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두 팔을 하늘로 뻗는 '번개 세리머니'를 마지막으로 할 수 있을까.

10년 넘게 '육상 황제'로 군림하던 볼트가 어느새 마지막 질주를 앞두고 있다. 볼트는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에서 개막하는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며 정든 트랙과 이별한다.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최고의 육상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게 될 이번 대회는 볼트의 은퇴 무대라는 이유로 더욱 주목을 받으며 사람들은 남자 100m 결승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사인 볼트, 황제를 넘어 전설이 되다

 우사인 볼트의 은퇴 무대를 예고하는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우사인 볼트의 은퇴 무대를 예고하는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 파이낸셜타임스


자메이카의 단거리 육상 유망주였던 볼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100m 결승에서 경쟁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린 뒤 결승선을 앞두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서도 세계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

볼트는 이듬해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 9초58로 여전히 깨지지 않는 세계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까지 100m와 200m 올림픽 3연패라는 거대한 업적을 쌓았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2011 대구, 2013 모스크바, 2015 베이징 대회 등에서 금메달 11개를 따내며 최다 금메달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볼트는 내친김에 최다 메달 기록(14개)까지 넘보고 있다.

사실 볼트는 어린 시절 단거리 선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척추측만증을 가지고 태어난 데다가 195cm에 달하는 큰 키가 단거리 육상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강도 높은 훈련으로 약점을 보완했고, 큰 키를 활용한 넓은 보폭으로 자신만의 주법을 완성하며 육상계를 평정했다. 그는 비교적 늦은 출발에도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로 경쟁 선수들을 앞지르며 불과 10초도 되지 않는 100m 질주를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볼트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지 최고의 선수라서가 아니다. 자메이카 특유의 활달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그는 개성 있는 세리머니와 자신감 넘치는 입담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볼트를 따라잡을 자, 이번에도 없을까?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한다.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이 걱정되는 데다가 '단거리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100m에 집중하기 위해 고민 끝에 200m는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볼트 대항마로 꼽히던 안드레 드 그라세(캐나다)가 빠지면서 볼트의 우승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그라세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으나 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볼트는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기자회견에서 "나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며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내가 중요한 무대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우승을 장담했다.

이어 그라세를 향해 "복귀를 서두르다가 오히려 부상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코치와 의료진의 조언을 잘 따르면서 천천히 회복해야 한다"라며 "그가 완벽한 몸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라고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볼트는 언제까지 뛸 것이냐고 묻자 나의 꿈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라며 "볼트는 (은퇴를 선언하며) 자신의 꿈이 끝나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경쟁 선수들은 여전히 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라고 볼트의 우승을 전망했다.

그러면서 "영국 런던에서 펼쳐질 볼트의 마지막 질주는 메달 여부를 떠나 전 세계에 큰 감동과 슬픔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볼트는 5일 100m 예선, 6일 준결승과 결승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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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메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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