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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앞에서 설명했듯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생각이나 의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말로 해도 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땐 불가피하게 글을 쓸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렇다면 메시지의 효율적 전달을 충족시켜주는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가 아닐까 싶다. 독자는 일단 글을 그냥 읽기만 하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간혹 한번 읽어서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좀 쉽게 쓰면 안 될까 싶었을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한 것이어서 일반인들이 읽기에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평범한 내용임에도 잘 독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독자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문제이다. 쉬운 걸 어렵게 썼기 때문이다.

메시지 전달에서 빠르게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분명히 평범하고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그냥 읽으면 이해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읽고 나니 그렇지 않다. 비유와 상징 때문에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비유와 상징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알아볼 예정), 비유나 상징이 없음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작가에게 문제가 있다.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흔한 말로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단어나 문장을 제대로 구사해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내가 줄기차게 말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문법 같은 것은 따지지 말고 무조건 쓰라고 했었는데, 메시지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맞다. 그건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지금 글쓰기에 나섰거나 시작하려고 맘먹은 우리에겐 여전히 나의 '그냥 쓰라'는 메시지가 유효하다.

그럼에도 여기서 '문장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향후 제대로 된 문장을 쓰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문장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그 보다는 앞에서도 설명한 바 있듯 우리 몸이 이미 알고 있는 문장을 재확인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해서 지난번 '문장론'에서 말했던 '몸은 문장을 알고 있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문장의 기본 형식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여러분더러 문장 형식에 대해 얘기해보라고 하면 쉽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내 설명을 듣고 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문장에는 정해진 형식이 있다. 그 형식을 잘 갖출수록 의미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문법에 맞는 문장 형식이다.

문장의 기본 형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주어+서술어
주어+목적어+서술어
주어+보어+서술어

이 중 가장 기본적인 구조는 주어+서술어 문장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아이가 걷는다."

이 문장은 주어인 '아이가'와 서술어인 '걷는다'가 만나 하나의 문장을 형성한다. 아이가 걷는 모습이 어떤 모습일까와 같은 궁금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 완결형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문장은 어떤가.

"아이가 먹는다."

당장 궁금증이 생긴다. 무엇을 먹는가이다. 해서 이 문장이 흠결을 안 가지려면 뭔가, 즉 '무엇을'에 해당하는 것이 문장 속에 들어가야 한다.

"아이가 과자를 먹는다."

보다 완결형 문장이 되었다. 여기서 '과자를'은 서술어인 동사 '먹는다'의 행위의 목적을 나타내는 단어, 즉 목적어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주어+목적어+서술어' 형식을 띤다.

그럼 앞의 문장은 추가로 필요한 것이 없는데, 뒤의 문장은 왜 목적어가 필요할까. 그것은 동사의 상태 때문이다. 앞의 동사, '걷는다'는 누군가의 도움이 따로 필요 없다. 즉 자동사이다. 스스로 동사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중의 문장의 '먹는다'는 앞에 목적어가 있어서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즉 남의 도움이 필요한 타동사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도식적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어도 몸으로는 이 같은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개그맨 이세진의 "장난 지금 나랑 하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저 사람은 왜 말을 저렇게 할까, 웃기려고 그러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지금 나랑 장난 하냐"라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자동사나 형용사 중에도 간혹 혼자서 구실을 못 하는 것이 있다. '되다'와 같은 동사와 '아니다'와 같은 형용사가 그 예이다.

"아이가 되었다."

이 문장은 읽자마자 궁금증이 생긴다. '무엇이' 되었다는 얘기인지 말이다. 그러므로 이 '무엇이'를 보충해주는 말이 필요하다. 즉,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얘기인지, 대학생이 되었다는 얘기인지를 넣어야 문장이 완결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어떤가. 문장에 흠결을 찾아볼 수 없다. 동사 '되다'를 완전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단어나 구절을 그래서 '보어'라고 한다. 이 문장은 '주어+보어+서술어' 형식을 띤다.

이제까지 살펴본 '주어+서술어', '주어+목적어+서술어', '주어+보어+서술어'의 세 가지가 문장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문장들을 보면 이 기본 세 가지 형식처럼 짧지 않다. 대부분이 길다. 어떤 경우엔 한 없이 길다. 얼마 전에 타계한 <죽음의 한 연구>의 작가 박상륭은 긴 문장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긴 문장을 구사한다.

그럼 왜 문장이 길어질까. 그건 바로 문장도 누군가에게서 수식되기를 좋아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이가 걷는다"는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주어 '아이'는 그냥 아이가 아니라 '어린 아이', 그것도 '아주 어린아이'가 되고, 걷는 것도 '아장아장 걷는다'로 부족해 '넘어질 듯 넘어질 듯하면서도 안 넘어지고 아장아장 걷는다'가 되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제 문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우리가 하는 말이 문장 구조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내가 쓴 문장이 제대로 된 것일까 하는 노심초사는 일단 뒤춤에 붙들어 매길 바란다. 그리고 우선은 생각이 시키는 대로 경쾌하게 써나가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글쓰기, #문장론, #문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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