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과 LG트윈스 선수들

양상문 감독과 LG트윈스 선수들 ⓒ LG 트윈스


지난 10일 양상문 감독은 올해 .280의 타율을 기록 중인 이형종을 두고 코멘트를 남겼다. 팀 배팅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아웃을 당하더라도 가치있는 아웃으로 공헌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이형종에게 홈런은 필요없고, 안타를 많이 쳐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안타를 많이 치길 바란다? 과연 해답일까? '홈런의 시대'라 불리우는 올해의 메이저리그는 이런 의견을 온몸으로 부정하고 있다. 정확성에 집중하던 선수들도 이제는 레그킥을 하고 홈런을 노리고 있고, 어떤 코스에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던 배드볼 히터들도 치겠다는 욕심을 줄이고 유인구를 인내하며 치기 좋은 공을 골라치거나 1루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안타와 타율이 타격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타율 좋다고 모든게 해결? 절대 아니다

300타석을 기준점으로 삼았을 때 이형종은 타격 40위다. 그러나 타격 가치를 따진다면, 타율만이 모든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보다 더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이명기(.325), 고종욱(.308), 송광민(.302), 김문호(.298) 등이 그보다 낮은 순위에 위치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형종은 공격 가치 지표가 5.4인데, 저 4명 중 타율이 가장 높은 이명기만이 2.1로 플러스값일뿐, 나머지 선수들은 공격 가치가 전부 마이너스다. (고종욱 -2.0/김문호 -3.2/송광민 -4.1)

반면 강민호와 이승엽, 오재일 등은 이형종보다 타율이 낮은데 되려 공격 가치는 높은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이형종보다도 최소 1.7 이상 높다. 이승엽과 오재일의 경우는 거의 3 차이가 난다. 타격에서 타율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DJ 르메이휴. 이 선수의 타격 정확성은 다른 요인들이 가리는 바람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DJ 르메이휴. 이 선수의 타격 정확성은 다른 요인들이 가리는 바람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 콜로라도 로키스


올시즌 그의 스탯을 보면, 타율로는 40위, 타격 가치로는 35위였다. 순위가 일부 상승했지만, 엄청나게 많은 차이가 나는 선수는 아니다. 그런데 아래 소개할 사례처럼 극단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와 관련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작년 타격왕인 콜로라도 로키스의 2루수 DJ 르메이휴다. 르메이휴는 고감도 방망이를 자랑하는 타자로, 올해도 이 정확성은 여전해, 규정타석 기준으로 전체 타격 10위(.316, 1위 호세 알투베 .364)에 올라있다.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데는 탁월한 선수라는 것이다.

심지어 작년 시즌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타율을 보유한 타자였다. 무려 .348의 타율이었고 또 적지도 않은 635타석을 뛰며 기록했던 것이다. 35%라는 수치는 3번 타석에 들어서면 1번은 안타 친다는 뜻이고, 매일 나오면 최소 안타 1개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타격 가치 성적을 살펴보면 놀랍다. Top 30위 안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실제 그의 작년 타격 가치는 21.5로 전체 33위였다. 이 성적이 초일류의 성적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30개 팀이 있는데 전체 33위라는 건 팀의 야수들 중 1위 혹은 2위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선수가 타격 1위를 했는데 타격 가치가 33위라는 건 명백히 타율만이 타격의 모든 것을 정의내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담으로 올시즌은 더 처참하다. 규정타석 타율 10걸 중 르메이휴만 타격 가치가 마이너스(-10.0)다. 30위로 넓혀봐도 더스틴 페드로이아만이 마이너스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타율 격차가 페드로이아하고 1푼 정도 차이나는데도 타격가치는 페드로이아가 무려 8이나 높다.

최근 선수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스탯으로 wRC+, WAR도 도입되어 있고, 지금은 허점이 발견되긴 했지만 OPS 같이 꽤 오래 활용된 지표도 있다. 이런 스탯은 어렵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KBO 기록도 스탯티즈에서 금방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과거와 달리 스탯은 세분화되고 있고 야구의 부분들을 수치화하려는 노력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세이버매트릭스라 불리우는 것들 또한 그런 과정의 일부다. 또 이런 새로운 스탯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들이 보고 접하는 데 무리가 없게끔 되어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거에 중요시됐던 타율 같은 클래식 수치들은 점점 이전의 가졌던 힘은 더 갖지 못하고 있다. 주류적인 '기준'에서는 점점 밀려나고 있으며, 그들의 자리는 이제 다른 스탯들이 메워가고 있다. 팬들의 인식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금의 큰 흐름을 따르기를 거부한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지름길이며, 팬들은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느 정도는 야구관 변화에도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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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LG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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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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