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후반기 시작 후 패배를 모르고 질주하던 NC의 덜미를 잡았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6안타로 3점을 뽑아내며 3-1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삼성의 선발 백정현은 7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사사구8탈삼진1실점으로 시즌 6번째 승리를 챙겼다. 백정현은 4.10이던 평균자책점도 3.82까지 낮추며 올 시즌 삼성의 좌완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프로 초창기는 말할 것도 없고 90년대까지만 해도 김일권,전준호,이종범 등으로 대표되던 소위 '대도'들이 야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리그를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KBO리그에 타고투저의 태풍이 불면서 선수들의 도루시도 자체가 크게 줄어 들었다. 김일권,정수근,이대형(kt 위즈)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 3년 연속 도루왕을 노리는 삼성의 '新대도' 박해민을 제외하면 말이다.

상무 서류전형 탈락 후 박해민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

이름 때문에 한 동안 팬들로부터 '해민스님'으로 불렸지만 실제로는 개신교 신자인 박해민은 신일고 시절까지 내야수로 활약하다가 한양대 진학 후 외야수로 변신했다. 대학시절 꾸준히 성장해 4학년 때는 4할대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체구가 작고 장타력이 없다는 이유로 프로 구단에 지명을 받진 못했다. 이후 박해민은 육성 선수로 삼성에 입단했고 2011년 야구 월드컵에 출전하며 국제 경기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막 왕조를 구축하던 KBO리그 최강팀이었고 박한이, 최형우(KIA 타이거즈), 강봉규(은퇴), 배영섭 등으로 이어지는 외야진에 박해민의 자리는 없었다. 박해민은 빠른 발을 갖추고 있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도 2할대 중반의 타율에 그쳤고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는 단 한 타석도 서지 못했다. 박해민은 2013 시즌이 끝난 후 상무 입대 원서를 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구단에게도 박해민 본인에게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박해민은 2014년 배영섭의 경찰 야구단 입대로 공백이 생긴 삼성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며 타율 .297 1홈런31타점65득점36도루로 삼성의 통합4연패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는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왼손 약지가 꺾이는 부상을 당하고도 3차전에서 벙어리 장갑을 끼고 출전해 호수비를 선보이며 팬들을 감동시켰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3년 만에 힘들게 주전 자리를 꿰찬 박해민에게는 그 흔한 '풀타임 2년 차 징크스'도 없었다. 박해민은 2015년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93 47타점96득점60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중견수로 떠올랐다.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삼성의 팀 역사에서도 한 시즌 도루 60개를 넘긴 선수는 박해민이 최초였다.

삼성이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서 9위로 추락하던 작년 시즌에도 박해민은 오히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한 박해민은 4홈런61타점109득점52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야무진 타격과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도 뛰어났지만 견고한 중견수 수비는 KBO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힐 만큼 완벽에 가까웠다.

공수주를 이상적으로 겸비한 이 시대 최고의 대도

박해민은 1990년생이지만 생일이 2월이라 실제로는 1989년생인 나성범(NC), 한동민(SK 와이번스), 김선빈(KIA) 등과 같은 학년이다. 육성 선수로 입단해 프로에서 완벽히 자리를 잡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박해민은 젊은 선수에게 연봉 문제 만큼 중요한 병역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부족한 이름값 때문에 나성범과 나지완(KIA)에 밀려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끝난 후에도 삼성은 20대 후반이 된 박해민을 군대에 보낼 수 없었다. 간판타자 최형우가 FA로 팀을 떠난 데다가 전성기가 지난 노장 박한이 역시 예전처럼 풀타임을 소화할 만한 몸 상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박해민은 2억3000만원에 올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하고 20대의 마지막 시즌도 삼성을 위해 뛰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삼성의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박해민은 5월까지 타율 .267에 머물며 다소 부진했지만 6월부터 성적을 부쩍 끌어 올리고 있다. 특히 6월에 12도루, 7월에 6도루를 성공시키며 빠른 발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중이다. 올 시즌 75.7%의 성공률로 28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박해민은 이대형(21개), 로저 버나디나(KIA,20개)를 여유 있게 제치고 도루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5일 NC전에서도 박해민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한 박해민은 2루 도루를 성공시킨 후 박한이의 적시타 때 선취득점을 올렸다. 박해민은1-1로 맞선 5회에도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조동찬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이후 2루를 노리다가 제프 맨십의 견제에 걸려 아웃된 것은 옥에 티였지만 멀티히트와 결승타, 선취득점에 도루까지 추가한 박해민의 이날 활약은 만점에 가까웠다.

육성선수 출신의 박해민은 삼성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 된 지금도 언제나 '초심'을 강조할 정도로 겸손하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KBO리그 역대 4번째 3년 연속 도루왕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면서도 도루란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정도. 비록 삼성은 올해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삼성팬들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박해민의 플레이를 보며 더운 여름의 불쾌지수를 조금이나마 날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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