부도가 나도 작가들을 일일이 불러서 말을 하거나 최소한 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파산했으니 보상은 주지 못 해도 책을 가져가고 싶은 사람은 가져가라고 할 정도로 최대한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면서 "이렇게 소모품으로 취급되고 쫓아버리는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레진 "죄송한 마음뿐"

한편, 레진은 <오마이뉴스> 취재 이후, "죄송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레진 관계자는 "8월 21일쯤부터 담당자들이 연재 중인 작가들 위주로 (서비스 종료에 대한) 사전 안내를 드리도록 했다"면서도 "6개월, 3개월이라도 시간을 가지고 종료 수순을 밟아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 했다). 작가님들이 갑작스럽게 느끼시는 것을 이해한다.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상안과 관련해, "입고된 원고들 기준으로 (보상) 진행을 했는데 작가님들이 (입고되지 않은 작품 보상에 대한) 의견을 주셔서 협의한 걸로 알고 있다. 서비스 종료 전까지 작가님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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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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