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격투팬들이 만족할 만한 흥미로운 경기가 나왔다.

49전 전승에 빛나는 전설의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복싱 웰터급 12라운드 경기에서 UFC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를 10라운드 TKO로 제압했다. 이로써 메이웨더의 복싱 전적은 50전 50승27KO가 됐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두 선수가 엄청난 설전을 주고 받으며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 복싱 및 종합격투기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메이웨더는 수준 높은 기술로 무패복서의 클라스를 과시하며 TKO승을 거뒀고 맥그리거 역시 살아 있는 전설을 상대로 투혼을 선보이며 관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야말로 먹을 게 많았던 잔칫집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결국 맥그리거(오른쪽)는 메이웨더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결국 맥그리거(오른쪽)는 메이웨더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 UFC.com


맥그리거가 지치길 기다리다가 공격을 시작한 메이웨더의 노림수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는 26일에 있었던 계체 행사에서 각각 67.81kg과 69.40kg으로 무난히 계체를 통과했다. 이어진 두 선수의 대면에서는 맥그리거가 광기 어린 표정으로 메이웨더에게 독설을 퍼부은 데 비해 메이웨더는 무표정하게 맥그리거를 응시했다. 대신 메이웨더는 맥그리거가 자리를 벗어나자 가소롭다는 듯 맥그리거 쪽을 가리키며 큰 웃음을 터트렸다.

경기 초반은 맥그리거의 선전이 돋보였다. 맥그리거는 1라운드 시작부터 경쾌한 움직임으로 메이웨더를 몰아 붙였고 메이웨더는 맥그리거를 감싸 안으며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내심 맥그리거가 대형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노련한 메이웨더의 전략이었다. 메이웨더는 경기 초반부터 굳이 젊은 맥그리거와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영리하게(때론 재미없게)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복싱 실전 경험이 전무한 맥그리거는 3라운드가 끝나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소 지친 기색을 보였고 메이웨더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메이웨더는 4라운드부터 라운드 초반 1분 맥그리거의 거센 러시를 견뎌낸 후 몸통 공격을 위주로 맥그리거의 체력을 서서히 갉아 먹었다. 그 결과 맥그리거는 경기 중반, 그리고 라운드 중반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스피드가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맥그리거의 움직임이 느려진 것을 간파한 메이웨더는 8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맥그리거를 쓰러트리기 위해 달려 들었다.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단 한 번의 KO패도 당하지 않았던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의 소나기 펀치를 맞아가며 간헐적으로 반격의 기회를 노렸지만 메이웨더는 맥그리거가 체력을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10라운드 중반 메이웨더의 연타가 무방비로 꽂히면서 주심이 그대로 경기를 중단시켰다.

비록 경험의 차이를 드러내며 KO로 패했지만 복싱 데뷔전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상대가 49전 전승에 빛나는 '전설' 메이웨더였다는 점에서 맥그리거가 상당히 선전한 경기였다. 무엇보다 맥그리거는 이 경기를 통해 천문학적인 대전료를 벌게 됐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도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경기였다.

메이웨더 역시 겁 없이 덤벼든 복싱 풋내기에게 복싱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50연승으로 자신의 복싱 커리어를 마감하게 됐다(메이웨더는 이미 여러 차례 맥그리거와의 경기가 자신의 은퇴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매니 파퀴아오전을 비롯해 최근 연속된 지루한 판정승부로 복싱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던 메이웨더는 오랜만에 화끈한 KO승을 거두면서 세계의 복싱팬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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