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3년 묵은 디트로이트와의 천적 관계를 청산했다.

LA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5이닝3피안타4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는 류현진의 호투와 7회초에 터진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적시타에 힘입어 다저스가 3-0으로 승리했다.

무실점 투구를 펼치면서도 5승 달성이 좌절됐지만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류현진은 시즌성적을 4승6패로 유지한 채 평균자책점을 3.45로 낮췄다. 한편 다저스의 일본인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는 경미한 등 통증으로 선발 등판을 한 차례 거를 예정이다. 이는 류현진의 다음 등판이 사실상 보장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류현진의 호투 소식을 전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류현진의 호투 소식을 전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 MLB.com



우타자로 도배한 디트로이트 타선 상대로 5회까지 무실점 호투

다저스가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다저스는 지난 19일 트레이드를 통해 통산 312홈런을 기록 중인 베테랑 외야수 커티스 그랜더슨을 영입했다. 여기에 '왕년의 중심타자' 곤잘레스까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코디 벨린저가 우익수로 옮기고 야시엘 푸이그가 주전 자리를 빼앗기는 연쇄이동이 있었다(부진했던 외야수작 피더슨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에 맞서는 디트로이트는 류현진을 맞아 주전 라인업을 전원 우타자로 배치했다.

다저스는 1회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 크리스 테일러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1회 득점에 실패했다. 류현진 역시 1회말 선두타자 이안 킨슬러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마이키 마툭을 파울플라이, 저스틴 업튼을 삼진, 미구엘 카브레라를 중견수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하며 1회를 큰 위기 없이 넘겼다.

류현진은 2회에도 닉 카스데야노스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빅터 마르티네스를 유격수 앞 병살로 유도하며 깔끔하게 주자를 지웠다. 류현진은 3회에도 제코비 존스를 내야안타로 출루시키며 3이닝 연속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어진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디트로이트의 간판타자 카브레라를 시속 148km의 빠른 공으로 삼진 처리했다.

3회까지 매 이닝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던 류현진은 4회 첫 두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며 안정을 찾았다. 류현진은 2사 후 제임스 맥캔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3회 류현진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던 존스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4회까지 4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3피안타 무실점으로 디트로이트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문제는 역시 타선의 빈약한 지원이었다.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9이닝당 3.63점 밖에 지원해주지 못한 다저스 타선은 이날도 5회까지 디트로이트의 선발 마이클 풀머에게 2안타 1볼넷으로 꽁꽁 묶였다. 류현진은 5회에도 1사 후 킨슬러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업튼을 루킹삼진으로 처리하며 5이닝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류현진을 대비해 우타자 9명을 배치한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류현진이 등판한 최근 9경기에서 다저스8승1패

다저스의 야속한 타선은 6회까지 단 한 점도 뽑아주지 못했고 5회까지 89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6회 로스 스트리플링으로 교체됐다. 류현진을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이른 교체가 아쉽기도 하지만 마무리 켄리 젠슨을 비롯해 우완 브랜든 모로우, 페드로 바에즈, 조쉬 필즈, 좌완 토니 싱그라니, 토니 왓슨, 루이스 아빌란 등 풍부한 불펜진을 보유한 다저스 입장에서는 굳이 선발 투수를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

최근에 자주 보던 장면처럼 다저스는 이날도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마자 득점을 올렸다. 다저스는 7회초 공격에서 2사 1,2루에서 돌아온 곤잘레스의 적시타로 귀중한 선취점을 올렸다. 다저스는 8회초 저스틴 터너의 적시타, 9회 야스마니 그랜달의 홈런으로 3-0으로 스코어를 벌렸고 8회부터 우완 모로우와 젠슨을 차례로 등판시키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류현진을 구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스트리플링이 구원승을 챙겼다.

7월3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과 8월7일 메츠전에서 두 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던 류현진은 당시 단 하나의 장타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1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는 홈런 한 개와 2루타 두 방을 허용하며 집중력이 다소 흔들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탓인지 류현진은 디트로이트를 만나 더욱 신중한 투구를 이어갔고 5월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6볼넷) 이후 가장 많은 4개의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투구내용과 결과는 10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던 콜로라도전과는 전혀 달랐다. 류현진은 5회까지 3피안타로 디트로이트 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며 시즌 3번째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특히 탈삼진 4개 중 3개가 이닝을 끝내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그만큼 2사 후 집중력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2014년7월9일 2.1이닝 7실점 악몽을 3년 만에 설욕한 점도 반갑다. 이로써 류현진은 올 시즌 개막 후 가장 낮은 3.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게 됐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등판한 최근 9경기에서 현재진행형인 5연승을 포함해 8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 사이 류현진이 올린 승수는 단 2승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류현진의 호투가 다저스의 승리에 커다란 보탬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류현진 등판=승리'라는 공식이 다저스 코칭 스태프에게도 각인된다면 류현진이 선발 자리를 위협받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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