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소소한 제주도 일상을 예능으로 기획한 JTBC <효리네 민박>이 화제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엉뚱한 해프닝도 일어났는데 바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방송 전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가 하면 급기야는 무단으로 침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상순이 SNS에 언급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이효리의 집을 위성사진을 참고해 찾아가 보았다고 자랑한 블로거의 글이 뭇매를 맞았다.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구경하듯 여행을 다녀왔다는 투의 그 글은 무례함과 철없음으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 블로거가 특히 유난스러운 것만은 또 아니다. 이상순이 공개적으로 부탁까지 하는 정도까지 왔지만 많은 이들은 "너네들이 다 감수하고 하는 일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일상을 공개하는 예능을 찍는 거면 대중들에게 사생활이 공개되는 정도는 예상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정말 그것은 '감수해야 할 일'이었을까.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효리네 민박>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효리네 민박> ⓒ JTBC


이효리 부부의 사생활 침해 해프닝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상대로 TV에 나오고 그것이 관심을 받아야 먹고 사는 직업이니만큼, 적어도 연예산업에서 시청자는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시청자는 어떤 프로그램을 볼지 말지, 그 연예인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게 시장의 논리다.

그렇다면 이효리 부부의 사생활 침해 해프닝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이런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시청자는 무엇을, 어디까지 소비할 수 있는 걸까? 사실 시청자가 소비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과 감정이 아니라 제작진에 의해 기획된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 모습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권리를 챙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갑질'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인격과 감정마저 상품화시켜버리는 꼴이다. 물론 '감정노동'이라는 표현이 대중화되면서 감정을 상품화시킨 노동자들의 존재들이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콜센터 직원이 있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듯, 타인의 감정과 인격을 소비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버리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닐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예인도 노동자다. 내놓는 상품의 형태가 각자 다를 뿐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소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불만족스러운 것이 있다면 소비자의 자격으로 불만을 표출하면 되고 만족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잘 할 수 있도록 칭찬을 해주면 된다.

연예인이니 감수해야?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예린이 겪은 '몰카 안경사건'이 한 때 화제였다. 엄연한 범죄다. 하지만 오히려 '연예인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팬의 마음'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을 주었다면서 예린을 탓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팬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 속에 과연 연예인의 무엇을 어디까지 소비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결여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상순이 SNS에 고충을 호소했을 때 '연예인이라면 감수해야지' 뿐만 아니라 '연예인이 감히 시청자들을 가르치려 든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연예인에 열광하나 싶은 대목이다.

날 때린 사람들이 매겨놓은 만족도가
낮춰놓고 있어 나의 삶의 만족도
-제리케이, '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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