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하 영진위원장) 공백이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 이후 영진위원장 선임이 탄력을 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빨라야 8월말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진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김세훈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김종국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주관한 간담회에서 "영진위 정상화 문제도 논의됐다"며 "영진위원장 선임은 우선 임기가 만료된 5명의 영진위원을 선임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또 영진위 체질 개선, 영화계와 정부가 같이 연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구 마련, 공정경쟁 환경 개선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진위원들은 박근혜 정권 때 영화계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된 사람들로 영화계의 대표성이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인사들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위원장을 제외한 8인 위원중 남은 3명 위원의 임기도 8월 말에 끝날 예정이라 영진위원 전원 물갈이가 될 전망이다.

언론노조가 부역자로 지목한 감사도 교체돼야

문체부 관계자는 "영진위원 선임을 위해 영화계의 추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관련 공문을 영화단체들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단체들이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여유 있게 줄 생각이라 영진위원장 선임까지는 빨라야 두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영진위원과 위원장 선임이 동시에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다. 영진위원장 선임을 위해서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영진위원 4명과 문체부 관계자, 외부 인사 등이 참여하는데, 영화단체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영진위원들 보다는 새로 선임된 영진위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새 정부 출범 취지와도 맞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체부 측은 영진위가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절차적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기존 위원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위원들로만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영화계나 영진위 일부에서는 문체부가 형식적인 균형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영화계 인사는 "관료들이 신구세대를 적당히 조율해 눈치껏 넘어가려는 것도 문제"라며, "영화단체들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보수인사들까지 배려하려 할 경우 영진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된다"고 우려했다. 

임기가 남아 있지만 감사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진위 감사는 이인철 변호사가 맡고 있는데, 이 변호사는 MBC 이사회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도 맡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자유한국당 등 구여권 추천으로 MBC 이사가 된 이 변호사는 지난 6월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장악 적폐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행변)' 대표를 맡기도 했는데, 행변은 세월호 유가족과 대리기사 폭행 사건 당시 대리기사 변호를 맡으며 이름이 알려졌다. 행변 멤버인 일부 변호사들이 박근혜 정권 당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영화에 주로 투자했다는 의심을 받는 모태펀드 외부 심사위원을 맡았음이 언론의 취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2016년 11월 문체부와 영진위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독립영화인들

2016년 11월 문체부와 영진위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독립영화인들 ⓒ 성하훈


영진위원에 독립영화인 참여 요구

새로 선임될 영진위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진위원은 장관이 임명하지만 영화계의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인사들이 참여할지도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제작자와 프로듀서, 감독, 영화평론가, 영화학자, 배우, 언론인 등으로 영진위가 구성되는데, 역대 위원 중 독립영화 쪽 인사는 극히 드물다.

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독립영화 탄압이 가장 심했던 만큼 독립영화 전문가들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목소리도 높다. 지금까지 영진위원을 지낸 독립영화인은 다큐멘터리 대부라 불리는 김동원 감독이 유일하다.

한 영화평론가는 "독립영화 쪽은 중요도에 비해 지금까지 영진위원 구성에서 밀려난 부분이 많다"며 "젊은 독립영화인들이 참여하면 영진위의 정책 방향에 대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진위 관계자 역시 "독립영화 전문가가 영진위원에 들어오길 원한다"며 "영진위원을 선임할 때 매번 애니메이션 전담 위원을 포함시키는데, 관련업무가 콘텐츠진흥원으로 다 넘어가 있는 상태에서 그 업무가 영진위로 넘어오지 않는 한 불필요해 보인다"고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도종환 장관은 취임 후 영화계의 첫 만남으로 독립영화 상영관을 찾아 격려할 만큼 독립영화에 관심을 보였다. 독립영화계에서 정책적 사고가 깊은 인사들로는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조영각 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원승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장 등이 꼽힌다.

영진위원장 후보군과 관련해서는 현장 영화인 출신들이 주로 거론된다. 공공기관장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여성위원장 선임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재 영화단체나 기관의 행정경험이 있는 제작자와 감독, 영진위원을 역임한 여성영화인들이 추천되고 있다. 또 부산으로 영진위가 이전한 만큼 부산지역 인사를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전재수 국회의원실이 주관하는 영진위 정상화와 관련한 토론회가 오는 1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영진위 영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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