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모르게 아쉬웠던 손승락은 잊어도 좋을 듯하다. 롯데자이언츠의 '뒷문' 걱정 역시 말끔하게 해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FA 이적 이후 첫 시즌이었던 2016년, 손승락은 예년보다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 20세이브를 달성하면서 5년 연속 20세이브 달성에 성공했지만, 나름 FA '대어'였던 것을 고려하면 2%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올 시즌 손승락은 나쁘지 않은 흐름을 유지하며 평균자책점 2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29경기에 등판해 블론세이브는 딱 두 차례밖에 없었고,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손승락의 구원 WAR(대체선수 승리기여도)은 2.20으로, 리그 구원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커터 구사 비율 ↑' 손승락의 변화는 성공했다

 롯데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손승락, 믿음직한 마무리로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롯데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손승락, 믿음직한 마무리로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시즌 초만 해도 잠잠했던 타고투저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선발은 물론 구원 투수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각 팀의 필승조가 흔들리고 있고, 접전 상황에서 리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큰 점수 차가 아니라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하지만 손승락은 타고투저 현상에도 든든하게 뒷문을 지키는 중이다. 지난해 손승락과 올해 손승락은 어떤 점에서 큰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을까.

우선, 지난해보다 커터를 많이 구사하고 있다. 스탯티즈 기록에는 슬라이더로 표기되고 있지만 슬라이더와 궤적이 비슷한 커터가 손승락의 주 무기다.

지난해 패스트볼 구사 비율(58.9%)이 높았던 것과 달리 올해 커터를 자주 구사하며 다른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지난해 커터 구사 비율 39.9% → 올해 커터 구사 비율 62.1%).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9km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1km 증가했다.

위기 상황에서의 손승락은 더욱 강하다. LOB(잔루율)가 86.4%에 달하는데, 주자를 내보내거나 주자가 있을 때 강력한 투구를 보여줬음을 나타내는 수치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33으로 지난해(1.68)보다 대폭 감소했고 이닝당 투구수는 16.4개로 지난해보다 1.2개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손승락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K/BB(삼진/볼넷)의 경우 5.20으로 자신의 통산 K/BB(2.79)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다. 아직 30이닝을 소화한 시점에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분명 올 시즌 손승락의 페이스는 지난해보다 좋을 뿐만 아니라 리그 최고 마무리인 임창민(NC)이나 김재윤(kt)에 견주어 봐도 밀리지 않는다. 롯데가 영입 당시 원했던 손승락은 이런 모습이었다.

손승락의 상승세, 팀도 탄력받을 수 있을까

 올라가야 하는 롯데에게 1승은 간절하다.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손승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라가야 하는 롯데에게 1승은 간절하다.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손승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현재 38승 1무 41패 승률 .481(4할8푼1리)로 7위에 올라 있다. 중하위권에 있지만 6위 LG와의 승차는 1.5G 차, 5위 두산과의 승차는 2.5G 차로 그리 크지 않다. 4위 넥센과도 4G 차에 불과해 아직 시즌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한 번쯤은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손승락이 지키는 든든한 뒷문과 함께 선발진도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NC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고 주중 3연전에서 송승준, 애디튼, 레일리가 나란히 호투하며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 1무 2패로, 1위 KIA 다음으로 흐름이 좋은 팀이다.

이대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타선의 기복이 큰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지만 고민거리였던 마운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간절하고 우승에 목마른 롯데라면 지금이 반등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최근 10경기 손승락의 ERA(방어율)는 0.82, 지난 5일 삼성전에서 패전을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어쩌면 손승락이 굳건하게 뒷문을 지키면서 팀 전체가 탄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대호 영입으로 야심 차게 시즌을 시작한 롯데의 2017년은 어느덧 절반이 지나갔다. 손승락의 상승세와 함께 팀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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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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