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창정.

영화 <로마의 휴일>로 5년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 배우 임창정. ⓒ 전망좋은 영화사


단역까지 포함해 첫 영화가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1990)이니 연기자 생활만 27년째다. 배우로 가수로 늘 활발하게 활동하던 임창정도 어느새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책임지고 이끌 경력이 됐다. 사실 연기로 치면 그는 정극보단 코믹으로 대중에게 친숙하다.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위대한 유산> 등 명절이면 TV에서 방영되곤 하는 코미디 영화에서 여전히 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까지는 물론 달랐다. <공모자들>(2012)에서 웃음기를 빼고 거친 이야기와 캐릭터에 몰입했다. 본래 본인이 원했던 연기이기도 했고, 진지한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하고픈 욕구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 <로마의 휴일>은 이 궤적과 다르다. 5년 만에 다시 코미디다. 세 친구가 한탕을 노리고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어쩌면 임창정의 연기적 전성기를 구가하게 한 작품들과 몇 가지 코드가 같다. 한 마디로 주특기로 돌아온 셈.

책임감 

엄밀히 따지면 이번 영화에서도 임창정이 맡은 인한 캐릭터는 진지하다. 일탈을 함께 하는 두 친구 중 기주(공형진)와 두만(정상훈)이 웃음 유발을 책임졌다면 인한은 오히려 무게감을 담당한 듯 보인다. 현금 탈취 후 한 나이트클럽에서 인질극을 벌인다는 간단한 설정에서 관객들은 1990년대 인기를 끈 코미디 버디물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법하다.

"이 영화도 그렇고 다음에 나올 작품도 그렇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가 뭘 하겠다는 것보단 매듭을 잘 지었으면 한다는 거였다. 여기에 이덕희 감독님의 생각이 잘 어우러지면 웰메이드 작품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제가 근데 최근 영화 성적이 좋지 않아 그게 좀 걸리더라. 흥행 자체에 연연하진 않지만 여기에 참여한 분들과 영화가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감독님도 인한 캐릭터는 좀 가만히 있길 원했다. 나름 과거 이야기도 담겨있고, 영화 후반에 감동을 줄 이야기도 있으니 그런 걸 고려해서 주문하신 것 같다. 물론 제가 출연하면 관객 분들이 기대하는 코미디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다. 진지하게 나오지만 나름 웃긴 장면도 있는데 그건 편집된 것 같다! (웃음)"

 배우 임창정.

해당 사진은 <로마의 휴일> 콘셉트 촬영 때 모습이다. 왼쪽부터 공형진, 임창정, 정상훈. ⓒ 전망좋은 영화사


영화 <창수>로 이덕희 감독과 만난 임창정은 "진지한 분이 코미디를 한다 했을 때 의외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 아니면 감독님과 또 언제 함께 할 기회가 있을까 싶었고, <위대한 유산> 이후 공형진 형과 꼭 같이 영화를 찍자는 약속도 있었기에 뭉친 것도 있다"던 그는 "상훈이도 한다고 했을 때 이 영화가 잘 되겠구나 싶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다만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제가 짐작한 부분과 다른 부분이 있긴 하더라. 편집 후 좀 다르게 나왔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느낌이 다르다는 거다. 언론시사회 때 제가 생각했던 코미디와 결이 달라 좀 당황하긴 했는데 제작사 쪽에서 나름 노력한 흔적이 보이더라. 아마 대중성을 생각해서 그랬을 거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롱런의 비결

40편이 넘는 작품 수와 정규앨범만 13집이 나왔다. 여기에 각종 프랜차이즈 사업도 나름 잘 풀리고 있다. 하나만 잘 하기도 어려운 요즘 그의 행보는 여러 면에서 좋은 본보기로 남을 만하다. "운도 좋고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준 것"이라며 "저만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하면 서운할 이들이 많다. 김민종도 있잖나"라며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기 생각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악상이 떠오르면 '과연 이게 좋은 건가?' 이런 생각을 안 한다. 어떤 아이디어가 생기면 '이거 먹힐 거야!' 이렇게 표현하는 편이다. 확신한다기 보단 의심을 덜 하는 거지. 그러다가 누가 옆에서 '그거 아냐~' 이러면 난 또 수긍하며 도로 집어넣기도 한다. 세상에서 제 귀가 제일 얇을 거다(웃음).

이런 여러 활동, 그리고 지인들 홍보를 위해 제가 돕는 것들은 뭐 제 얼굴이 닳는 건 아니라 성심껏 한다. 다만 저도 배워가는 게 배우가 예능프로에 자주 나오는 게 그렇게 예쁜 그림은 아닌 것 같다. 귀한 얼굴이고 스크린에서 돈 주고 보는 거잖나. 주위에서 선배 배우들이 하는 말이 이젠 이해가 가더라. 전 멀티로 해왔는데…. 근데 그렇다고 제 성향이 바뀔 거 같진 않다."

연기적으론 한창 배고플 때가 있었다. 코미디로 승승장구 할 때 때마침 들어온 <공모자들>로 임창정은 내면의 불씨를 당겼다.

"근데 그런 작품이 잘 안 들어오더라. <택시운전사> 이런 작품은 다 송강호 형에게 가고(웃음)! 제가 연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니 배고픔으로 표현하는 건 아닌 거 같고, 급하게 가진 않을 거다. 언젠가는 내게 맞는 작품을 만나겠지 하는 생각이다. 그게 안 되면 제작이라도 해야지. 

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스태프들도 다 챙겨야 하고. <로마의 휴일>에서도 123명의 스태프들이 다 고생했다. 폐쇄 예정인 대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달 간 촬영했는데 너무 춥고 그래서 다들 차라리 인질로 잡혀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인질은 가만히 있기라도 하지, 스태프들은 그 좁은 공간에서 하루에 서너 시간 쪽잠을 자며 촬영일정을 맞춰야 했거든."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 어설픈 인질극과 경찰 대치에서 여러 웃음 요소가 보인다. ⓒ 전망좋은 영화사



또 다른 꿈

앞서 언급한 제작자의 꿈은 먼 얘기가 아니다. 당장 차기작 <게이트>에 임창정은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정 농단 '최순실 게이트'를 모티브 삼은 걸로 알려진 작품인데 임창정은 "풍자 성격이 아닌 그냥 도둑들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더해 예전부터 품고 있던 감독의 꿈도 이룰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때 쓴 시나리오는 아니고, 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가 있다. 제목은 일단 <띠엔>이다. 베트남에서 온 여성 이름인데 내년 여름부터 1년간 촬영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이 작품으로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러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띠엔>은 대부분을 제주도에서 찍는다. 베트남 현지 촬영을 조금 하고, 나머지는 제주의 사계절을 담을 거다. 나름 자신 있다. 칸영화제에도 도전할 거다!"

왜 제주일까. 2개월 전부터 임창정은 제주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조천읍 평화마을 내 입주한 그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일하는 중이다. "게으르면 늙는다!"는 본인의 좌우명대로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가족과 일에 고루 분산시키고 있었다. 제주 생활 이야기와 함께 그는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귀띔했다. 주점 프랜차이즈에 이어 이번엔 족발 사업을 구상 중이란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건 타고난 것 같다. 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며 그가 웃어보였다.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 로마의 휴일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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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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