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동부 직업상담원 880명은 6월21일부터 전국 88개 고용센터에서 홍보물 부착과 노조 조끼를 착용하는 방식으로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 제공)
 노동부 직업상담원 880명은 6월21일부터 전국 88개 고용센터에서 홍보물 부착과 노조 조끼를 착용하는 방식으로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 제공)
ⓒ 박윤식

관련사진보기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난 6월 말 제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제보자는 "고용노동센터 직업상담원으로 근무하는 지인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 중인데 언론에서 잘 다뤄주지 않는다"며 "취재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반신반의했다. 설마 노동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에 문제가 있을까? 궁금했다. 확인이 필요했다. 직업상담원을 만나 속사정을 알아봤다.

4년 차 취업성공패키지 직업상담원 A씨는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5인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8호봉인 그의 세후 기본급은 160만 원 정도다. 노동부는 식대와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으므로 실 급여는 더 줄어든다. 1인 가구 생활비로도 빠듯한 액수다. 한국노총은 올해 초 '단신 남성 219만 7478원', '단신 여성 211만 9291원', '자녀 두 명을 둔 4인 가구 574만 1650원'으로 표준생계비를 산출했다.

그는 "요즘은 돈으로 아이를 키우는데 교육은 포기했다"며 "애들이 공부 잘할 거라는 기대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옷은 조금씩 사주려고 노력하지만 제 옷은 거의 안 산다"며 "가계에서 반찬값을 줄이려고 가장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서글펐던 경우가 있는지 묻자 눈시울을 붉힌 A씨는 "입사 초, 다른 선생님들이 서로 친해지기 위해 '뭐 먹으러 가자'고 해도 같이 갈 수 없었다"며 "딱 차비만 가지고 회사에 다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상담원은 수석, 선임, 책임, 전임, 일반상담원으로 나뉜다. 수석-선임, 선임-책임, 책임-전임의 기본급(1호봉 기준) 차이는 약 17~20만 원이다. 다만 전임-일반의 급여 차이는 약 37만 원으로 일반상담원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소속 직업상담원 1478명 중 일반상담원은 1410명이고, 그중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담당하는 일반상담원은 약 800명이다(2017년 2월 28일 기준).

일반상담원 급여는 4년 전보다 오히려 7만 원 줄었다. 2017년 일반상담원 1호봉 기본급은 2013년 기준 157만원(이하 세전)에서 150만 원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점심식대, 교통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기혼자는 부양가족 수에 따라 배우자 4만 원, 자녀 2만 원(셋째 이후 자녀 8만 원)으로 계산하여 지급되는 가족수당을 받는다. 미혼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7월 21일 고시한 민간직업상담원 보수기준을 통해 가족수당은 예산의 범위에서만 지급한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수당이다.

성과상여금을 협상 무기로 사용하는 고용노동부

제보자들은 고용노동부가 매년 직업상담원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성과급 지급을 내세워 자신들이 만든 협약서에 도장 찍을 것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직업상담원 B씨는 "노동부 측이 임금 협상할 때 성과상여금 지급을 내세워 '너네 줄까 말까. 단체교섭할 때 도장 빨리 찍으면 줄게. 안 찍어? 그럼 없어. 원래 급여에 없는 거잖아' 이런 식으로 협상을 해요"라고 비판했다.

취업률에 근거한 직업상담원의 실적은 고용센터 기관평가 항목에 속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성과상여금 액수가 달라진다. 직업상담원과 달리 소속 공무원에게는 정해진 기간에 상여금이 지급된다. 

고용노동부 페이스북 캡쳐.
 고용노동부 페이스북 캡쳐.
ⓒ 박윤식

관련사진보기


저임금·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는 직업상담원... 취업서비스 질 하락 우려

취업성공패키지 직업상담원 C씨는 "고용센터는 공공기관인데 보험회사처럼 기관평가와 실적이 우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취업률·알선을 기준으로 매주 또는 매월 실적을 정리해 순위를 매긴다"며 "그것을 전국적으로 파악해서 별도 수당을 준다"고 말했다.

C씨는 직업상담원에게 과도한 인원이 배정되어 정상적인 취업 상담이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관리하는 전체 인원이 300명이고 그중 상담을 진행 중인 인원이 120명이다"며 "제대로 상담을 해야 참가자에게 맞는 직장을 알려주는데 현재는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기 급급하다"고 전했다.

진단·경로설정 -> 의욕·능력증진 -> 집중·취업알선 등 3단계로 진행되는 취업성공패키지는 최대 1년 과정이다. 취업에 성공한 참가자에게는 취업성공수당이 지급된다. 직업상담원은 참가자 1명을 최대 2년가량 관리해야 한다. 상담 업무 이외에도 내일배움카드 발급, 훈련수당, 성공수당 지급 등의 행정업무가 전체 업무의 절반을 차지한다.

C씨는 "구직자와 최소 30분 이상은 상담을 해야 공감도 생기고 그 사람을 알 수 있지 않겠냐"며 "현재처럼 10분 상담하고, 행정업무 처리하고, 다음 사람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는 질 낮은 상담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희롱, 욕설, 인격 모독,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담원

30~40대 여성이 대다수인 고용센터 직업상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겪는 언어폭력, 성희롱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상담원 ㄱ씨는 "상담실에서 자신이 준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30대 남성이 화를 내며 얼굴을 주먹으로 치려고 했다"며 "그 사건 이후로 상담실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40대 여성 상담원 ㄴ씨는 "퇴근하는데 한 남성이 학원에 넣어달라며 지하철역까지 따라왔다"며 "계속 쫓아와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성 상담원들은 "민원인들의 욕설· 인격 모독·폭언·성희롱은 비일비재하다"며 "센터 내에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청원경찰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인 고용센터의 일부 남성 소장·팀장들의 여성 직업상담원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도 지적됐다. 여성 직업상담원 ㄷ씨는 "소장과 관리자들이 '용돈 벌라고 나왔냐?', '학원비 벌러 나왔냐?'는 식으로 우리를 취급한다"며 "생활이 어려워 마지못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 처우개선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 일반상담원 폐지, 전임상담원 통합 ▲ 2018년 임금 인상 ▲ 명절상여금 지급 ▲ 점심식대·교통비 지급 ▲ 직업상담원 업무량 축소 등을 노동부에 요구했다. 


태그:#직업상담원, #고용노동부, #무기계약직
댓글1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두가 외면한 이야기를 찾아갑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