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UFC는 그야말로 맥그리거 하고싶은데로 끌려다니고 있다.

최근의 UFC는 그야말로 맥그리거 하고싶은데로 끌려다니고 있다. ⓒ SHOWTIME 제공


얼마전 영화 <대립군(代立軍)>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기대만큼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역사에 관심 많은 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대립군은 병역의 의무를 진 군사를 대신해서 약간을 대가를 받고 역을 서는 이들을 뜻한다. 본래 불법이었지만 오랜 시간 전국 각지에서 공공연하게 만연해왔고 또 이를 규제할 경우 딱히 대안도 없었던지라 조선시대 당시 생계형 대립군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를 배경으로 궁궐을 버리고 도망간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전쟁터에서 왕의 역할을 대행하게 된 세자 광해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립군 생활을 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의 대립군은 단순히 하나의 의미를 넘어 다방면에 걸쳐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왕을 비롯한 주요 대신 등 누구보다도 전쟁에 책임을 져야할 인물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기 급급하다. 결국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백성들은 스스로를 책임져야했다.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대립군은 당시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줬으며 광해 또한 왕이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는 점에서 대립군과 다를 바 없었다.

'맥그리거 바이러스', 나쁜 것은 빨리 물든다

세계최고 종합격투기 단체 UFC 역시 최근들어 이러한 경향이 각 체급별로 이어지고 있다. 각 체급별 '왕'은 챔피언이다. 챔피언은 해당 체급을 대표하는 지라 거기에 맞는 행보 또한 필요하다. 챔피언이 앞에서 이끌어주고 각 랭커들이 함께할 때 원활한 체급 회전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 UFC 체급은 그러한 균형이 무너진 상태다.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자신이 살기 위해 백성을 버렸다. 반면 맥그리거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체급 생태계를 거침없이 파괴 중이다. 한술 더 떠 챔피언 벨트를 다른 곳에 이용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고 행하고 있다.

사실 맥그리거는 UFC 챔피언으로서의 책무를 다해도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익과 혹시나 있을지 모를 반란(방어전 실패)을 우려해 자신의 체급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렸다. 페더급 타이틀을 획득하기 무섭게 생뚱맞은 네이트 디아즈와의 이벤트 매치를 두 번이나 치른 것도 모자라 이후 라이트급으로 훌쩍 넘어가버렸다.

라이트급으로 넘어가는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페더급 챔피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바로 치렀고 자신보다 사이즈가 훨씬 작은 에디 알바레즈(33·미국)를 쉽게 이기고 정상에 올랐다. 페더급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쟁쟁한 강자들과의 방어전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자칫하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지라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그사이 도전자들은 본인들끼리 붙던가 아님 다른 방식으로 알아서 떨어져나가기도 하고 그때까지 남아있으면 또다시 다른 방법을 쓰면 된다. 그야말로 맥그리거의 손아귀 안에서 모든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잠정챔피언' 난무하는 UFC, 명분 잃어가는 상황

얼마전 맥그리거는 복싱계의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복싱 빅매치를 성사시켰고 엄청난 빅 머니게임을 치러냈다. 종합격투계 어떤 파이터도 이루지못한 엄청난 성과다. 이 역시 그가 라이트급 챔피언이라는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공산이 크다. 결국 단 한번도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채 권리만 실컷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못된 챔피언' 맥그리거를 따라 상당수 챔피언들이 못난 행보를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36·영국)이 대표적 예다. 웰터급 타이론 우들리(35·미국) 또한 그렇게 하고 싶은 것 같지만 상품성이 함께 하지 못해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UFC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잠정챔피언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맥스 할러웨이가 잠정챔피언을 거쳐 완전한 챔피언이 된 페더급은 이제야 혼란이 조금씩 걷혀가고 있으며 그 어느 시기보다도 강자들이 많아진 라이트급 역시 잠정타이틀 매치가 벌어질 예정이다.

미들급 또한 멀쩡한 챔피언을 놓아두고 로버트 휘태커가 잠정챔피언에 오른 상태다. 과거에는 아주 드물었던 잠정챔피언이 최근에는 너무 당연하다시피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본래의 주인이 책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미루는 바람에 구태여 생기지 않아도 될 대립군이 억지로 만들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못된 맥그리거를 따라 하는 못난 챔피언이 많아질수록 대립군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돈 많은 맥그리거가 은퇴라도 하게 되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명분을 잃어가고 있는 UFC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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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 원하는데로 코너 맥그리거 대립군 명분이 사라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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